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적으니까 좀 편하겠네.” 지난 13일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되는 서울 신촌 음식점에 들른 국무총리가 한 말이다.
입이 열 개라도 정 총리 발언은 잘못된 것이다.
정 총리의 대화를 나눈 60대 여종업원은 정 총리보다 온전했다.
정 총리가 “손님 적으시니까 좀 편하겠네”라고 억지춘향식 발언을 하자 수행한 음식점 사장이나 측근들은 무슨 좋은 일 생긴 것처럼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웃음으로 화답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마음이 힘드니까.”
이해가 되는 말이다. 장사가 잘 돼야 종업원이 월급도 받고 먹고살기가 좋아지는 것이다. 장사가 안 되면 종업원은 사장 눈치가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니 마음이 편할 수 없는 것이다.
몸이 편해도 마음이 불편한 종업원에게 “편하게 쉬시라”라고 한 것은 강요일 뿐이다.
민생탐방을 나간 총리가 할 말이 아니다. 그것은 위로도 농담도 아니다.
야당에서 “절망적 현실에서 말장난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총리공보실은 “사장이 아니라 여성 종업원에게 한 말”이라며 “육체적으로 좀 편안해진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개념충만한 발언”이라며 “진정 그 깊은 속정을 제대로 이해할 감수성이 정녕 없단 말인가”라고 했다.
그야말로 가관이다.
이들은 여종업원이 마음이 안 좋다라고 하는데 왜 그 말의 진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족을 붙이는가.
왜 진심을 무시하고 오도하는가. 그렇게 아전인수격이고 훈계조로 몰아세워도 되는 존재가 언론과 국민인가.
달나라 구름 위의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정 총리는 또 다른 점포에 가서는 “그간에 돈 많이 벌어 놓은 것 가지고 조금 버티셔야지”라고 말했다.
참 속 편한 소리다. 하루하루 벌어 살기에 급급한 현실에서 돈을 금고에 넣어놓고 장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두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해도 부족할 텐데 어쭙잖은 발언은 위로도 유머도 아닌 것이다.
하기사 공무원들은 공무원일뿐이다. 나라가 IMF로 넘어가 망하기 직전에도 공무원들은 월급 잘 나오니 외식도 잘들 했었다.
정 총리만 해도 20대부터 성공한 직장인, 정치인이었으니까 공무원 사고를 못 벗어난다는 느낌을 확 준다.
정 총리는 14일 오후 논란이 이어지자 수행했던 음식점 사장의 글을 링크하고 자신의 입장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정 총리는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오해고 왜곡이다.”
여전히 정 총리는 사태의 본질과 핵심을 놓치고 있다.
지도자들은 잘 듣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정 총리는 잘못 한 것이다. 실언을 한 것이다.
종업원이 “그래도 마음이 힘드니까”라고 말한 이유가 뭔지 새겨들어야 했다.
국민이 장사가 안 돼 편하지 않다는데 “편하게 지내라”라고 한 것은 위로도 유머도 아닌 것이다.
정 총리는 그 여종업원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총리가 민생현장에 가는 것은 사진 찍기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아프고 힘든 얘기를 듣고 등을 두드려주기 위해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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