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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로 만났지만 십수년을 함께하다보니 학창시절 순수할 때 만난 친구 이상으로 정이 든 친구들과 오랜만에 여행을 떠났다. 멀리 갈 필요가 있냐면서 가까우면서도 이색적인 경험을 하자고 금요일 퇴근 후 떠난 1박 2일 여행지가 인천송도다.


흔히 여행은 볼거리가 많은 관광 명소를 찾거나 자연 경관이 수려한 곳을 찾아 가지만 오가는 길에서 교통체증으로 스트레스 받고 가서도 많은 인파에 치여 유쾌하지 않은 여행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요즘 도심에서 쉬는 ‘호캉스’가 새로운 여행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숙소는 피겨 선수 김연아가 투자해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수로를 따라 길게 늘어진 상가는 옷가게, 카페, 소품가게, 맛집들이 즐비해 있는데 어디서나 마주치는 흔한 쇼핑센터의 모습이 아니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수로가 있다니 참 신기했다. 잘 꾸며진 조경에 조명이 비춰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거나 수로 옆에 내놓은 카페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모습은 편안해 보였다. 어린 자녀와 함께 하는 가족 나들이객이 많았다. 금요일 저녁에 느끼는 여유와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뭘 많이 보기 위해 기웃대지 말고 그저 맛집에서 먹고 쉬다가 오기로 한 이번 여행은 ‘수다여행’이었다. 우리는 예로부터 여인들의 수다를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유교문화에서 여인들의 수다를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를 깬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허나 수다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수다는 누구에 대한 뒷담화도 자랑질도 아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다.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 자녀문제, 남편과의 갈등, 건강문제 등 누구나 겪는 애환이자 경험을 나눈다. 서로의 얘기를 듣다보면 이해하고 공감하고 격려하고 응원한다. 속상했거나 슬픈 일을 당한 얘기를 듣고 함께 울먹이기도 하고, 축하할 일이나 좋은 일에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어려운 상황에 대해 조언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기도 한다. 때로는 부끄러운 실수담에 박장대소한다. 밤이 깊도록 주제도 없고 두서도 없는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웃고 떠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담자가 된다. 그러면서 마음이 가벼워진다. 수다를 통해서 힐링을 하고 삶의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 그래도 송도에 왔으니 송도의 명소 한 두군데는 가야지 않겠냐면서 들린 곳이 센트럴파크와 솔찬 공원이다.

 센트럴파크에서 바로 본 송도의 모습은 두바이 어디쯤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상상했다. 국제도시다운 면모의 우뚝 솟은 빌딩과 멋진 건축물들이 이국적이다. 국내 최초로 해수를 끌어와 공원에 만든 인공수로의 물은 깨끗했다. 보트를 타는 가족들과 연인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로를 중심으로 한쪽은 빌싱숲을 이루고 한쪽은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한옥마을이 자리잡고 있었다. 뭔가 엇박자에 아직 정돈되지 않은 듯한 공원이었지만 외국인에게 한국의 정서를 보여주고 싶은 표현이 아닐까 싶다. 공원 담장 여기저기에는 능소화가 피기 시작했다.




센트럴파크에서 차로 5분정도의 거리에 솔찬공원이 있었다. 바닷가에 조성된 공원이다. 바다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에서 아침 겸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었다. 꽤나 비싼 가격이었지만 생수는 물론, 포크와 스푼 셋팅, 피클까지 셀프였다. 

전에는 이 정도의 식사비면 대접받는 서빙이 있었는데 이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어제 저녁을 먹은 실비 수산식당도 주문한 음식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셀프였다. 심지어 공기 밥도 손님이 떠와서 먹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아닌가 싶다. 



바닷가에는 살이 오른 갈매기들이 가까이 사람이 가도 도망가지 않고 익숙한 듯이 앉아 있다. 해치지 않고 먹을 것을 던져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시원하게 부는 바닷바람 속에 산책로를 걸으면서 아쉬움이 남는 여행을 마무리 했다.

오랜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은 편하고 즐겁다. 또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에너지를 보충하고 활력을 찾아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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