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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포럼›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을 찾아온 이야기 - 박혜범 칼럼니스트
  • 기사등록 2021-04-17 18:50:28
  • 기사수정 2021-04-28 12: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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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아름다운 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는 아름다운 봄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이 되기 위하여, 처음 하늘이 이 땅에 만들어 놓고, 인연이 있는 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깨달게 하는,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을 찾아 온 아름다운 이를 안내하여, 섬진강을 건너 지리산으로 들어가 화엄사 각황전 뒤편 서쪽에(정확히는 서남방) 자리하고 있는 사사자탑(四獅子塔)을 오르는데, 입구에 샛노란 빛을 뿜어내고 있는 아름다운 황매화(黃梅花)가 한 무더기 피어 있었다.


촌부인 내가 아름다운 봄날, 스스로 아름다운 꽃이 되기 위하여, 애써 아름다운 꽃을 찾아 온 아름다운 이를 안내하여, 지리산을 오르고 화엄사 사사자탑을(현재 해체복원 중) 오른 것은, 처음 하늘이 이 땅에 만들어 두고, 대대로 인연이 있는 이들에게만 보여 스스로 깨달게 하고 있는, 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송이 꽃 법화(法華)를 보여주고, 자아 자신을 깨달게 하려는 뜻이었다.


화엄사 사사자탑으로 오르는 백팔계단 입구에 핀 황매화(黃梅花). 사진=박혜범 



이미 마음까지 그 자체로 한 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고 있는 아름다운 이에게, 아름답다는 봄날의 꽃들이 눈에 찰 일이 없는 것이라, 설명을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시큰둥하던 아름다운 이가, 스스로 걸음을 멈추고 반색을 하며 감탄한 것이, 화엄사 각황전 서쪽 신령한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사사자탑을 오르는 백팔계단 입구에서, 한창 만개하고 있는 황매화 꽃들의 앞이었다.


촌부가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대략 40년 전 쯤 저 유명한 청정(淸淨) 지계제일(持戒第一)로 잘 알려진 도광선사(道光禪師)의 은밀한 부름을 받들어, 천년의 화엄도량을 지키는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말씀을 받들기 위해 탑전이 있는 백팔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릴 때의 일이었다.


그때 화엄사에서 일하던 처사가 황매화 나무를 그냥 별 것 없는 지리산에 흔한 잡목쯤으로 알고 베어서 백팔계단 입구를 말끔히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하자, 깜짝 놀라시며 “네 눈에는 쓸데없는 잡목으로 보이겠지만, 잡목이 아니고 인연이 있는 승려들과 중생들을 스스로 깨달게 하는 아주 영험한 신목(神木)이니, 행여 절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엄히 말씀을 하셨는데, 선사께서 말씀하신 신령한 신목(神木)의 뜻이 무엇이겠는가?


이른바 화엄사 화엄사상의 핵심인 법계연기(法界緣起) 화엄법계(華嚴法界)가 한 송이 꽃이고, 한 송이 꽃이 화엄연기이고 화엄법계임을, 실물로 실증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 화엄사 사사자탑이고, 인연 있는 이들로 하여금, 그 화엄법계를 스스로 깨달게 하는 깨달음의 자리인, 사사자탑으로 오르는 백팔계단 입구에, 잎이 다섯인 노란 황매화(黃梅花)를 심어 놓은 뜻은, 이른바 6조(祖) 혜능대사가 삼경 야밤에 전해 받았다는, 황매산(黃梅山)의 법(法) 5조(祖) 홍인(弘忍, 601~674)대사의 선법(禪法) 법이 여기에 전해지고 있다는 아주 은밀한 가르침이고, 글을 아는 이들이나 글을 모르는 이들 모두를 마음으로 깨달게 하는 말없는 설법이다.


비록 길지 않은 한나절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이 꽃 저 꽃 많은 꽃들을 보아도 시큰둥하던 아름다운 이가, 화엄사 사사자탑을 오르는 백팔계단 입구에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황매화 꽃을 본 순간, 스스로 놀라 걸음을 멈추고 탄성을 지르는 걸 보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게 무슨 꽃이기에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정확히 황매화라 답하면서, 어려서부터 귀하게 보며 사랑하던, 이 아름답고 귀한 꽃을 그것도 만개한 꽃들을, 여기서 이렇게 한 무더기로 보게 될 줄을 몰랐다며 반겼다.


하도 아름다운 이가 반기며 놀라기에, 혹시 황매화가 거기에 피어 있는 까닭을 아느냐고, 한마디 물으려다 입을 다물고, 올라가서 보면 황매화를 거기에 심어놓은 뜻을 알게 될 거라고, 부디 그러기를 바란다면 함께 백팔계단을 올랐다.


탑전에 올라서니 하늘도 아름다운 이의 뜻을 헤아린 것처럼 화엄법계(華嚴法界)를 그대로 보여주었는데, 만 번의 설명이 필요 없고 만 권의 경전을 읽을 필요가 없는 화엄법계의 자리에서, 눈앞에 펼쳐진 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송이 꽃 아름다운 법화(法華)가 보이느냐고 물었더니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처음 하늘이 만들어 놓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 보이느냐고, 만약 보인다면 그것이 곧 진실로 아름다운 이가 화엄법계 화엄의 꽃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긴 것인지를 깨달아 아는 것이라고, 그리고 지금은 가고 없는 옛 사람이 돼버린 지리산 도광선사가 황매화를 지켜낸 뜻을 알 것이고, 그것을 아는 순간 그대야말로 이 봄날에 피는 가장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이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어제 구례구역에서 해 저무는 섬진강을 거슬러 가는 기차를 타고 일상으로 돌아간 아름다운 이를 보내면서, 내가 신신당부한 말은 이제야말로 스스로 아름다운 꽃임을 깊이 인식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는 삶을 살라고, 날마다 아름다운 꽃이 되라고, 그리하면 인생이 아름다운 꽃이 되는 거라고, 그렇게 살라고 했었는데, 잘 도착했다는 인사와 함께 “향기롭고 따뜻해서 봄이 온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닌 걸 알았다”는 문자를 받고 다행이다 싶어 안도하면서, 아름다운 꽃들이 다투어 피는 아름다운 봄날, 아름다운 이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 되기 위하여,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을 찾아온 이야기로 답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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