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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의 계략과 동맹외교


손자는 엄중하게 꾸짖는다. “전쟁에서 최상책은 계략으로 적을 굴복시켜 승리를 거두는 것이며 차선책은 외교를 통해 적의 동맹을 끊어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병력을 동원해 야전에서 적군을 격파하는 것은 하책이며 적이 지키고 있는 성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최하책이다. (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政攻城)” 

손자의 가르침을 가장 충실하게 따른 이는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라 할 것이다. 

일본의 역사를 이끈 격전 중에 하나가 1600년10월21일 세키가하라 전투다. 천하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 전투의 승자였다.  

말년에 첩에게서 아들을 얻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후계자로 키우던 조카를 죽이고 어린 아들을 후계자로 옹립해줄 것을 부하들에게 요구했다. 그가 급사한 뒤 벌어진 일본 중부의 세키가하라 전투는 주군의 유언대로 어린 아들을 내세우는 서군파와 도쿠가와가 중심이 된 동군파가 맞섰다. 

서군이 혈연과 의리로 모인 혈통파였다면 동군은 시대정신과 명분으로 모인 법통파였다. 도쿠가와가 이끈 동군은 오랜 시간 지역 동맹을 확대해 세력이 강했다. 더구나 국가수호라는 명분을 갖춘 무장 세력의 결집이었다. 힘의 추는 기울고 있었지만 혈통파가 항복하지 않아 최후의 일전이 벌어졌다.   

도쿠가와의 새 시대를 여는 세기의 전투는 한나절 만에 끝났다. 서군은 주력 장수의 이탈과 내분으로 자멸했다. 

도쿠가와의 최후의 승리는 계략과 외교전, 인내의 결과였다. 

도쿠가와는 느긋하고 위장술에 능숙했다. 모욕을 받아도 얼굴가득 웃음을 지으면서 넘길 줄 아는 이중플레이에 능했다. 오다 노부나가처럼 혁신적이거나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정치적 순발력이 뛰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최후의 승자가 됐다. 

도쿠가와는 사무라이지만 무릎 꿇거나 굴복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는 것도 창피해하기는커녕 병가지상사라며 자신을 합리화했다. 성을 갈고 이름을 세 번이나 바꾼 데서 그의 사생관이 드러난다. 1인자인 오다의 명령이 떨어지면 부하를 시켜 마누라를 살해하고 아들에게 자결토록 했다. 힘이 부족하고 민심과 여론이 상대방에 가있으면 몸을 굽히고 기어 들어갔다.  

오다가 암살당한 뒤 기회가 온 적이 있다. 그러나 찬스에 강한 토요토미가 군사를 끌고 반란자들을 일거에 제압하고 대세를 장악했다. 도쿠가와는 “싸울 것이냐, 무릎을 꿇을 것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토요토미가 솜씨 있게 상황을 장악하는 것을 보고 그는 후일을 도모했다. 도쿠가와는 토요토미가 조선 침략 전쟁을 벌일 때도 참전하지 않은 채 묵묵히 세월을 지켜냈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토요토미가 사망한 것이다. 계략으로 인내하며 힘을 비축하고 동맹세력을 많이 만들었던 도쿠가와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완봉승을 거두었다. 작은 싸움에서 지더라도 큰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그의 성공의 8할은 남다른 인내심으로 여론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그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농축돼 있다. 

“남자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게 없으니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 인내는 무사장구의 근본이고 분노는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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