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의 신’이라고 불리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의 한형기 조합장이 MBC PD수첩의 도마에 올랐다.
MBC PD수첩은 26일 밤 한형기라는 인간의 실체, 조합장으로서 인기를 얻은 배경, 조합운영 속도전의 실체, 조합원과 애증 관계, 횡령 의혹 등을 집중조명했다.
한 조합장은 반포뿐 아니라 부산 등 전국의 재건축 현장에서 강연하거나 자문을 요청받는 전국구 인사다.
그는 과천에서도 강의를 한 적이 있고 일부 조합에도 관여했다.
MBC PD수첩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한형기 조합장. 사진=MBC PD수첩캡처
방송에서 한형기는 거침이 없어 보였다.
제작진과 만난 그는 본인이 폭행 등 전과 7범이라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했다.
한 조합장은 재건축 수익을 내기 위해서 가격 담합 등의 불법과 탈법을 넘나드는 마케팅을 한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17년 동안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했던 반포 일대 아파트를 평당 1억 원으로 재탄생 시켰다고 했다.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를 탄생시키기까지 5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이는 모두 본인이 일궈낸 성과라고 자부했다. 그는 자신의 몸값이 연 2억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홍보요원을 대거 동원하는 언론플레이와 기상천외한 속도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운영에 반대하는 상가조합원에 대해 점포 앞에서 시위를 벌여 영업에 지장을 주고 반대하는 조합원과 언쟁을 벌이고 폭력행위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MBC PD수첩에 따르면 1977년에 지어진 신반포1차 아파트 자리는 한형기 조합장이 들어선 뒤 2016년 최고 높이 38층의 아크로리버파크가 들어섰다.
그런데 입주 4년이 지난 지금, 재건축 조합과 주민들은 수익금 분배 문제로 다투고 있다.
PD수첩은 한형기 조합장과 일부 주민들의 법적 다툼을 취재했다.
2015년 주민들은 일부 조합원들이 인센티브를 결의한 총회에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원들의 1, 2심 패소로 패색이 짙었으나 지난해 9월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고 재심리를 요구하며 파기환송, 분위기가 역전됐다.
판결문은 조합 임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 무리한 사업을 조장할 수 있고, 재건축의 특성상 조합 총회의 결정에만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이에 한 조합장은 인터뷰에서 “법리를 잘못 적용한 것”이라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방송에서 주민들은 조합장과 임원들이 과도한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의 추가 수익금은 총 1,050억 원, 그중 한형기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20%인 약 200억 원을 인센티브로 요구했다는 것이다.‘PD수첩’ 제작진과 만난 한형기 조합장은 고액 인센티브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입주시키겠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익성을 높게 하겠다’라는 공약을 내세웠고, 아크로리버파크는 최초로 평당 1억 원을 기록한 아파트가 되었다”며 “내가 최고 분양가를 책정했기에 지금의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고액의 인센티브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MBCPD수첩 캡처
PD수첩에 따르면 그는 성공비결로 ‘속도전’을 내세웠다. 그가 2011년 조합장이 되고 난 뒤 지지부진하던 재건축은 급물살을 탔다. 한형기 조합장 취임 후, 입주까지는 5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그가 재건축의 속도를 내기 위해 조합원을 폭행했고, 폭행을 비롯한 소송비용을 조합의 돈으로 지불했다고 했다.
속도전의 비결은 서면결의서였다. 5만원~10만원을 지급하고 서면결의서를 받았다. 입주 후 실내 인테리어 등에 대해 만족도는 어느정도일까. 분양을 받은 한 여성은 방송 인터뷰에서 “집이 기대 이하다. 남양주의 친구 집보다 못하다”라고 말했다.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조합에서 설계나 정비, 마감재 선택, 업체 선정까지 직접 했다. 조합에서 선정한 CM은 소규모 신생 업체로, 한형기 조합장이 근무했던 곳이라고 했다. 용산 동자4구역 재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뇌물 사건으로 연루된 곳이었다.
이 CM을 끼고 한 조합장과 조합은 마감재를 비롯해 수십 개의 협력업체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PD수첩은 아크로리버파크 이후 한 조합장이 래미안 원베일리와 그 일대의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도 참여해 조합을 자신의 측근으로 채웠다고 했다. 또한 아크로리버파크에 들어갔던 업체 다수가 원베일리에도 선정됐다고도 했다.
이에 한 조합장은 경쟁 입찰로 진행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원베일리 조합원을 상대로 모델하우스가 공개하면서 독일산 새시가 논란이 되었다.
독일산 새시 결정에 대해 조합원들은 사전에 몰랐다.
‘PD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제보를 받은 내용을 공개했는데 “ 삼성물산의 임원과 한 조합장이 새시와 관련해서 커미션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삼성물산의 임원과 한 조합장은 이를 부인했다.
조합원들은 한형기 조합장이 시세만 100억 원대로 추정되는 펜트하우스를 조합장 신분을 이용해 선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MBCPD수첩 캡처
그는 천정부지로 오른 본인의 집을 유튜브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홍보해오고 있었다.
제작진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놀랍게도 펜트하우스에 결로와 곰팡이가 심하다며 사진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가 사진을 보여준 이유는 국내산 새시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한강변 아파트에는 꼭 독일산 새시를 써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몇 년간 서초구청에는 한 조합장에 대한 여러 민원이 있었지만 서초구청은 민간사업이라 개입에 한계가 있다며 문제를 외면했다고 PD수첩은 지적했다.
PD수첩은 조합원들과 다투는 소송비용을 조합비에서 지출하는 것은 횡령혐의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에서 한 조합장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조합원부터 그가 무서워 집을 팔고 나간 조합원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일들로 발생한 소송비용과 벌금을 한형기 조합장은 모두 조합비로 처리했다고 한다. 그 비용만 무려 1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PD수첩은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국가에서 도시정비법이라는 특별법을 만든 이유는 재건축, 재개발의 공정성, 투명성 그리고 공익성 때문이라며 서초구청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26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수도권 기준 2049 시청률 2.0%, 가구 시청률 4.9%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5.7%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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