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이 출근길에 화염병 투척을 당한 것은 대한민국 역사 상 초유의 일이다. 70대 남성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관용 차량에 화염병을 던진 27일은 추락한 사법부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 날이었다.
2007년 재임용 탈락 사건 항소심에서 패소한 김명호 전 성균관대 조교수가 당시 담당 재판장인 서울고등법원 민사2부 박홍우 부장판사에게 ‘석궁 테러’를 한 적은 있다. 하지만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테러는 처음이다.
법원의 판사들은 대법원장을 향한 테러에 대해 “법원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이런 일이 벌어질까“라며 한숨을 지었다. “사법불신이 극에 달하더니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법원 내부에서는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판사 탄핵 의결’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법원은 전 정권 대법원의 사법거래의혹에 대해 동료 법관에 대한 탄핵을 결의했다. 검찰은 전 대법관들을 ‘직권남용혐의’로 공개소환하면서 사법 불신이 극에 이르고 있다.
대법원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0분쯤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남모(74) 씨가 김 대법원장의 차량에 화염병을 던졌다가 현장에서 검거됐다. 남 씨는 플라스틱병에 시너를 담아 불을 붙인 뒤 승용차를 향해 던졌다. 화염병에 붙은 불이 승용차 조수석 앞바퀴에 옮아붙었으나 보안요원들이 소화기로 즉시 진화했다. 부상자는 없다.
남 씨는 대법원 정문 앞에서 지난 9월 20일부터 법원행정처장 면담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해왔다. 대법원 건너편 인도에서 노숙시위를 했다고 한다.
2004년부터 강원 홍천군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던 남 씨는 2007년 ‘유기축산물 부분 친환경인증’을 받아 이를 갱신해오던 중 2013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인증 갱신 불가 판정을 받고 정부를 상대로 1억 원을 지급하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3심 모두 패소했다.
대법원이 지난 16일 상고이유가 적법하지 않다며 남씨 패소를 확정짓자 이에 불만을 품고 대법원장 테러에 나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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