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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칼럼〉자유민주주의 수호하려면 매천의 결기가 필요하다
  • 기사등록 2018-03-29 09:52:00
  • 기사수정 2018-03-29 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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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칼럼〉자유민주주의 수호하려면 매천의 결기가 필요하다

''새 짐승도 슬피 울고 산악해수 다 찡기는 듯 무궁화 삼천리가 이미 영락되다니 가을밤 등불아래 책을 덮고 옛일 곰곰 생각해 보니 이승에서 지식인 노릇 정히 어렵구나.'' 우국지사 매천 황현이 조선 국권의 피탈을 통분하며 음독 순국하기 전 남긴 절명시의 한 구절이다.
황현은 1855년 전남 광양에서 태어났다. 세종 때 재상인 황희 후손이다 황현의 스승 왕석보는 그가 11세에 쓴 시를 보고 훗날 큰 선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9세에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에 뽑혔으나 몰락한 가문 출신이라 차석으로 떨어졌다. 이에 부패한 조정을 떠나 낙향했으며 관직에 연연하지 않았다.
1886년 구례군 간전면에 들어가 16년을 살면서 '매천야록'을 저술했다. 1865년부터 1910년 국권이 일제에 침탈될 때까지 45년간 조선의 정치 경제 등 전 분야를 비판적 시각으로 기술한 귀한 역사서다. 1908년에 신학문을 배워 나라발전에 기여하자며 의연금을 모아 구례군 광의면에 호양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1905년 을사늑약 후에 민영환 조병세 홍만식 등이 자결하자 '오애시'를 지어 추모했다.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를 맞자 9월 8일 목숨을 끊는 '절명시'를 쓰고 다음날 소주에 아편을 타서 마시고 사망했다.
1962년 정부는 선생에게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선조들이 목숨을 바치고 물려준 자유민주주의 국권이 무너진다면 그 국권이 붕괴되는 징조를 미리 내다 볼 수 있는 지식인은 얼마나 되고 멸망하는 그 나라와 함께 순국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새 짐승도 슬피 울고 무궁화 삼천리가 영락하기 전에 그 기미를 미리 알고 통분하고 불가항력에 국권이 망할 때 목숨을 함께 끊을 수 있는 부끄럽지 않는 지식인이 지금도 있다면 자유와 시장의 가치를 제일로 하는 이 나라의 미래는 아직 어둡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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