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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140) DJ가 '동물의 왕국' 좋아한 이유 -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애시청...사자는 없고 하이에나떼만 설치는 국회에 진…
  • 기사등록 2019-04-27 15:05:55
  • 기사수정 2019-05-02 20: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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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동물의 왕국’ 매니아였다는 것은 정치권에 널리 알려진 얘기다. 김 전 대통령이 좋아하자 그의 ‘아바타’를 꿈꾸는 박지원 현 민주평화당 의원도 매일 시청했다고 한다. “DJ가 좋아하니 나도 매일 밤 자기 전 거실에서 트래드밀로 운동하면서 사전녹화를 해둔 동물의 왕국 한 편을 보곤 했다”고 사석에서 그가 말 한 적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이 동물의 왕국을 자주 본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휴매니스트이기 때문"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정치에 들어오기 전 은둔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고 한 적이 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동물은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유독 한국의 정치인들이 동물의 왕국을 좋아하는 것은 이채롭다. KBS1에서 매일 방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동물의 세계가 있는 그대로 펼쳐진다. 힘 센 놈은 먹고 약한 놈은 먹히고 도망다닌다. 그나마 무리를 지어 사는 놈들은 피해가 적고 머리가 나쁜 놈들은 거듭 당한다. 

정치인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보는 것은 이런 단순한 동물의 세상일 것이다. 


사진=KBS1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 홈페이지 


정치와 동물의 왕국 사이엔 유사성이 있다. 살아가는 패턴에서 그렇다. 바로 숫자의 싸움이다. 

백수의 제왕은 군림하고 이런 사자에 대항하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집단으로 뭉쳐 외부의 위협에 떼로 맞서 싸운다. 힘 센자는 뻐기고 약한 자들은 여럿이 힘을 합쳐 싸우는 게 자연의 질서임을 말해 준다. 

사자가 못 이기는 동물이 있다. 피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들이다.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하이에나에 사자도 먹다 남은 먹잇감을 넘겨주고 물러나 버린다. 그러지 않으면 하이에나가 악착같이 달려들기 때문이다. 


국회가 다시 동물국회로 돌아갔다. 2012년 5월 한국 정치의 DNA를 바꾸기 위해 입법한 국회선진화법을 20대 국회는 7년 만에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그 법률 전 국회에는 날치기는 기본이고 국회의장은 청와대의 꼭두각시 노릇을 피하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은 새벽에 조폭 똘마니처럼 버스로 총동원돼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순종했다. 소방호스를 끌고 가 물세례를 퍼붓고 소화액을 분사하며 대형 망치를 휘두르고 심지어 최루탄을 터뜨리는 자도 있었다. 이런 국회의장과 집권여당의 일방주의와 반대세력의 폭력성을 순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국회선진화법이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여야가 모두 칼만 안 들었을 뿐 과거 행태로 되돌아간 게 분명하다. 한 국회의원 말대로 “이성을 잃은 채” 하나 같이 충혈된 눈으로 상대를 적대시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당 지도부에 의한 일방적인 국회의원 사보임을 금지하는 국회법을 무시하고 그것도 입원한 병원에서 결재했다. 문 의장은 심지어 민주화 이후 그토록 자제해온, 박물관에 처박혀 있던 국회 경호권을 발동하는 결정도 서슴지 않았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소속 당 두 명의 국회의원에 대해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보임을 통해 위원 교체를 밀어붙인 뒤 자신이 동물국회의 유발자가 돼 비난받자 하루도 안 돼 “잘 못 했다.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국회 본청에 국회 사무처와 집권당에 의해 ‘빠루’ 장도리, 해머 등 국가집기를 부수는 도구가 동원돼 실제 사용되는 일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다른 정당 의원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의원실에 가두고 의안을 접수하지 못하도록 국회사무실을 봉쇄했다. 여당은 야당의원들을 무더기 고소하고 야당 의원은 국회의장을 맞고소했다. 


망외의 소득도 있었다. 육탄방어라는 과거의 방식에 신종기법도 난무한 것이다. 팩스기를 이용해 의안을 접수하고 팩스기가 고장 나자 전자시스템으로 의안을 발의하는 등 시대발전에 발맞춰 생존술도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물의 왕국 시청률은 요즘 평균 3% 내외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국회 혈전 시청률은 이보다 높다. 백수의 제왕다운 사자는 보이지 않고 음식물 찌꺼기나 노리는 하이에나들이 득시글거리는데도 그렇다. 한국의 국회가 더 동물의 왕국 같아서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위안을 얻은 이유를 알겠다. 동물의 왕국이 국회보다 더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 그래서 덜 살벌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국민들도 DJ나 박 전 대통령처럼  KBS의 동물의 왕국을 보고 위로를 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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