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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 소탕령을 내렸다. 2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는 증오를 야기해 사회통합을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민주주의 교란범"이라고 비판했다. 

놀라운 일이다. 이 총리는 언론인 출신이다. 누구보다 ‘표현의 자유’를 망각해선 안 되는 사람이다. 표현의 자유는 인류의 보편적 권리로 대한민국 헌법에도 명문화돼 있다. 설령 가짜뉴스가 암약하더라도 수사기관에 엄정한 단속을 지시해야할 이슈인지 의문이다. 사회문화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 뒤 제도적으로 정비하는 게 상식이다. 

얼마 전 이 총리가 크게 역정을 냈다. 호치민 베트남 전 주석에 대한 방명록 글이 김일성에 대한 찬사로 둔갑하자 소셜미디어에 "야비한 짓을 멈추시기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이 총리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대통령과 국무총리 동시 국내부재’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베트남을 방문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유엔 방문 중이었다. 고(故) 쩐 다이 꽝 전 베트남 국가주석이 갑자기 사망했다. 이 총리는 빈소를 조문한 뒤 인근의 호치민 전 국가주석 거소를 방문해 논란이 된 방명록 글귀를 남겼다.

 "위대했으나 검소하셨고, 검소했으나 위대하셨던, 백성을 사랑하셨으며, 백성의 사랑을 받으신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집니다. " (사진) 


 

호치민은 베트남 전쟁 기간 주석 재임 중(1969년)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비록 공산주의자이지만 그의 검소한 삶은 그 자체로 존경받을 만하다. 이 총리라고 호치민을 존중하지 말하는 법이 없다. 

그렇더라도 글 내용은 문제가 있다. 그저 전남도지사나 전직 기자라면 그 같은 감성적인 글도 괜찮을 것이다. 과공은 비례라고 했다. 한국의 국무총리가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진다면’ 한국이라는 나라와 수천만 명의 한국인도 ‘작아지고 부끄러워지는 것’은 아닌가. 

더구나 한국은 자유월남 편에서 베트남전에 참전한 나라다. 나라의 정체성과 관련해서도 생각해야할 것이 많다. 이 글을 두고 일부에서 “이 총리가 6.25 전쟁을 일으킨 북한 김일성 전 주석에 고개 숙여 추모했다”고 주장한 것은 문제이지만 이 총리의 글도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일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에 걸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광화문에서 단식을 하는 과정에서 뇌를 다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최근 문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 중 참석자와 악수를 길게 하다 동선을 잘못 잡아 현장의 책상을 넘어 간 적이 있다. 몇몇 선동가들이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화장실을 가려고 책상을 넘어갔다”거나 “치매가 걸린 것을 입증해주었다”는 식으로 비방했다. 

이런 거짓 주장은 생명력이 짧다. 이 모든 허위 주장은 현장의 장면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면 햇빛 앞에서 사라지는 물방울과 같다. 이 총리의 방명록 글도 그렇다. 앞뒤 맥락을 친절하게 설명하면 가짜뉴스는 저절로 소멸한다. 

유신시대 대통령을 비방하면 긴급조치 위반으로 끌려가는 암울한 시절이 있었다. 그 때도 안 보일 때는 나라님한테도 욕한다고 했다. 이제는 촛불로 대통령을 몰아내는 시대다. 문재인정부는 그 덕을 보았다. 그럼에도 표현의 자유를 두고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시대정신의 역주행이다. 이 총리는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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