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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 (15) 사람들이 가슴에 품은 증오의 칼
  • 기사등록 2018-04-05 13:01:50
  • 기사수정 2018-04-06 18: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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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는 사장, 박창진은 왕따, 부자불패 한국―


세상은 평평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기울기가 더 심하다. ‘땅콩 회항’ 사건이 빙산의 일각을 보여준다. 가해자는 사장으로 승진했지만 피해자는 왕따로 고통 받고 있다. 이런 게 인생이라고 웃고 말아야 하나.
가해자 대한항공그룹 회장의 딸이 칼호텔 사장으로 승진 한 것이야 그럴 수 있다 치자. 부자불패니까. 그렇지만 피해자 박창진 전 사무장을 왕따 시키는 사람들은 뭔지 모르겠다. 그들이 왜 불패부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조롱하는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



▲ 박창진 전 사무장.출처=인스타그램


박 전 사무장은 지난달 28일 뒷머리 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 혼자서 거대한 재벌하고 싸우니 스트레스가 오죽 컸으랴 싶다. 이유가 뭐든 재벌하고 싸우는 그에겐 격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동정 대신 그를 조롱했다. “그 혹도 몸 만든다고 설치면서 고기 많이 먹어 그런다고 내 동기가 그러던데” 이것만이 아니다. 박창진이 공개한 SNS의 많은 글은 증오를 머금고 있다. “연예인 병 걸렸다더라” “미꾸라지” “제발 나가” “승무원의 수치” “조만간 미투 일어날 걸”......


▲ 박창진씨에게 가해진 왕따 이지메 글들.


누가 시퍼런 칼을 이리 휘두르는 지 드러난 것은 없다. 그들은 익명의 그림자 뒤에 숨어 있다. ‘동기에게 들었다’ ‘대부분 승무원들이’ 등 표현을 미뤄 대한항공 동료나 관련자들로 짐작할 뿐이다. 자신이 직접 목격했다는 말은 없다. 동기나 후배에게 전해 들었다는 주장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 속에 칼이 하나씩 들어 있다. 고군분투하는 박창진에게 저주를 퍼붓는 사람의 칼은 사람을 죽이는 ‘증오의 칼’이다.
헤르만 헤세가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은 그 내부에 있는 자신의 일부분을 증오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박창진을 조롱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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