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작성된 4·8 남북 합의서와 다른 ‘이면 합의서’의 존재여부가 논란을 일으켰다.
박 후보자를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공격했던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당시 정상회담 대가로 5억달러를 지급하는 등 총 30억달러 지급 약속의 이면합의서라며 청문회장에서 공개했다.
박 후보자가 2000년 4월 8일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자격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송호경 부위원장과 합의문을 작성하면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별도로 체결했다는 것이다.
27일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박지원 서명이 있는 30억달러 대북지원합의서를 들어보이자 박 후보자가 "모든 것을 걸겠다"며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사진=TV조선 캡처
박 후보자는 “그런 건 없다. 내가 (사인)한 적이 없다” “기억이 없다” “저를 모함하기 위해서, 김대중 정부를 모함하기 위해서 (서명을) 위조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실이면 사퇴하겠다”고 전면 부인했다. “복사본을 주면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도 했다.
4·8 남북 합의서는 남북 당국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최종 합의한 문서인데 경제적 지원 문제는 언급이 없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공개한 '비밀합의서'. 사진=TV조선캡처
통합당이 이날 이면 합의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 문건에는 △ 남측은 민족적 협력과 상부상조의 정신에 입각하여 북측에 2000년 6월부터 3년 동안 25억 달러 규모의 투자 및 경제협력 차관을 사회간접부문에 제공한다 △남측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5억 달러분을 제공한다 △이와 관련한 실무적 문제들은 차후 협의하기로 하였다 등 내용이다.
이 문건대로라면 박 후보자가 북한에 총 3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것이 된다.
박지원 후보자의 서명 비교. 비밀합의서 서명이 다른 서명과 동일해보인다. 사진=TV조선캡처
통합당이 공개한 문건에는 박지원 후보자의 서명이 적혀 있다.
4·8 남북 합의서의 서명 필적과 유사해보였다.
박지원 후보자는 이날 오후 비공개청문회에서 30억달러 규모의 대북 지원에 대해 남북 간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합의문 작성이나 서명을 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미래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이 전했다.
하 의원은 비공개 청문회에서 대북송금 특검 당시 판결문을 인용해 "우리 정부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면 쌀·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향후 20억∼30억달러에 상당하는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 제안했다"고 상기시켰다.
박 후보자는 "2000년 3월 8일 싱가포르에서 (북한 특사와) 1차 접촉이 있었고 (3월 17∼18일) 상하이에서 2차 접촉이 있었다"며 "그때 북한은 협력 지원을 요구했지만 남측은 현금지원이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그러면서 "대신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나 민간 사업가 등의 투자 자금으로 20억∼30억 달러 대북 투자가 가능하지 않겠냐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은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4·8 이면합의서’ 진위를 확인할 때까지 국정원장 임명을 유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훈 안보실장에 물어보면 되니 확인하라”고 했다. 서훈 안보실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비밀협상 때 박지원 문광부 장관을 수행한 국정원 과장이었다.
또 민주당에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규명을 하자고 제안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하태경, 이철규, 조태용 의원 등 국회정보위원회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확인도 안하고 임명할 경우 국가 안보에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며 “만약 이게 진짜 문서라면 북한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러면 북한이 박지원 국정원장을 임명할 경우 ‘이거 공개할 테니 우리말 들어주라’며 협박카드로 쓸 수 있다. 박 후보자는 약점 잡힌 거다. 휘둘릴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전직 고위공무원이 사무실에 가져다 준 것"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28일 ’30억 달러 비밀합의서‘ 의혹과 관련해 “믿을 수밖에 없는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이 그것을 사무실에 가져와 청문회 때 문제 삼아달라고 해서 공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고 “제가 그 서류를 위조해 제출했겠느냐”고 했다.
이어 “(박 후보자가) 원본을 제시할 수 있느냐고 하는데, 만약 서류가 진실이라면 평양에 한 부 있고, 우리나라에 한 부가 아주 극비문서로 보관돼 있지 않겠느냐, 어떻게 우리가 원본을 입수하겠느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28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여당 간사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정보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고 여당 의원들이 회의한 결과 채택하기로 결정해 의결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30억달러 남북 이면합의서 논란에 대해선 “후보자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고, 야당에서도 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채택을 연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사실로 밝혀진다면 단순 사태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청와대는 29일 30억달러 남북 정상회담 이면 합의서 의혹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 문건"이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원, 통일부 등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이른바 이면합의서라는 문건은 정부 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부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있었다면 박근혜, 이명박 정권 때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지원 원장에 대한 임명을 28일 재가하고 29일 청와대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가졌다.
박지원은 누구?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대북 송금을 주도한 혐의로 노무현 정부 들어 2003송두환 특검팀에 의해 기소됐다. 특검은 당시 현대가 5억달러(현물 5000만달러 포함)를 북한에 지원한 것으로 파악했다.
박 후보자는 특검 수사 종료직전 현대로부터 150억원을 별도로 챙긴 혐의가 포착돼 검찰에 의해 2003년9월 기소됐다.2004년에는 대통령비서실장 시절 SK와 금호로부터 청탁을 받고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박 후보자에게 징역 12년과 추징금 148억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이 150억원 수수혐의를 무죄파기환송했다.
이후 불법송금관여혐의와 금호 등 1억원 수수혐의만 인정돼 2006년 징역 3년에 추징금 1억원이 확정돼 복역하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사면 복권됐다.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2003년8월 종로구 현대건물 사무실에서 뛰어내리는 극단적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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