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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는 두려워하면서도 행동하는 능력이다” - 맥케인 - 국가에 봉사하고 해군사관학교 묘지에 눕다
  • 기사등록 2018-09-02 09:59:07
  • 기사수정 2018-09-03 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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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수진영의 ‘큰 어른’ 고 존 맥케인(공화ㆍ애리조나) 상원의원 장례식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엄수됐다. 참석자들은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이자,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은 소신의 정치인이었던 그를 “미국적 가치를 보여준 영웅”이라고 추모했다.
베트남전 영웅이자 미국 보수의 양심, 때론 '독불장군(매버릭)'으로 불렸던 맥케인은 분열과 갈등의 미국을 하나로 모으고 먼 길을 떠났다. 유해는 2일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의 해군사관학교 묘지에 안장된다.


▲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일 존 맥케인 상원의원의 추모식에서 ˝미국정치가 천박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우리 정치가 천박해졌다" 트럼프 비판

맥케인은 지난달 25일 숨지기 이전 수개월 전부터 자신의 장례식을 직접 기획했는데, 과거 두 차례의 대선 도전 때 맞붙었던 조지 W. 부시(당내 경선), 버락 오바마(대선 본선) 등 전직 대통령 2명을 조사를 해달라고 초청토록 했다. 반면 생전 자신이 ‘분열의 정치’라고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 초대 명단에서 제외했다.

외신에 따르면 장례식에서 ‘트럼프’라는 이름은 직접 거론되지 않았으나 그에 대한 우회적 비판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AP통신은 “존 맥케인의 장례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정치에 대한 비판의 장이 됐다”고 표현했고, 로이터통신도 “한때 맥케인의 격렬한 라이벌이었던 오바마와 부시는 미묘하게, 아니 어쩌면 미묘하지 않게 반(反)트럼프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국립대성당에서 진행된 존 맥케인 전 상원의원의 추모 예배 장례식에서 딸 메건 매케인과 전직 대통령 버락 오바마, 조지 부시 등은 조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극단적이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책들을 비판하고 국가지도자들이 다시 옛날의 예의와 품격을 되찾기를 당부했다.

이 날 미국의 주요 정치인들과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등이 참석한 장례식에 트럼프는 불참했으며,딸 이방카가 참석한 가운데 거의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추도식에서 사람들은 고인이 공개적으로 선언했던 미국의 기본 정신에 대한 봉사와 참된 보수의 정신을 기렸다. 트럼프는 이 날 골프장에 갔다.


▲ 부시 전 대통령


두 전직 대통령은 그의 화해와 희생의 정신을 말하면서 트럼프에 대한 공격을 연설에 담았다.오바마는 맥케인이 추구했던 것은 "남들을 억지로 미국의 의지에 따라 굴복시키는 힘"이 아니었으며 국제법과 인권을 옹호하는 미국의 정신이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우리 미국의 정치, 공직 생활, 공직자들의 대화는 천하고 편협하고 치사해졌으며, 정치권은 허세와 공격, 모욕, 가짜 주장, 억지로 위장한 분노가 판치는 장소가 되었다"고 트럼프를 겨냥한 뒤 "그런 겉으로만 용감한 모습의 실제 내부에는 타고난 비겁이 자리잡고 있다.존 맥케인의원은 우리에게 그런 것보다 큰 정치를 하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보다는 훨씬 더 나은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도 한 때 대선경쟁자였던 맥케인 의원과 말년에 가깝게 지낸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우리 등 뒤에서 함께 했다. 미국은 이래서는 안된다, 이보다는 더 나은 나라여야 한다고 속삭였다"면서 현 정치에 대한 유감을 표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정치적인 라이벌 관계였던 맥케인 의원이지만 그의 관용과 애국적인 원칙주의 때문에 결국 화해하게 되었고, 함께 힘을 합쳐 일하면서 "라이벌 관계는 눈 녹듯이 녹아 없어졌다"고 회고했다.


▲ 맥케인의 딸 메간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앞 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성조기가 덮인 맥케인의 관 옆에서 딸 메건 맥케인은 "우리는 여기 잠든 위대한 미국의 정신을 애도하기 위해 모여 있다.이 정신은 그 분이 그처럼 기꺼이 바친 조국에 대한 희생의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값싼 웅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참된 미국의 정신이며, 그분이 고통받고 조국에 헌신하는 동안 안락과 특권을 누리면서 살아온 기회주의자들의 탐욕은 거기에 비길 것이 못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간접 비판했다.
또한 트럼프가 늘 주장해온 구호를 빗대어 "존 맥케인의 미국은 다시 위대하게 만들 필요가 없는 미국이다. 미국은 원래 위대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날 장례 예배는 맥케인의 관을 차량 행렬이 의사당에서 옮겨온 뒤에 치러졌으며, 중간에 베트남전 참전용사비에 들려서 부인 신디가 화환을 바친 뒤에 성당으로 왔다. 성당에서는 생전에 뮤지컬공연을 사랑했던 고인을 위해 오페라가수 르네 플레밍이 "대니 보이"를 불렀다.


▲ 미국 상원의회 존 맥케인의 의석 책상을 덮은 검은 천 위에 장미꽃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를 위해 봉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는 이날 자신이 생전 소원했던 대로 해군사관학교 동기이자 평생의 친구였던 척 라슨의 옆자리에 눕는다. 묘비명은 “그는 국가에 봉사했다(He served his country)”이다.
지난 8월 25일 뇌종양 투병 끝에 82세를 일기로 사망한 이후 약 일주일 동안 애리조나와 워싱턴 등에서 지속된 장례 절차는 이날 해군사관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마무리됐다. 평생 보여준 미국을 향한 헌신의 시작점과도 같은 곳이다.

1936년 미시시피의 해군 4성 장군을 2대에 걸쳐 배출한 명문 군인 가문에서 태어난 맥케인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1958년 졸업 후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1967년 비행기 추락으로 5년 간 포로 생활을 했다.

포로 생활 당시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지낸 그의 아버지가 월맹군 측에서 조기 석방 제안을 받고도 다른 포로 사병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미국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며 그에게 ‘전쟁 영웅’이라는 칭호를 달았다.

1981년 퇴역한 맥케인은 이듬해인 1982년 애리조나 제1선거구의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연임했다. 1986년에는 애리조나주 상원에 입성해 1992년, 1998년 , 2004년의 선거에서 승리했다.
2004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의 후보였던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이 그를 러닝메이트로 영입하고자 했으나 이념의 차이를 들어 거절하면서 대쪽 같은 면모를 과시했다.

이 같은 성향을 보여주는 또 다른 별명은 ‘매버릭(독불장군·개성 강한 사람)’이다. 조지 W 부시 정부와 이라크 전 등을 둘러싸고 갈등했으나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한 미군증파를 의회에 요청했을 때 그는 모두가 외면한 부시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때 그는 “조국이 전쟁에서 지는 것보다 내가 선거에서 지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2008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패했다. 그럼에도 맥케인은 지난해 7월 뇌종양 수술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 폐지에 반대하는 표를 던지기 위해 의회에 복귀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당론이나 개인적인 감정에 구애받지 않고 옳은 의견에 힘을 보태는 성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정치자금 규제법인 '맥케인-파인골드'법안을 민주당 소속 러셀 파인골드 상원의원과 함께 입안해 '돈 정치'를 차단하고자 나섰던 것 역시 대표적인 예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25일자 칼럼 ‘존 맥케인,우리가 배울 수 있는 매버릭’을 통해 “나는 매케인과 많은 사안에서 의견이 달랐지만, 그의 배짱과 열정, 도덕적 신념을 따르는 확고부동한 태도는 진심으로 존경한다"며 "그의 죽음은 워싱턴에 커다란 구멍을 남기게 됐다"고 추모했다.

매케인은 사망 전 미국인에게 남긴 유언을 통해 “자랑스러운 미국인으로 살다가 간다”며 “미국은 현재의 시련을 거쳐 이전보다 더 강한 국가가 될 것이니 어려움에 절망하지 말고 언제나 미국의 약속과 위대함을 믿으라”고 말했다.


▲ 미국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떠난 `매버린` 존 맥케인


◇이어지는 추모 행렬

미국 정계가 여야를 막론하고 일제히 애도의 목소리를 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정치적 견해의 차이는 있었지만 “맥케인과 보다 숭고한 것, 수세대에 걸친 미국인과 이민자들이 싸우고, 전진하고, 희생했던 이상을 향한 신의는 공유했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 “맥케인은 올곧은 신념을 가졌던, 신뢰할 수 있었던 동료”라며 “당파를 넘어 국가에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던 인물”이라고 회고했다.
맥케인과 절친한 관계를 유지했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절절한 추모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 28일 상원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당분간 외로운 여행을 하게 됐다”며 “그의 사망으로 생긴 빈 공간은 내가 채울 수 없는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국제사회의 지도자들도 애도를 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만 뜨뜻미지근한 입장을 냈다. 매케인의 사망 직후 트위터를 통해 짧게 유가족에게 유감을 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이 지난 27일에야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정치적 견해차는 있었지만 우리나라를 위해 봉사한 맥케인을 존중한다"고 했다.
또 맥케인을 추모하는 의미의 백악관 조기 게양을 이틀 만인 27일 중지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조기 게양 기간을 연장했다. 이에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복수심 가득한 철부지”라고 비판했다.
이는 맥케인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 오랜 감정의 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맥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해 백악관과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2015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화당 내 경쟁 후보감으로 꼽히던 맥케인을 향해 “포로로 붙잡혔다는 이유로 매케인을 전쟁영웅이라고 하는데, 나는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맥케인은 전쟁영웅이 아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맥케인의 일침은 유언에서도 계속됐다. 유언에서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멕시코 국경 강화 등의 민족주의 정책을 겨냥해 “지구상의 모든 곳에서 분노와 증오, 폭력의 씨앗이 된 종족주의와 애국심을 혼동할 때 위대함은 약해진다”며 “벽을 무너뜨리지 않고 벽 뒤에 숨을 때, 우리의 이념이 변화를 위한 힘이 될 수 있다고 믿기보다는 이를 의심할 때 우리는 약해진다”고 꼬집었다.



◇그가 남긴 말, 말, 말

-“오늘 밤의 실망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내일이 되면, 우리는 실망감을 넘어 나아가 우리의 나라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함께 일해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싸웠다.”(2008년 대선,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 후 승복연설에서)

-“용기는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면서도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비즈니스 잡지 ‘패스트 컴퍼니’의 ‘8분 읽기’에)

-“우리에게는 언제나 미국인이 가장 우선이자 마지막이다. 우리의 견해차에 대해 논의하자. 그러나 우리가 적이 아니라는 것만 기억하자. 우리는 진정한 적과의 전쟁에서 동지이고, 우리의 군사적 우위는 이념의 우위에서 나온다는 것에서 용기를 얻자” (2004년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나는 불만이 없다. 단 하나도. 내 삶은 일종의 라이드(ride)였다. 나는 미국의 역사에, 이 시대의 역사에 나 자신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회고록 ‘쉼 없는 파도(The Restless Wave)’에서”

<사진= 뉴욕타임즈,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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