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또한 멀리서 어머니가 오시듯 살구꽃은 피었다/ 흰빛에 분홍 얼룩 혹은/ 어머니에,하늘에 우리를 꿰매 감친 굵은 실밥 자국들'' 장석남 시인이 쓴 '살구꽃'의 마지막 구절이다. 이 시에는 살구꽃을 ''그 음성을 듣고 찾아온 신의 얼굴 같고'' ''어스름 녘 말없이 다니러온 누이 같다''는 표현도 있다.
살구꽃의 꽃말은 '수줍은 처녀'. 장미과에 속하며 원산지는 한국, 개화시 기는 4월이다. 살구꽃이 지면 열매가 열리고 씨는 행인이라고 하며 해소를 치료하는 한약재로 쓰인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어린 시절 살구꽃과 살구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산간 농촌에 봄이 오면 마을과 야산에 일찍 진달래꽃 복숭아꽃과 함께 잎사귀 보다 꽃을 먼저 피운다.
시인의 상상력이 경이롭다. 시인은 살구꽃 흰 바탕의 분홍색 얼룩을 보고 상처를 꿰맨 자국으로 보았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흩어지고 찢어진 것을 모우고 봉합하는 사명을 한다고 보았다.
하늘과 땅 이상과 현실의 경계 선상에서 피어난 꽃은 치유와 화합의 세계를 위해 피어난 것이다. 온갖 고난을 겪으며 피멍이 든 혹독한 겨울 상처를 봉합하고 치유해 내는 꽃이다.
촛불로 정의를 찾았다 하고 태극기가 자유를 지킨다 하고 대통령을 가두고 적폐 청소한다 하고 좌파정권 물러가라 정권 복수 멈추라고 외치니 세상엔 상처 입은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상처가 거듭되고 보복이 반복되면 그 사회의 미래는 어찌 될까. 나의 살던 고향 꽃피는 산골에 물감을 뿌린 듯 온 산천에 피어난 살구꽃 구경을 떠나면 어떨까. 멀리서 오시는 어머니와 같고, 어스름에 집에 온 누이와 같고, 괴로워하는 인간 구하러 온 신의 얼굴 같은 살구꽃을 만나러 우리 상처를 꿰맸다는 그 분홍 얼룩 자국도 확인 할 겸 하던 일 던져 버리고 한번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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