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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와 담판 통해 정상국가 지도자로 우뚝 설 것
  • 기사등록 2018-04-21 09:17:37
  • 기사수정 2018-04-22 21: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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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소르망 "김정은, 트럼프와 담판 통해 정상국가 지도자로 우뚝 설 것"―

중앙일보 배명복 칼럼니스트는 프랑스 지식인 기 소르망을 21일자 지면에서 인터뷰했다. 국제관계와 국내 개혁과제에 통찰력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소르망의 분석을 음미해볼 필요가 크다.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더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면 기 소르망(74)은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더 유명한 프랑스 지식인일지 모른다. 그는 지금까지 28권의 책을 썼고, 그중 16권이 한국어로 번역·출간됐다. 그는 한국을 가장 많이 찾은 프랑스인 중 한 명이다. 100번 넘게 왔다. 1986년 첫 방한 이래 매년 평균 세 번은 한국을 찾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초청받아 오기도 했지만 자비(自費)로 온 적도 많다고 한다. 이만하면 지한파(知韓派), 아니 친한파(親韓派) 프랑스 지식인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며칠 전 개인적으로 방한해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 조찬모임에서 강연한 그를 17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프레스클럽에서 만났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과 거의 같은 시기에 프랑스 대통령에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 사진=뉴시스


-마크롱의 국정 수행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잘하고 있다고 보나.
“나쁘지 않다.”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마크롱의 노동 개혁은 지나치게 친(親)기업적이고,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다. 마크롱이 내놓은 노동법 개정안은 애초에 밝힌 것보다 상당히 후퇴한 내용이다. 말하자면 반쪽짜리 개혁안이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대로, 기업인들은 기업인들대로 불만이다. 프랑스 사회가 심하게 분열돼 있다 보니 마크롱 입장에서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간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좌도 우도 아닌 중도를 추구하는 마크롱의 집권을 계기로 프랑스에서 좌우 이념 대립은 사실상 끝났다는 지적이 있다. 동의하는가.
“동의한다. 오늘날 중요한 것은 좌와 우의 구분이 아니라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 즉 개방과 폐쇄의 차이다. 사회당을 지지하는 좌파 진영은 물론이고 마크롱 같은 중도나 우파 진영에도 열린 사회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같은 극좌파나 공산주의자, 극우파는 닫힌 사회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프랑스만 아니라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이제는 좌파와 우파로 나눌 게 아니라 열린 사회 지지자와 닫힌 사회 지지자로 나눠야 한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이제 의미를 상실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개방과 폐쇄로 대체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과 세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나.
“어디로 가는 건지 아마 트럼프 자신도 잘 모를 것이다. 그는 항상 모순된 말을 하고 있고, 말과 행동이 다르다. 어느 면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제도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이다. 1788년 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헌법을 제정하면서 미치광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고민한 끝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헌법에 정교하게 반영했다. 그게 지금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임기 제한을 철폐함으로써 중국의 최고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은 사실상의 종신 황제로 등극했다. 이걸 어떻게 보나.
“시진핑이 임기를 없앤 것은 그만큼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마오쩌둥(毛澤東) 때와 비교해 지금 중국에는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위협하는 많은 경쟁 집단이 있다. 지방정부의 권한이 막강하고, 대기업들도 그렇다. 시진핑은 권력의 1인 집중을 통해 이런 권력 주체들 간 세력 균형을 도모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뜻인가.
“그렇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 불확실성을 초래한다.”
-중국이 미국의 지위를 넘어서는 날이 올 걸로 보나.
“그렇게 보지 않는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 격차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지금과 같이 3~4% 성장을 지속한다면 지금의 성장 속도로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소프트파워에서도 중국은 미국과 비교가 안 된다. 미국은 문화와 민주주의, 인권, 개인주의 등 인류 보편적 규범과 가치를 제공하고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 하드파워로 보나, 소프트파워로 보나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다음 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반도 평화의 중대한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거로 보나.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던 한반도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다. 정상회담을 통해 전쟁 위험이 줄어든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일이다.”
-내달 말이나 6월 초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어떤 결과를 예상하나.
“김정은은 상당히 능란하게 협상에 임할 것이다. 핵 개발의 동결에는 동의하겠지만 핵 능력의 완전한 포기는 거부할 걸로 본다. 체제의 존속과 독립성 유지를 위해 핵 능력 유지가 불가결하다고 볼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 핵협정처럼 핵 능력의 완전한 포기가 수반되지 않은 절반의 비핵화가 될 공산이 크다. 김정은은 북한을 글로벌 시스템에 편입시키기 위한 경제적 합의를 끌어내는 기회로 트럼프와의 담판을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승자는 갑자기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우뚝 서는 김정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핵 문제가 잘 풀릴 경우 한반도의 장래는 어떻게 될 걸로 보나.
“핵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현재의 분단 구조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 모두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지 않고 있다. 위선적이지만 한국인들도 자기 돈 나갈 걱정에 내심 통일을 원치 않고 있다. 당분간 평화적 현상유지가 불가피할 걸로 본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은 불평등 해소와 빈곤 문제 해결에 적절한 처방인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이미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실업자들의 취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실업이 해결 안 되면 빈곤은 심화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취업난을 걱정하면서 그걸 더 악화시키는 처방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실업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재벌의 독점을 완화해 스타트업(신생기업)의 창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재벌들은 이미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 새로운 일자리 5개 중 4개는 스타트업에서 나온다.”


기 소르망은 누군가

기 소르망의 직업을 한 단어로 규정하긴 힘들다. 한국에는 흔히 문명비평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처럼 모호한 직함도 없다. 학문의 깊이와 폭이 남다른 사람을 일컫는 석학(碩學)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이 또한 편의적 호칭이다. 그보다는 저술가나 칼럼니스트가 정확하다.

유대인 출신인 소르망은 프랑스국립동양어대학(INALCO)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프랑스의 엘리트 코스인 시앙스포(정치대학)와 국립행정대학(ENA)을 나왔지만 박사 학위는 없다. 그럼에도 시앙스포에서 30년 넘게 강의를 했고, 또 전 세계 300여개 신문과 잡지에 기고하는 글로벌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현재는 미국 내 프랑스어권 독자들을 위해 발행하는 잡지, 『프랑스-아메리크』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그는 83년 이후 거의 매년 책을 내고 있다. 지난주에는 『다른 곳에서 쓴 일기(Journal d’ailleurs) 2015-2017』이란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마르지 않는 지적 에너지의 원천을 묻자 그는 독서와 여행이라고 대답했다. 즐겨 읽는 장르는 소설이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허먼 멜빌의 『모비 딕』. 한국 소설가로는 이문열을 좋아한다.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이미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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