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한 과천정부청사 6번지 잔디마당은 어른 무릎높이로 잡초가 자라 무성한데도 그동안 방치해 놓았다.
정부과천청사관리소는 시민들이 달아놓은 자물쇠와 리본은 즉각 떼면서도 아이들이 엄마아빠와 손잡고 드나드는 청사마당 풀은 그대로 두어 "일부러 업무를 안 하는 것이냐"는 빈축을 샀다.
이에 과천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26일 청사마당 잡초제거 작업에 나섰다.
예초기 등을 동원해 26일 과천청사마당 6번지 땅 제초작업을 하고 있는 과천시민들. 사진=이슈게이트
과천시민들은 이날 오전 ‘8‧4대책 철회 염원 과천시민광장 가꾸기 운동’을 벌였다.
시민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청사마당 6번지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제거했다.
시민들은 가을이지만 햇볕이 강해 연신 땀을 닦으면서도 쉬지 않고 예초기를 돌리고 낫으로 풀을 베고 포대에 담아 깔끔하게 청사잔디마당을 정돈했다.
이날 행사는 과천청사시민광장을 지키기 위해 피켓 시위를 벌이는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잡초를 제거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자발적으로 시민들이 참여해 이뤄졌다.
잡초 제거를 제안을 별양동 이 모씨는 “ 2주 동안 혼자 와서 조금씩 잡초를 뽑곤 했지만 역부족이라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잡초를 제거하자고 제안했고 많은 시민들이 동참해 기쁘다” 고 했다.
부부가 나와서 작업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평소 낫질을 해 보지 않아서 서툴지만 손놀림이 부지런했다.
시민들은 힘든 작업임에도 내 앞마당을 가꾼다는 마음으로 참여해 이 또한 축제분위기였다.
베어놓은 풀을 포대에 담고 있는 과천시민들. 사진=이슈게이트
이날 시민들의 자원봉사 소식이 전해지자 과천청사 사수 범시민대책위도 지원과 응원 차 함께 했다.
과천회소속 회장들과 김종천 과천시장, 제갈임주 시의장, 김현석 시의원, 신계용 전 시장도 참석해 시민들을 격려하고 응원했다.
신학수 문화원장은 “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천시민이 주인행사를 해야 한다. 방치하면 안 된다” 고 했다.
김성훈 과천회 회장은 “ 오늘 제초작업과 청소는 범대책위 실무진과 학부모들이 안을 만들어 진행하게 됐다” 며 “ 40여분의 과천회 회장들이 응원하러 나왔다”고 했다.
제초작업으로 벤 풀을 포대에 담고 청소를 도운 보광사 종훈스님은 “ 우리가 시민광장을 사랑한다면 가꾸는 게 당연하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면 자녀에 관심을 가지듯 우리도 청사시민광장에 관심을 갖고 가꾸어야 한다” 며 “ 이제 날씨도 좋아져서 아이들도 많이 노는데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쯔쯔가무시병이나 진드기 등으로 건강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종훈 스님은 “ 이곳은 주택지가 아니다. 공원을 만들어야 할 곳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초작업은 가을햇살이 따가운 이날 오후 늦게까지 진행됐다. 오후엔 주민자치위원들과 재향군인회원들이 힘을 보탰다.
분주하게 제초작업을 하는 과천시민들. 사진=이슈게이트
잡초 제거 소식을 전해들은 청사관리소 직원들이 나와 제초작업을 못하게 막았다.
과천시민들은 청사관리소 측과 1시간 가량 실랑이를 벌였다.
잡초 제거작업에 참가한 한 시민은 “ 시민의 안전을 위해 잡초제거는 청사 관리소가 해야 할 업무인데 방치해놓고 안전상의 문제로 시민들이 제초를 하겠다고 하는데도 방해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며 “ 일부러 유휴지임을 강조하기 위한 수법 아니냐"고 했다.
청사관리소는 청사잔디마당 6번지에 설치된 공중화장실도 폐쇄했다.
이유는 코로나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한다.
하지만 과천시 한 관계자는 주말에는 화장실을 개방했는데 시장 집무실이 옮겨오면서 폐쇄한 것 같다” 며 “ 현재 국유지 무단 점유로 계고장이 계속 오고 있다. 계속 버티면 경찰에 고발하겠다 한다”고 했다.
현재 범시민대책위 컨테이너 박스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받은 상태다.
과천시민들이 26일 깔끔하게 제초를 한 뒤 맑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슈게이트
26일 제초작업을 한 뒤 과천청사마당 6번지가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게 깔끔해졌다. 벤 풀을 담은 포대 50여개가 화장실 옆에 쌓여 있다. 사진=이슈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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