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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술관 가는 길이다. 과천 서울대공원의 호수둘레길은 상춘객들로 만원이다. 자동차들이 길게 줄지어 주차장을 향하는 정체된 도로를 보면서 꽃구경도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꽃은 지천에 피어 있다. 벚꽃은 피크다. 진달래와 개나리 목련이 제 모습을 자랑한다. 그 속에 샛노란색으로 채색된 수양버들이 삽화처럼 들어온다.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화사한 꽃을 마주하면 미소가 절로 나올 만도 하다.
꽃보다 예쁜 아이와 연인, 부부의 얼굴을 담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국립현대미술관 앞 조각공원에서 마주한 조형물들을 눈여겨보면서 상상한다. 

저 작품이 의미하는 무엇인가를. 

같은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이미지는 다르다. 하와이의 높은 파도를 표현한 작가의 작품을 보고 고양이를 생각하는 이가 있나 하면 높은 뾰족구두를 상상하는 이도 있다. 

저마다의 경험과 삶이 사물을 볼 때 배어난다.



미술관 앞 호숫가 벤치는 호젓하다. 유달리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곳이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이와 차 한잔 즐기는 여유가 좋아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벤치에 않아 자연을 느끼고 즐기지만 미술관안 전시실은 텅 비었다.

우리나라 미술교육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는 법을 우리는 배우지 못했다.  



꼬마들이 젊은 부모와 함께 미술관 나들이를 했다. 

미술관 앞마당에 전시된 콘크리트와 철근이 그대로 드러난 ‘배’ 앞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어른이 어린이들에게 물었다.

 "아름답니?" 

 “아뇨.”

" 맞아요. 꼭 아름다운 것만이 예술품은 아니에요." 

이 배는 작품명이 ‘무제’다. 작가 박이소가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들어 물에 뜰 수 없는 배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망과 그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현실이 상충한다는 의미다. 아이들이 그 의미를 알겠냐마는 눈빛만은 초롱초롱하다.  




과천현대미술관은 ⟪#보다⟫전을 3월 27일(수)부터 12월 31일(화)까지 개최한다.
⟪#보다⟫전은 어린이의 열린 시각과 감성으로 현대미술을 관찰하고 느끼며 표현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전시이다.

 ‘#보다’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단어 ‘보다’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보다’ 는 참 의미가 많다. 그냥 볼 수도 있고 해 볼 수도 있다. 되어 볼 수도 있고 이보다 좋다는 말도 있다.




미술관 안에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것이 백남준작 ‘다다익선’이다. 다다익선은 1003대의 텔레비전을 이용하여 만든 거대한 원형의 탑으로 된 세계 유일의 비디오 설치작품이다. 하지만 기계의 노후화와 브라운관 텔레비전의 생산 중단으로 작품 상영을 중단한 상태다.




백남준은 ‘다다익선’ 개막식에서 “1000대의 모니터가 수명을 다했을 때 어떻게 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다” 고 답했다. 

인생은 덧없이 짧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대가의 이 말 하나 들은 것만 해도 '소확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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