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은 숫자의 힘이 관행론을 일방적으로 눌렀다.
더불어민주당은 176석(박병석 의장, 선출된 뒤 관례적으로 탈당)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법대로 하자며 법사위를 차지하고 53년만에 야당의원을 상임위에 강제배분했다.
통합당은 국회의 전통과 관례를 내세웠다. “우리를 밟고 가라”는 강경론이 분출하면서 충돌을 불사했다. 야당 원내대표가 사퇴선언을 하면서 여당의 협상파트너가 사라지는 이상현상도 나타났다.

김태년 “통합당 뉴노멀 직시하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금주 중 상임위 구성을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금주 안으로 18개 상임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샅바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하던 반칙이 정치 기술로 통하던 예전 시절로는 못돌아간다. 어제 법사위원장 선출로 과거 식물 국회로 돌아가는 자리는 영원히 끊어졌다"고 주장하고 "미래통합당은 달라진 뉴노멀을 직시하고 변화에 적응하라"고 통합당을 압박했다.
박병석 의장, 53년만에 처음으로 야당 상임위 강제배분
법사위 등 6개 상임위원장 여당몫 선출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면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15일 국회사상 처음으로 상임위원회를 강제 배분하고 여당단독의 상임위 6개 선출을 강행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야당에게 배분된 법사위를 포함해 기획재정위 외교통일위 국방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보건복지위 6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의원으로 뽑고 통합당 의원들을 강제배분했다.
국회에 따르면 53년 전인 1967년 7대 국회 개원 당시 이효상 국회의장이 야당이던 신민당 의원들의 상임위를 강제로 배정했다.
신민당이 부정선거 의혹 등을 이유로 국회 등원을 거부하자 의장이 야당 의원들을 무소속으로 간주, 배정했다.
박 의장은 21대 국회 개원 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단독 선출됐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고 상임위원부터 구성하게 돼서 매우 유감”이라며 “시간을 더 준다고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사퇴 카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원내대표직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를 박병석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일방선출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만류에도 사퇴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다.
이종배 정책위의장 역시 주 원내대표와 함께 사의를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를 나서며 “이미 사퇴할 뜻을 밝혔고,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법사위 등 11개 상임위원장 우선 선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15일 국회 원구성을 위한 막판협상을 벌였으나 예상대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 등 자신들이 갖기로 한 상임위원장 선출부터 강행하기로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실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막판 회동을 가진 뒤 "지난주 금요일 본회의에서 의장님께서 오늘 정상적으로 본회의를 개최해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며 "그래서 오늘은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상정해서 처리해 달라고 의장께 강력하게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범위는 의장님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덧붙여 일단 법사위 등 민주당이 갖기로 한 11개 상임위원장직부터 선출할 것임을 시사했다.
통합당 "승자의 저주 권력의 저주 받을 것"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과 집권세력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오명을 남길 폭거를 기어코 자행하겠다고 조금 전 제게 최종 통보했다"며 "오늘 자신들이 원하는 법사위 등 몇 개 상임위의 위원장을 선출하고 며칠 뒤 다시 몇 개 상임위원장을 다시 선출하겠다고 한다”며 민주당의 최후통첩 내용을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상호존중이 결여된 그 어떤 협상에도 임하지 않겠다”며 "다수의 힘으로 야당을 밀어붙이고 가는 것이 쉬워 보이겠지만 결국 ‘승자의 저주’, ‘권력의 저주’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집권세력은 폭주열차처럼 내달리다가 스스로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 임기가 이제 채 2년도 남아 있지 않다"며 "나라의 미래를 위해 협치로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 마음도 이제 접어야 할 것 같다”며 대여 강경투쟁을 경고했다.
미래통합당 배수의 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통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에게 통합당 몫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무위원회, 국토위원회, 교육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배분하겠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를 통합당 의총에 보고했다. 통합당 의총은 공식 거부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12일 국회를 열었지만 곧 다시 닫았다. 그는 사흘의 말미를 주며 15일 국회서 처리하겠다고 압박했다.
통합당은 강경해졌다. 박 의장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편을 든다는 것이다.
의원총회는 민주당 성토장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제안이라며 협상안을 소개하자 "상임위원장을 다 뺏겨도 좋다", "명분을 잃을 수 없다"며 협상안을 비토하자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법안의 체계·자구심사를 담당하는 법사위가 더불어민주당에 넘어가면 여당을 견제할 입법의 최소한 방어막마저 무너지게 된다는 항변이었다.
박대출 의원 등 3선 의원들은 의총 도중 밖으로 나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한 당이 모두 갖지 않는 것이 32년간 국회의 전통"이라며 "통합당에 법사위원장 배분이 관철되지 않으면 3선 의원 일동은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야당 몫 국회부의장으로 내정된 5선의 정진석 의원도 의총장에 이어 페이스북에 "부의장이 안 돼도 좋다. 상임위원장 배분 투쟁을 해야 한다"라며 "국회 부의장 선출 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강경론에 힘을 실었다.
주 원내대표는 의원 총회가 끝난 뒤 "더 이상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향해 “우리를 밟고 가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 이제 협상 결렬을 선언했기 때문에 (민주당과 15일 전에) 접촉하거나 만날 일이 없다"며 "법사위를 뺏기고는 도저히 야당으로서의 존재 의의도 없고 국회 자체도 국회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협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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