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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M(dream making)리더십포럼이사장, 전 세계일보 사장


  “꽃이 지기로소니/바람을 탓하랴/주렴 밖에 성긴 별이/하나 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 뒤에/먼 산이 다가서다/촛불을 꺼야하리/꽃이 지는데/꽃 지는 그림자/뜰에 어리어/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묻혀서 사는 이의/고운 마음을/아는 이 있을까/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조지훈의 시 '낙화'다. 시인은 꽃이 지는 것은 바람 때문이 아니고 자연의 질서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나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진다고 한 것을 보면 소멸에 대한 서글픈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뜬 눈으로 밤을 보내다 새벽이 되었다. 촛불을 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밖에 떨어지고 있는 꽃을 더 확실히 보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고 떨어지는 꽃과 함께 어둠 속에 조용히 있고 싶어서 촛불을 끄고 보니 미닫이문에 비친 꽃의 마지막 모습은 한없이 슬프고 아름다웠다.

화자 시인은 세상을 떠나 외로운 꽃과 함께 묻혀 사는 은자다. 세상을 피해 사는 그에게 작은 즐거움이었던 꽃이 떨어질 때 그의 삶에 쌓였던 외로움이 되살아났다. 세상의 모든 기쁨과 목숨의 덧없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다'고 했다. 조지훈은 1920년에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48세까지 살았다. 본명은 동탁(東卓)이며 한학과 독학으로 혜화전문을 졸업했다. 1939년 '고풍의상' '승무' 1940년 '봉황수'등으로 시단에 데뷔했다. 박두진 박목월과 함께 청록파라 불렸다. 자유당 말기에는 민권수호국민총연맹 활동도 했으며 고려대학에서 민족문화연구 업적을 남겼다. 




서울 남산에 그의 시비가 있다. 지금 남산에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니 화려한 벚꽃의 낙화가 시작되고 있다. 조지훈은 저 화려한 슬픔을 지금은 어떻게 노래 할지 모르겠다. 

어떤 공직자는 '이 자리에 오기 전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는 글 한 줄 남기고 떠나고, 주변에 폐가 될까 염려해 말없이 숨을 거두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낙화를 노래한 많은 시가 있지만 조지훈의 시에는 삶에 대한 선비의 달관이 있다. 지는 꽃은 한없이 아름답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천상으로 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희비에 젖은 1만 송이 꽃을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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