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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의 거듭되는 일방통행...김병준 손학규 안 간다는데도 ‘방북초청장’ - 비준동의안도 불쑥 꺼내 서로 상처만 입어
  • 기사등록 2018-09-10 16:54:25
  • 기사수정 2018-09-12 13: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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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88)청와대의 팔로우미 리더십――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10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회 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하는 18~20일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 때 대승적으로 동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청와대가 밝힌 초청 대상은 문희상 의장과 이주영(한국당)·주승용(바른미래당) 부의장, 강석호 국회 외통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다.

하지만 이미 이날 오전에 김병준 자유한국당 위원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불참 입장을 표명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비핵화 조치에 대한 어떤 진전도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손학규 대표도 “남북외교에서 우리의 체통을 지켜야 한다. 당 대표들이 지금 나서봤자 들러리밖에 안 된다”고 했다. 둘 다 거부한 것이다.
그렇다면 임 실장은 “같이 못 가 안타깝다”라든가 아니면 “재고해 달라”고 해야 정상이다. 야당 대표의 입장과 발언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국회에 가서 설득 하겠다”며 거듭 압박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납득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야당 대표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데다 국민 앞에서 야당 대표들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의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몇 시간도 안 돼 청와대의 의도는 물거품이 됐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부의장들이 회동을 갖고 평양 정상회담에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해버렸다.


▲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이 뿐 아니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불쑥 카드는 또 있다.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을 느닷없이 국회에 던진 것이다. “11일 국회에 제출할 테니 18일 방북 이전에 처리한 뒤 같이 평양에 가자”는 것인데 야당을 무시해도 유분수다.

의도의 간파는 어렵지 않다. 평양 정상회담을 빛내기 위해서다. 야당을 들러리로 내세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야당이 반대하면 그것대로 야당에게 ‘반평화’라는 화살이 돌아가니 나쁠 것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여론의 향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돌연 신중모드가 됐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정하자 비준안 처리를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재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10일 오전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좀 일찍 결론이 나왔지만 예정된 결과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국회 비준에 반대하고 있고, 한국당 강석호 외통위원장이 비준안 통과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혀왔기에 비준 가능성은 낮았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 카드를 불쑥 던졌다. 청와대가 얻은 것은 뭘까. 한국당의 반평화적인 이미지, 반대만 하는 수구적 이미지를 드러내고 덧씌우기 위해서인가. 야당만 상처 입었을까. 그 못지않게 청와대도 일방통행의 이지미가 굳어지는 내상을 입었다. 이런 일처리에 자연스레 고압적인 불통의 태도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 한국당이 10일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다. 50%선이 깨지면 ‘언더독’현상이 발생해 반대의 동조화현상이 일어난다. 지지도 하락의 추세가 가파르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정공법이 아닌 꼼수와 암수를 쓰다 실패하면 지지율의 하락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청와대가 바뀌어야 한다. 일방통행을 줄이고 불쑥 카드를 던지기에 앞서 여야를 배려하고 심사숙고해야 한다. ‘팔로우 미(follow me)’ 리더십은 국가적 위기상황이거나 대통령 지지율이 60~70%나 될 때, 혹은 경제와 안보가 모두 순항할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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