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을 가할 때 느끼는 분노의 쾌감만큼 달콤한 것은 없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보복을 포기하면 적보다 우월한 사람이 된다”고 했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
검찰은 전 정권의 핵심 김관진 전 안보실장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법원이 지난해 11월 구속적부심에서 “범죄 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라고 석방하면서 그의 고난은 극심해졌다. 그 때부터 검찰은 저승사자보다 더 공포스럽게 굴었다. 주변을 샅샅이 뒤져 해가 바뀐 3개월 뒤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 또 기각되자 그 뒤 또 다른 혐의로 불러 창피를 주었다. 검찰은 정말 끈질기고 잔혹하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영장을 세번이나 청구해 결국 구속했다. 우 전 수석은 포토라인에서 "숙명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한 차례 기각되자 혐의를 추가해 결국 구속했다.
전 정권 사람들한텐 서릿발 같다. 현 정권 사람들에게 눈길을 옮기면 달라진다.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수사하던 경찰은 잠잠하다. 전 국민 앞에서 진실공방을 벌이던 정 전 의원이 사실관계를 인정했는데도 여론에 잊히기를 기대하는 지 별 움직임이 없다.
경찰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와 이를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의 소환일정을 잡았다는 얘기는 아직 나오지 않는다. 이런 식이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서울서부지검은 2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법원은 지난달 28일 영장을 기각하면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현 상태에서 구속은 피의자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김지은 전 정무수석 혐의에다 두 번 째 고소인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의 혐의를 추가해 '상습적인 중범죄이므로 인신구속해야 한다'고 법원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A씨 혐의는 추가되지 않았다. 법원이 이번에도 "안희정씨는 이번에도 도망의 우려가 없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안 전 지사는 불구속 기소된다. 전직 대통령을 두 명씩이나 구속하는 나라에서 전 지사는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잣대가 정권에 따라 고무줄이어어서는 후환이 생긴다. 보복의 쾌감은 복수의 여신을 언젠가는 또 초대할 것이다. 법이 천하의 공정한 저울이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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