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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칼럼› 중종반정과 촛불혁명의 귀착점 - 건국대학교 국가정보학과 초빙교수
  • 기사등록 2019-09-27 18:08:15
  • 기사수정 2019-09-27 21: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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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반정이 기존 정치체제의 모순에 대한 근본적인 시정은 하지 못한 채 공신들의 권력 나눠먹기로만 귀착되었듯이, 문재인정부도 결국에는 국민의 삶보다는 권력자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 및 기득권 연장에만 몰두하면서 ‘이건 나라냐’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연산군 12년인 1506년 9월 1일 박원종·성희안 등은 무사를 규합해 당시 실권자인 임사홍·신수근 등을 죽인 다음 경복궁으로 들어가 연산군을 폐하고 성종의 계비 정현왕후 소생인 진성대군을 왕으로 옹립하였다. 

조선 최초로 신하의 손으로 임금을 몰아낸 중종반정이다. 


 연산군은 성종의 적장자로서 12년이라는 기간 동안 조선시대에 가장 완벽한 왕세자 교육코스를 밟고 왕위를 계승(조선 전체 적장자 왕위 계승자는 7명에 불과)하였다는 점에서 확고한 정통성을 지닌 군주였다. 


연산군은 이를 기반으로 왕권 강화를 추구해 두 번의 사화를 통해 훈구세력을 대거 숙청하고 ‘능상(凌上)의 죄’라는 명분하에 언로와 신권을 봉쇄함으로써 개국 이래 태종도 세조도 누려보지 못했던 강력한 전제왕권 체제를 구축하였다. 그러나 그는 성종의 폐비 윤씨 소생이라는 태생적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채, 황음(荒淫)을 탐닉하고 폐모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는데 몰두하다가 역사상 최악의 폭군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문제는 중종반정 이후이다. 중종은 조강지처 신씨가 반정 때 척살당한 신수근의 딸이라는 이유 때문에 강제이혼 당하는 등 공신들의 등살 때문에 처음부터 기를 펴지 못하였다. 이를 극복하고자 조광조와 같은 신진사류를 등용하는 등 왕도정치를 실현하고자 하였으나, 반정공신들에 의한 전횡이 이어지면서 끝내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이뤄내지 못하였다. 

연산군의 폭정에서는 벗어났지만 지배세력만 바뀐 채 백성들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강직한 언관 출신으로 불사이군의 충정 때문에 반정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반강제적으로 반정에 동원되어 공신 책봉을 받았던 채수(蔡壽, 1449∼1515)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껴 경상도 상주로 낙향한 후 당시 잘못된 세태를 비판하는 ‘설공찬전’이라는 한문소설(왕명에 의한 최초의 공식금서, 한글로도 번역되어 허균의 홍길동전 보다 100년 앞선 한글소설로 평가)을 남겼다가 삭탈관직 되기도 하였다.  


1997년 발견된 채수(蔡壽)의 설공찬전 한글번역본 


이른바 ‘촛불혁명’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에 의해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을 몰아낸 역사적 사건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 최순실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게 나라냐’는 국민적 분노가 확산된 결과이다. 


현재 문재인정부는 바로 이 ’촛불혁명‘에 힘입어 취임 초기 84%에 달하는 지지율을 등에 업고 출범하였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현재는 어떠한가? 


특히 이번 ‘조국사태’에 비춰 볼 때 적폐청산이라는 것은 결국 정권장악과 권력교체를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진보좌파의 아이콘으로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던 조국 개인은 ‘조로남불’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탐욕과 반칙의 화신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런데도 촛불의 나팔수나 혁명공신들은 철저한 진영논리에 따라 침묵하거나 대놓고 비호하기에만 급급하다. 

나라 곳곳에서 힘들어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쏟아지고 미래의 희망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국가의 위신과 안보마저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권의 정통성 취약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발전에 올인하였다. 그 덕분에 세계 최빈국에서 오늘날 인구 5천만 명 이상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을 달성한 전 세계 7개 나라 중 하나로 당당한 30-50 클럽의 일원이 되었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것은 ‘촛불혁명’이 부여한 정권의 정통성이다. 중종반정 역시 연산군의 학정을 바로잡겠다는 당당한 명분을 내세워 출발하였다. 


중종반정이 기존 정치체제의 모순에 대한 근본적인 시정은 하지 못한 채 공신들의 권력 나눠먹기로만 귀착되었듯이, 문재인정부도 결국에는 국민의 삶보다는 권력자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 및 기득권 연장에만 몰두하면서 ‘이건 나라냐’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그나마 촛불혁명 세력 중에는 중종반정의 공신으로 책봉되었으면서도 잘못되어 가는 세태를 우려해 죽음을 무릅쓰고 ‘설공찬전’이라는 현실풍자 소설을 남긴 채수 같은 개념인사마저 없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채수가 만년에 설공찬전을 집필한 쾌재정(경북 상주시 이안면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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