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들 반발에 정부 낙태의사 처벌 보류
보건복지부는 29일 "낙태 수술한 의사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270조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한 의사의 처벌을 유예키로 한다"고 밝혔다.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국회에서 "비도덕적 진료행위 처분을 기습발표한 이유가 뭐냐"는 의원들 질의에 "이번에 개정된 규칙 공포는 법제처 통보에 따른 것으로 처분은 보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복지부의 사려깊지 않은 오락가락 행정을 성토했다.
앞서 의사들은 정부의 일방적 규칙공포에 강력 반발했다.
“대한민국 산부인과 의사들은 정부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낙태)수술의 전면 거부를 선언합니다. 이에 대한 모든 혼란과 책임은 정부에 있을 것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불법 낙태 수술 시행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 수술 전면 거부’를 들고 나오면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지금까지 암암리에 행해진 낙태 수술을 전면 거부함에 따라 사회적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 수술을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보건복지부가 낙태하게 한 의료인에게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고 했다”며 “산부인과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찍고 처벌 의지를 명문화했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사는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판단을 통한 충실한 조력자임에도 불구하고, 낙태문제에 있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해야한다는 식으로 법 적용을 강요당한다. 최근 여성단체 등에서 낙태죄를 폐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인해 인공임신중절을 금지하는 현행법 개정을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치부해 법적 강제와 현실을 무시한 윤리적 의료를 강요 성취하겠다는 발상은 구시대적 발상이며 탁상행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 및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3개국에서 ‘시회적 경제적 적응 사유’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형법상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모체보호법에서 ‘사회, 경제적 정당화 사유’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더 이상 산부인과 의사들이 원치않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와 잠재적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우리나라 여성들과 산부인과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모자보건법과 형법 규정들을 현실에 맞게 전향적으로 개정하기를 바란다.” 고 했다.
원영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총무이사는 “합법적인 낙태 수술을 제외한 낙태 수술 사례 중 90%가 빈곤층이나 미성년자다. 이들이 지금도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수술할 돈도 없어 힘들어 한다”며 “이들이 출산을 하면 국가가 책임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빨리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약자인 여성의 건강권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시행령을 유예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17일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에는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긴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현행 형법에서 불법으로 낙태하는 의사와 의뢰 여성은 각각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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