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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라톤칼럼› (19) 선악구도 정치와 악당 만들기의 위험성
  • 기사등록 2018-10-14 14:34:30
  • 기사수정 2018-10-14 14: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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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징악은 ‘선(善)은 권장하고 악(惡)은 징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신파소설에 자주 나타나는 주제 유형이다. 올바르고 선량한 인물이 온갖 시련과 난관에 봉착하지만 결국 행복에 도달한다는 이야기 구도를 가진다. 선인(善人)과 악인(惡人)이라는 정형화된 대조적 인물을 등장시켜 결국 선이 악을 이기고 승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독자는 독서체험을 통해 주인공과 함께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뒤, 주인공이 보상을 받고 행복에 이르는 결말에 감동한다. 그렇지만 권선징악적인 주제가 두드러지게 강조되면 독자는 사고와 판단의 긴장으로부터 이완된다. 아무리 뜻있는 도덕적 이념이라도 그것이 상투화·유형화된 모습으로 자리 잡으면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고 진부하게 되는 이유이다.

  지금 우리 정치판에는 이런 삼류 신파소설을 흉내 낸 그릇된 선악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다 약육강식의 잘못된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권력을 잡기 위해 무한투쟁을 하고,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과정에서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가 등장한다. 이는 우리 편은 무조건적인 선이고 상대방은 타도해야 할 악이라는 것인데, 이런 식의 선악구도에서는 참된 정치가 발붙일 곳이 없어진다. 정치는 악을 제압하는 과정이 아니라, 상대를 일종의 파트너로 생각하며 타협하는 과정인데도 우리 정치판에서는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이기면 된다는 사고가 판을 친다. 바로 이런 점이 우리나라 정치를 삼류로 만들고 비극으로 몰아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선악구도를 만들면 정치는 쉬워진다. 정치인들로서는 엄청난 유혹이다. 절대선 하나를 가정해 놓고 그에 반하는 모든 것들을 악으로 몰아 선동을 하면 국민들을 쉽게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희대의 선동정치가 히틀러는 유태인을 악당으로 만들어 독일 국민들을 까맣게 속이고 반인륜적 엄청난 만행을 저질렀다. 악당 만들기는 공산주의자들의 전유물이기도 하다. 유산계층과 무산계층이라는 선악구도를 만들어 혁명을 선동하고 반동이라는 이름으로 인민재판에 부쳐 피 맛을 보게 한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권위주의 정부가 반공 이데올로기를 무기로 북한과 빨갱이를 악당으로 만들어 재미를 보기도 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중국을 악당으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 문재인정부도 선악구도와 악당 만들기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모양새이다. 과거적폐 청산을 내세워 지난 정부에서 일한 사람들을 싸잡아 매도하고 있는 죄 없는 죄를 샅샅이 들춰내고 있다. 기업하는 사람들을 악당으로 만들어 노동시장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제와 주 15시간 근무제를 밀어 붙였다. 강남 집값을 잡는다는 이유로 강남사람들을 악당으로 분류해 집 한 채 갖고 평생을 산 사람들에게까지 세금 폭탄을 안기고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무드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남북관계에 있어 신중론을 펼치는 보수권 전체를 악당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렇게 선악구도를 만들어 악당에 몰매질을 하면 이에 현혹된 국민들의 속은 일시적으로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그 후과는 참혹하다. 공직사회에는 복지부동이 판을 치고 기업들은 국내투자를 주저한 채 해외출구를 찾는 데만 눈을 돌린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사람 뒷다리만 잡으니 발전이 없고 퇴보만이 있다. 통일지상주의가 가져올 위험성은 생각하기도 싫다. 이런 식의 선악구도는 말초적 카타르시스에 기대어 시청률을 올리려는 막장 드라마에서나 있어야 하지 우리 정치판에서는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진정한 적폐이다. 

=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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