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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향한 칼 거두고 홀연히 떠난 이 시대의 검객 진중권 - 윤평중 "역사가 그의 고군분투 기억할 것" 서민 "그의 부재가 두렵다"
  • 기사등록 2020-12-24 13:52:11
  • 기사수정 2020-12-26 10: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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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판에서 종횡무진하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고별사를 남기고 홀연히 칼을 거두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23일이다.

그의 무기는 자판이었고 그의 무대는 페이스북이었다.

'논객 진중권'은 이날 "이로써 내 싸움은 끝났습니다"라며 페이스북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1년 동안의 사움이었고 긴 투쟁이었다.

그는 그동안의 고분분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실을 사실로 바로 세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지난 6월 페이스북에서 “논객 진중권은 칼 한자루로 천하를 주유한 미야모토 무사시를 닮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진중권 교수의 논변이 '쎈' 이유는 그가 야당 노릇을 해서가 아니라, 대부분 맞는 말을 진중권만이 구사할 수 있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의 한국어'로 표현하기 때문”이라며 “독립 지식인은 많을수록 좋다. 나중에 역사는 논객 진중권의 고군분투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동양대 교수 시절 청바지 차림으로 한 지방신문사에서 강연하던 진중권 전 교수. 자료사진 



서민의 외침 “우린 진 공주와 4 난장이” “진중권 돌아와줘요”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26일 홀연히 칼을 거두고 떠난 이 시대의 검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향해 “돌아와달라”고 외쳤다.

서 교수말로는 진 전 교수가 오마이뉴스 같은 호랑이굴에 뛰어들어 '진보진영 재형성' 운동을 벌일 것 같다. 하지만 서 교수는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며 돌아와달라고 했다.


서 교수는 2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진중권 선생이 정경심이 4년형을 받은 날(23일) '여러분들이 있어서 든든했습니다…나 대신 열심히 싸워줘요'리라는 글을 ‘조국흑서’ 단톡방에 올렸다"며 "이전부터 그런 말을 해왔지만, 막상 그가 떠난다니 앞이 캄캄했다"고 당시 충격을 설명했다.


조국흑서는 조국백서에 맞서 진중권 강양구 서민 김경율 권경애 등이 저자로 참석했으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서 교수는 자신이 진 전 교수 존재를 각인 한 때는 "조국 사태가 전 국민을 갈라놓던 지난해 가을"이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유시민과 황석영 등등 내가 존경해온 지식인들이 모두 위선자의 수하로 들어가버렸던 터라, 홀연히 나타나 저들이 가짜라고 말해주는 그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고 진 전 교수를 높이 평가했다. 

서 교수는 "우리(조국 흑서 저자)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독수리 5형제가 아니라 진공주와 4난쟁이에 더 가까웠다"며 "그래서 진중권이 SNS에 글을 그만 쓰겠다고 했을 때 우린 가슴이 철렁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진 전 교수가 '적진으로 뛰어들 거야. 오마이뉴스에 갈 건데, 거기서 어려운 작업을 시작할 거야. 다소 이론적인…'이라고 했다면서 "그게 뭔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진보의 토양을 만들려는 게 아닌가 막연히 추측해 본다"고 했다.


서 교수는 "그리고 (정경심이 구속된) 12월 23일, 진중권은 페이스북에 '내 싸움은 끝'이라며 SNS를 떠났다"면서 "하지만 정경심 구속이 과연 끝인 걸까"라는 말로 진 전 교수를 붙들었다.

이어 "조국은, 문재인은, 그리고 조국을 옹호했던 그 수많은 이들은 죄를 시인하기는커녕 사법부가 문제라며 길길이 뛰고 있다"며 "아마도 저들은 이전보다 훨씬 악에 받쳐 대대적인 반격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지난 시간 동안 우리가 신명나게 싸울 수 있었던 게 진중권이 씌워준 커다란 우산 덕분이란 걸 알기에 그의 부재가 현실이 된 지금이 두려워 죽겠다"며 "진중권, 진보의 재구성은 정권 교체 후에 하면 되니 돌아와주면 안돼요"라고 외쳤다.





진중권은 "페이스북에 가끔 들어와 안부는 전하겠다"면서 사라졌다.

그의 페이스북 고별사에 금태섭 전 의원이 댓글로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23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거짓이 진실을 집어삼키는 것을 보고, 이러다가 사회가 위험해지겠다고 생각해 시작한 일이었다"라며 "사실이 사실의 지위를 되찾는 데에 무려 1년이 걸렸다"라고 되돌아보면서, ▲위조된 표창장을 진짜로 둔갑시킨 MBC의 PD수첩 ▲ 이상한 증인들 내세워 진실을 호도해온 TBS의 뉴스공장▲ 조국 일가의 비위를 비호하기 위해 여론을 왜곡해 온 다양한 어용매체들 ▲그리고 그 매체들을 이용해 국민을 속여 온 수많은 어용기자들을 적시하고 이들을 비판한다고 했다.


또 ▲ 빤히 알면서도 대중을 속여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 조국을 비호하기 위해 사실을 날조해 음해공작까지 벌인 열린민주당 정치인들 ▲ 이들의 정치적 사기행각을 묵인하고 추인해 온 대통령을 비판한다면서 이들에 대해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킨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어 ▲감시자의 역할을 저버리고 외려 권력의 사기극에 협조한 시민단체들 ▲ 성명서와 탄원서로 조국 일가의 비리를 변명하고 비호해 온 문인들 ▲여론을 왜곡하기 위해 온갖 궤변을 늘어놓으며 곡학아세를 해온 어용 지식인들을 거명하고 “이들 모두를 비판한다”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사실을 말하는 이들을 집단으로 이지메해온 대통령의 극성팬들, 민주당의 극렬 지지자들”에 대해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들이 망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보다 1시간 앞서 또 다른 글에서 정경심 중형선고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격앙했다는 기사를 링크한 뒤  “민주당은 단체로 실성했다. 자기들의 거짓말에 자기들이 발목잡힌 셈”이라면서 “이 광기는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까? ”라고 했다.




<다음은 진 전 교수의 고별 글 전문>


1.조국흑서 팀 권경애 변호사와 김경율 회계사에게 지난 2월에 들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판결입니다. 다만 형량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세게 나왔습니다. 피고와 변호인단이 그 동안 법정에서 불량한 태도가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애초에 사법적 문제를 정치화한 게 패착이었죠. 작년 여기에 그게 현명하지 않은 짓이라 글을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명백한 사실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위증을 하거나 묵비를 행사하니, 재판부에서 피고측이 진실을 은폐하고 호도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겠죠.

판결문에 중에서 증인들에 대한 부분이 주목할 만합니다. 

조국-정경심 부부가 자기 측 증인들을 거의 가스라이팅 수준으로 진실을 가리는 데에 활용하고 있다는 게 명백해 보였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도주의 우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교수를 구속시킨 겁니다.


2심에서는 정치적 장난은 그만 치고, 인정할 건 인정하는 가운데 철저히 법리에 입각한 변호전략을 짜는 게 좋을 겁니다. 

어차피 2심에서는 대개 양형을 다투잖아요. 지지자들을 매트릭스에 가둬놓기 위해 거짓말을 계속하면, 형량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거죠. 하지만 이미 사안을 정치화해 놓은 상황이라, 이제 와서 혐의를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들의 거짓말을 철떡같이 믿고 있던 지지자들은 어떻게 실망시킬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못 먹어도 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문제는 그렇게 정치적 기동을 할 수록 정교수와 조 전 장관은 법적으로 불리해진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는 조 전 장관의 혐의를 확인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러니 조 전 장관은 자신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2.학교에 사직서를 낸 것이 작년 12월 19일. 얼추 1년이 지났네요. 이로써 내 싸움은 끝났습니다. 

거짓이 진실을 집어삼키는 것을 보고, 이러다가 사회가 위험해지겠다고 생각해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사실이 사실의 지위를 되찾는 데에 무려 1년이 걸렸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는 투표장이 아니라 일하는 현장에서 확인되는 겁니다. 누군가 사실을 말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면, 그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닌 겁니다. 

상사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했다고 쫒겨나야 한다면, 그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닌 겁니다.


그 동안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킨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빤히 알면서도 대중을 속여온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들, 조국을 비호하기 위해 사실을 날조해 음해공작까지 벌인 열린민주당의 정치인들, 그리고 이들의 정치적 사기행각을 묵인하고 추인해 온 대통령을 비판합니다.


위조된 표창장을 진짜로 둔갑시킨 MBC의 PD수첩, 이상한 증인들 내세워 진실을 호도해온 TBS의 뉴스 공장, 조국 일가의 비위를 비호하기 위해 여론을 왜곡해 온 다양한 어용매체들, 그리고 그 매체들을 이용해 국민을 속여온 수많은 어용기자들을 비판합니다.


또한 감시자의 역할을 저버리고 외려 권력의 사기극에 협조한 시민단체들, 성명서와 탄원서로 조국 일가의 비리를 변명하고 비호해 온 문인들, 그리고 여론을 왜곡하기 위해 온갖 궤변을 늘어놓으며 곡학아세를 해온 어용 지식인들. 이들 모두를 비판합니다.


그리고 나의 '특별한 비판'은 사실을 말하는 이들을 집단으로 이지메 해 온 대통령의 극성팬들, 민주당의 극렬 지지자들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들이 망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3.유죄 판결이 내려졌다고 당정청과 지지자들이 생각을 바꾸지는 않을 겁니다. 

그들의 정신은 이미 사실과 논리의 영역을 떠났으니까요. '세계관적 사유'를 하는 이들은 개별사실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 세계관 안에서 인지부조화를 해결하는 방식을 기필코 찾아내죠.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사이비종교에 빠진 신도를 '개종'시키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세계관 전체를 교체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게다가 '인간은 합리적 동물이 아니라 합리화하는 동물'.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하기보다는 변명을 찾는 데에 더 능하니까요.


정의롭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은 먼 훗날에 도달할 지 모르는 텔로스가 아닙니다. 

정의와 평등과 자유는 이미 그 세상을 만드는 '과정' 속에 구현되어야 하는 겁니다. 허위와 날조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대의라면, 그 대의는 처음부터 그릇된 대의인 것입니다.'그릇된 대의'는 대개 일부 기득층의 사적 이익을 공동체 전체의 공리로 포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언젠가 대깨문 사이트에서 댓글 하나를 보고 '울컥'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부동산대책 때문에 전세에서 월세로 쫒겨났을 때는 문프를 원망도 했지만, 지금은 마음을 추스리고 그분을 다시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지키는 게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주는 이상한 나라가 됐습니다. 

가난한 서민들이 이미 가질 만큼 가진 사람들의 특권을 지켜주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개혁'의 대의를 자신들의 사익에 악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공화국'이라는 말은 '공적 사안'을 뜻하는 라틴어 'res publica'에서 온 것입니다. 


잊지 맙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국민은 주권자입니다. 

우리는 일부 특권층의 사익에 봉사하는 신민이 아닙니다.


이것으로 제 페이스북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가끔 들어와 안부는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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