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
1월29일 밤, 북한에서 날아든 통지문은 일방적이었다. 북한은 이날 밤 10시10분쯤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 통지문을 통해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 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 행사까지 시비에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방통보했다.
북한은 1월19일에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공연을 위한 사전 점검단을 20일에 파견한다고 했다가 당일 밤늦게 아무런 설명 없이 중지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북한의 습관성 트집잡기, 일방적 취소 통지가 되풀이 되고 있다.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맹비난하며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회담을 불과 10시간 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통일부는 "회담 당일인 0시30분쯤 리선권 단장의 명의의 통지문에서 우리 측의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오는 11∼25일 진행되는 맥스선더 훈련은 한미 공군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연합훈련으로 미군 측에서는 F-22 스텔스 전투기, F-15K 전투기 등이 참가한다. B-52 장거리폭격기 투입은 북한의 반발로 취소됐다.
▶북한 의도는
북한은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상국가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과거의 불량국가의 행태를 되풀이 하는 것은 의도가 숨어 있다. 세계적 관심이 쏠린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흔들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화조급증에 걸린 한국을 앞에 내세워 판을 흔드는 속셈이다. 일종의 성동격서라고 할까. 미국은 미북회담을 앞두고 북한 핵무기 일시제거 후 미국내로 이송, 핵과학자 해외 이주 등 전방위 압박 카드를 내놓았다. 다음 주 초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해 한미 회담을 갖는데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설득의 숙제를 준 것이다. 문 대통령이라는 지렛대롤 통해 미국 매파들의 압력을 완화시키겠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미국을 향해 판을 깰 수도 있다는 겁박을 주는 효과도 노린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리더십이 악화일로다. 러시아 특검 수사로 궁지로 몰리는데다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트럼프의 정치적 운명이 태풍 앞의 촛불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이를 잘 아는 김정은이 트럼프를 한 번 떠보는 셈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 7, 8일 중국 다롄서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영구적 핵폐기(PVID)’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미국이 승전국과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하기에 달려
시험대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반발하겠지만 내심 한 발 물러설 것 같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입을 막거나 북핵폐기 압박론을 완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로서는 이번 회담이 실패로 돌아가면 정치적 치명상을 입는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김정은을 어르고 달래서 싱가포르 회담장에 앉히는 것이 중요하다.
▶성명서와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오전 3시쯤 송고한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어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 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여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냥해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라고 한 통신은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도발”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통신은 판문점 선언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을 언급하며 “남조선 당국과 미국은 역사적인 4.27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대규모의 연합공중훈련을 벌여 놓음으로써 지금가지 우리가 보여준 평화 애호적인 모든 노력과 선의에 무례무도한 도발로 대답해 나섰으며 선언 이행을 바라는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커다란 우려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 있다”고 한 통신은 “선의를 베푸는 데도 정도가 있고 기회를 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통신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은 어느 일방의 노력으로 이행될 수 없으며 쌍방이 그를 위한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힘을 모아 조성해나갈 때 비로소 좋은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이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 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북미 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며 우리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를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트집잡기 이유 드러낸 김계관 성명서 내용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핵 포기만 강요하는 대화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내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지도 재고려하겠다고 했다.
◇ 다음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 담화 전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동지께서는 조미관계의 불미스러운 력사를 끝장내려는 전략적결단을 내리시고 우리 나라를 방문한 폼페오 미국무장관을 두차례나 접견해주시였으며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참으로 중대하고 대범한 조치들을 취해주시였다.
국무위원회 위원장동지의 숭고한 뜻에 화답하여 트럼프대통령이 력사적뿌리가 깊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조미관계를 개선하려는 립장을 표명한데 대하여 나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으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이 조선반도의 정세완화를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큰걸음으로 될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그런데 조미수뇌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여나오고 있는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후 보상》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핵포기방식이니,《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니,《핵,미싸일,생화학무기의 완전페기》니 하는 주장들을 꺼리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채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다.
나는 미국의 이러한 처사에 격분을 금할 수 없으며 과연 미국이 진정으로 건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미관계개선을 바라고 있는가에 대하여 의심하게 된다.
세계는 우리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데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있다.
핵개발의 초기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이미 볼튼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트럼프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튼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 되였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핵포기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비핵화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하여서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데 대하여 수차에 걸쳐 천명하였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우리의 아량과 대범한 조치들을 나약성의 표현으로 오판하면서 저들의 제재압박공세의 결과로 포장하여 내뜨리려 하고있다.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전 행정부들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행정부가 우리의 핵이 아직 개발단계에 있을 때 이전 행정부들이 써먹던 케케묵은 대조선정책안을 그대로 만지작거리고 있다는것은 유치한 희극이 아닐수 없다.
만일 트럼프대통령이 전임자들의 전철을 답습한다면 이전 대통령들이 이룩하지 못한 최상의 성과물을 내려던 초심과는 정반대로 력대 대통령들보다 더 무참하게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것이다.
트럼프행정부가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지만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수 밖에 없을것이다.
주체107(2018)년 5월 16일
평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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