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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초빙교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 영화제(2019)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한국 영화 100년 만의 영광이자 콧대 높은 서구의 문화적 우월감을 넘어선 쾌거라고 한다. 그 덕분에 현재 누적 관객 수도 천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누구 하나 변변한 직업 없이 백수로 살아가던 한 가족이 우연한 기회에 부잣집과 인연을 맺은 후에 교묘한 속임수로 가족 모두가 그 집에 기생충처럼 얹혀살다가 또 다른 우연에 의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는 내용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빈부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봉준호 특유의 이념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신계급주의 사회의 가족 희비극이라는 이 영화를 잘 들여다보면 세계적인 IT기업에서 성공한 CEO의 집안이 우리 사회의 한낱 기생충 같은 존재에 의해 결국에는 망하고 만다는 또 다른 숨은 코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코드가 봉준호 감독이 의도해서 심어 놓은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설정이다. 


  부자는 악, 빈자는 선이라는 사회주의의 이분법적 코드로 본다면 부잣집을 망하게 한 백수가족은 어떤 면에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지도 모른다. 대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라는 자본주의적 기준으로 볼 때 그 백수가족은 사람들은 착하지만 현실을 타개하려는 노력도 없이 부자들 등이나 처먹고 사는 기생충에 불과하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우리가 당면한 나라 형편과 견주어 볼 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은 36년간의 일제강점기를 벗어나자마자 국토가 분단되고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던 나라에서 OECD 회원국이자 G20의 일원으로 당당히 서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 중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로는 유일무이하다. 5천 만 이상의 인구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이상을 달성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를 포함에서 일곱 나라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나라가 작금에 들어 기업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고 국가경쟁력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어쩌면 우리나라에 영화 ‘기생충’에서의 백수가족처럼 멀쩡하던 부잣집을 망하게 만드는 기생충이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국부를 이룩하기는 어려워도 망하기는 순식간이란 것을 이미 남미 여러 나라에서 경험한 바 있다. 사회주의적 포퓰리즘의 해악은 그만큼 무섭다. 


기생충이란 다른 종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만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생물체를 말한다. 우리가 미래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 최소한 지금 정도 수준의 나라라도 물려주려면 이 기생충을 찾아내 박멸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땅의 지식인들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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