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의 승자는 누구인가? 막말대왕 로드리고 두테르테(73) 필리핀 대통령은 김정은을 수혜자로 꼽는다. “처세에 능하고 타이밍을 잘 안다”는 것이다.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가 그랬다. 조조는 잔인하면서도 스케일이 컸고 정치적 타이밍에 대해서는 동물적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9일 남부 다바오에서 “김정은은 항상 못된 아이로 묘사됐지만 한 번의 성공으로 이제 모든 사람이 영웅이 됐다”며 “김정은은 이 시대의 인물”이라고 했다. 두테르테는 지난해 8월 김정은을 ‘미치광이(maniac)’ ‘미친놈(crazy man)’ 으로 비판했던 사람이다.
김정은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칭찬도 한 몸에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 위원장을 ‘꼬마 로켓맨’이라 비하하던 과거와 달리 “매우 많이 열려있고 매우 훌륭하다”고 말을 바꿨다.
김정은은 5개월 전만 해도 전 세계의 미치광이였다. 지난해 9월3일 ‘수소핵폭탄’을 실험하고 11월29일 미국본토 코앞까지 화성15호 ICBM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그러고 나선 “핵 무력이 완성됐다”고 선언하곤 대화의 손을 슬그머니 청와대에 내밀었다.
적절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이제나저제나 하며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청와대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손을 덥석 안 잡을 수 없는 순간에 카드를 내민 것이다. 이후 김정은의 감성적인 연출력은 더욱 돋보였다. 현송월과 김여정 등 미소를 머금은 여인들이 남쪽에 내려와 젊은이들을 뒤흔들고 김정은은 평양에 올라온 레드벨벳 걸그룹 어린 여가수들에게 악수 한 번을 해주고 “존경합니다”라는 인사를 받았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극한적으로 향할 때 전격적으로 미모의 이설주를 대동해 베이징을 방문한 것도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시진핑으로선 김정은이 미국 등 전 세계를 향해 자신을 종갓집 형님처럼 모시는 데 감동받았을 것이다.
김정은이 북핵과 관련한 공식적인 최근 발언은 20일 노동당중앙위 결정으로 “북한은 핵보유 국가”라고 말한 것이 전부다. 당시 결정문은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로 돼 있다.
미치광이가 하루아침에 이 시대의 위대한 지도자로 변신이 가능할까. 막말의 대왕들인 두테르테와 트럼프가 김정은을 칭찬한다고 우리 국민들이 거름지고 장에 가듯 덩달아 춤을 출 일은 아니다. 섣부른 통일 기대는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은 시대의 영웅도 민족의 지도자도 아니다. 여전히 핵을 쥐고 대한민국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 있는 34세의 혈기방장한 독재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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