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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 건국대학교 국가정보학과 교수

  

 일본이 우리나라 법원의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들고 나오면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대화와 협상보다는 맞대응을 선택하면서 두 나라 간의 무역전쟁이 좀처럼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 못지않게 역대 우리정부는 특정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반일기조를 취해왔다. 역대 대통령들이 ‘일왕의 전쟁범죄 및 위안부 문제 사죄’ 등을 고리로 삼아 일본을 자극할 때마다, 일본이 조야를 불문하고 강력 반발에 나서면서 양국이 충돌하게 되는 사태가 반복되어 온 것이다.     


  실제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직후부터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며 선전포고를 하고 광화문 앞의 조선총독부 건물을 폭파시키면서 국민들의 환호를 받았지만 임기 말에 IMF 사태를 맞아 자금줄을 쥔 일본에 애걸해야만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임기 말에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가 일본의 반격으로 오히려 독도문제에서 한국의 입지가 악화되는 결과만 초래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이유로 임기 내내 일본을 쳐다보지도 않다가 마지막에 최악의 합의를 해주는 처지로 내몰렸다. 일본을 우습게보다가 당한 것이다.


  이런 전례로 볼 때 이번 무역전쟁의 최종 승자도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양국의 경제구조 특성상 뚜렷한 승패가 정해지는 것이 아닌 '누가 덜 손해를 보냐'는 무의미한 출혈전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볼 때 우리보다 일본이 월등하고, 휘두를 카드도 많아 한국의 사실상 패배가 유력하다. 일본의 인구는 약 1억 3000만명으로 한국보다 2.5배 많아 내수기반이 탄탄하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8000억 달러로 한국보다 3.2배 크고, 1인당 GDP는 3만8000 달러로 1.3배 많다. 우리가 그동안 체력을 많이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버거운 상대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유명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서 사람이 두 명만 있어도 둘 중에 한 사람은 주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노예라고 규정하였다. 그렇다면 누가 주인이 되고 누가 노예가 되는 것일까? 이론상으로 두 사람이 치열하게 대립한다면 자신의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무모한 사람 앞에 대부분의 사람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파국적 결말을 맞이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죽음을 도박의 판돈처럼 걸 수 있는 사람이 주인이 되며 죽음 앞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노예가 되는 것이다. 특히 약자가 노예로 전락하지 않고 주인이 될 수 있는 길은 이런 죽음을 건 도박밖에 없다.   


  앞으로 전개될 한일 간 무역전쟁에서 과연 우리나라가 이처럼 모든 것을 다 잃을 각오로 싸울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마침내 일본의 무릎을 꿇리고 오랜 힘의 대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각오가 아니라면 애초부터 싸움을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 것은 병법의 기본이다.

 ‘죽어나는 것은 조조 군사’라는 말이 있다. 정치인들의 자존심을 앞세운 싸움에서 죽어나는 것은 결국 기업과 국민들이다. 이 시점에서 중국의 실용주의자 등소평이 내세웠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의 외교 전략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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