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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날 같이 밥이나 먹자고 동네 지인이 초대를 했다. 가만있어도 땀이 맺히는 마당에 직접 백숙을 만들겠다니 송구스러우면서도 기대됐다. 

도시 농부인 그는 과천의 밭에 지어놓은 관리동으로 우리를 불렀다. 



백숙과 죽, 거기다 찰밥까지 준비했다. 직접 쑨 도토리묵에다 올갱이묵도 있었다. 올갱이가 묵이 될 수 있나 했는데 강에서 채취하는 올갱이가 아니라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한다. 청포묵처럼 생겼는데 더 쫄깃쫄깃했다.

밭에 심어 놓은 호박, 가지, 부추 등 나물을 곁들인 밥상은 한 상 가득했다. 딱 친정에서 엄마가 차려 준 음식이었다. 정성으로 키워 비율을 따지지 않고 눈대중으로 손맛으로 만들어낸 음식들은 깊은 맛이 났다. 



우리는 흔히 같이 밥을 먹으면서 정을 나누고 친밀도를 높인다. 하지만 집에서 밥상을 차려 손님을 부르는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만나서 식당에서 회식을 한다. 심지어 부모 자식 간에도 그렇다. 힘들고 번거로운 것을 기피하는 세태가 반영된 현상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는 고향의 맛, 전통의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집밥 관련된 TV프로그램이 뜨고 있다.



백숙을 배부르게 먹고 밭에서 갓 따온 참외를 후식으로 먹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필요한 채소들을 알아서 뜯어가라고 했다. 애호박과 고추, 아욱, 근대, 가지 등 갖가지 채소를 듬뿍 얻어왔다. 그럼에도 지인은 방울토마토도 있었는데 정신이 없어 못 따 줬다고 아쉬워하면서 옥수수가 익으면 와서 쪄 먹고 삼겹살 바베큐 파티를 하자고 했다. 




지난해엔 삼겹살을 밭에서 바로 뜯은 각종 채소를 곁들여 한 끼 푸짐하게 먹었다. 그런가 하면 겨울에는 호박죽을 끓여 먹었다. 그렇게 우리는 인심 넉넉한 이웃 덕분에 계절음식을 즐기고 있다.  


주고도 더 주고 싶은 게 딱 친정엄마 마음이다. 돌아온 후 우리는 ‘보양식 맘껏 먹고 웃고 나니 올 여름 거뜬하겠다’ ‘오랜만에 옛날 엄마 밥상을 받은 듯 푸근하고 푸짐한 잊지 못할 복날이었다’, 큰 언니같고 엄마같은 푸근한 지인에게 감사 카톡을 주고받았다. 


우리는 이렇게 좋은 인연을 이어가며 삭막한 콘크리트 아파트생활의 건조함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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