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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임차인입니다”... 빠루보다 더 강력한 윤희숙 의원 5분 발언
  • 기사등록 2020-07-31 16:45:31
  • 기사수정 2020-07-31 23: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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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갑 초선의원인 윤희숙(50) 미래통합당 의원의 30일 국회 본회의 ‘5분 부동산 발언’이 화제다. 

차분하고 조리 있게 더불어민주당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인 주택임대차 3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윤 의원의 연설은 ‘레전드(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전파되고 있다. 같은 당 황보승희 의원은 “윤 의원님 5분 발언 전율이 느껴진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명예교수는 31일 페이스북에 “이제야 제대로 한다”며 후한 평가를 내리고 "빠루 들고 싸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 의원의 연설은 두 가지 점에서 평가한다”며 “첫째 비판이 합리적이고, 둘째 국민 상당수가 가진 심정을 정서적으로 대변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30일 국회본회의에서 5분발언을 하는 윤희숙 통합당 의원. 사진=국회방송 캡처 

윤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임대차3법을 처리하기 위해 연 30일 본회의장 단상에 서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운을 떼고 민주당의 일방적 법처리를 차분한 어조로 비판했다.

윤 의원이 임차인이라고 한 것은 자신도 서초구에 전세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회 기재위원으로서 다주택자가 논란이 되자 최근 세종시 주택을 팔았다. 배우자 명의의 성북구 주택은 소유하고 있지만 임대를 하고 서초구에 임차인으로 들어가 있다.


윤 의원은 5분 연설에서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이라며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전세가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세 소멸’을 경고했다. 


윤 의원은 “우리나라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며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주어서 두려워하지 않게 할 것인가, 임대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그리고 수십억짜리 전세 사는 부자 임차인도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러한 점을 점검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해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법으로 달랑 만드느냐. 축조심의 없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우리나라의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며 연설을 끝맺었다.   


  

윤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석사를 거쳐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과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등을 지냈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에 영입돼 서울 서초갑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후보자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종인 체제에선 당 경제혁신위원장을 맡았다. 



<윤희숙 의원 5분 발언 전문>

 


 존경하는 박병석 국회의장님, 그리고 동료 선배 의원 여러분 저는 서초갑 윤희숙 의원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 오늘 표결된 주택임대차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나왔습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 제가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입니다. 제 개인의 고민입니다. 

  

임대 시장은 매우 복잡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상생하면서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으로서는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가거나 입니다. 그러면 제가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느냐, 절대 찬성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정부가 부담을 해야 합니다.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시장은 붕괴하게 돼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는 여러분이 모두 다 아시겠지만 전 세계에 없는 특이한 제도입니다. 고성장 시대에 금리를 이용해서 임대인은 목돈 활용과 이자를 활용했고 그리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집 마련으로 활용했습니다.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이 전세 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전세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을 혼란에 빠트리게 된 것입니다. 벌써 전세 대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여기서 말씀 드리려고 하는 것은 이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정말 불가항력이었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예측하지 못했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30년 전에 임대 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2년으로 늘렸을 때 단 1년 늘렸는데 그 전 해부터 89년 말부터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해서 전년 대비 30% 올랐습니다. 1990년은 전년 대비 25% 올랐습니다. 이렇게 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5%로 묶어놨으니 괜찮을 것이다? 지금 이자율이 2%도 안 됩니다. 

  

제가 임대인이라도 세놓지 않고 아들, 딸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할 것입니다. 조카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관리비만 내고 살라고 할 것입니다. 


불가항력이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100번 양보해서 그렇다 칩시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나라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소한 최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라고 상임위원회의 축조심의 과정이 있는 겁니다. 이 축조심의과정이 있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을까요? (의석에서 5초간 박수) 저라면,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 두려워하지 않게 할 것인가, 임대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그리고 수십억짜리 전세 사는 부자 임차인도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런 점들을 점검했을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거를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 이 법을 만드신 분들, 그리고 민주당, 이 축조 심의 없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의 역사와 민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서 그는 하루 전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제 법사위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임대차3법이 모두 상임위를 통과했다. 세입자에게 2년을 더 살 수 있게 보장하고, 임대료는 계약의 5% 내에서만 올릴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고 말문을 연 뒤 “그런데 법을 만든 사람의 생각을 더 명확히 볼 수 있는 부분은 다음 2가지”라고 했다.

 “첫째 소급적용. 시장충격을 고려해 노란불 기간을 주는 것이 통상적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는 것은 현재의 세입자에게  선심을 얻어 다가오는 선거에서 표로 연결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또 “두번째 임대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임대인이 실거주하겠다고 세입자를 내보내고는 다른 세입자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 세입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고 실제 손해를 입증하지 않더라도 법에서 정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인정해주게 돼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경제학자로서 어처구니없는 법을 법이라고 만든 사람들의 무지함과 뻔뻔함에 분노가 치밀지만, 정치적으로는 여당의 자충수이니 화낼 필요가 없다는 복잡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는 전세제도 소멸”이라며 “우리나라 만의 특수한 제도인 전세제도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천천히 축소되고 있었는데, 이 법으로 그것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전세 제도를 갑자기 몰아내는 것”이라고 ‘전세소멸’을 예상하고 있다. 

또 시장혼란에 대해 “당장의 시장 혼란도 클 것”이라며 “개정된 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아니라 주택임차보호법이다. 임대인을 법의 보호 테두리 밖으로 밀어낸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법을 만든 사람 마음은 임차인이 본인의 표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대인은 딱히 우리 국민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그 계산이 맞을까? 저부터도 임대인이자 임차인이다. 예전처럼 사회계층이 간단치 않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의 계약 당사자 중 한쪽을 적대시하는 순간 임대시장은 쪼그라들게 돼 모두가 손해를 본다”며 “2차 대전 이후 주택 부족에 시달리며 임차인 보호를 위한 수많은 실험을 했던 선진국들에서 증명된 바인데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폭격과 임대료 통제라는 말은 그간의 역사에서 예외 없이 증명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임대인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는 순간 이런 정책은 작동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임차인 보호도 물건너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법은 선동적이기까지 하다. 임대인은 적이고 임차인은 내친구라는 선언을 하고 있으니 정책을 실제 작동하게 하는 것이 법안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라는 뜻이다. 저열한 국민 갈라치기 정치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사회과학의 기본은 의도치 않은 효과(unintended consequence)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법과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윤리”라며 “ 그런데 여당은 법안 심사 소위조차 구성하지 않고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이 죄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정치가로서의 저는 걱정이 없지만, 경제학자로서의 저는 암담하다”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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