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해왔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27일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윤재승 회장은 논란이 확산되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재승 회장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업무 회의와 보고과정 등에서 경솔한 언행으로 당사자뿐 아니라 회의에 참석한 다른 분들에게 상처를 드렸다"면서 "진심으로 죄송하고 오늘부터 즉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27일 YTN은 윤 회장과 직원이 나눈 대화 녹음내용을 공개하면서 윤 회장이 상습 폭언을 했다고 밝혔다. 녹취록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직원에게 "정신병자 XX 아니야 왜 그렇게 일을 해" "이XX야. 변명만 하려고 해. 너같은 XX처럼 아무나 뽑아서 그래 병신XX " 등의 폭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YTN 보도에 따르면 대웅제약 직원들은 검사를 지낸 윤 회장이 법을 잘 알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다며, 언어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인격살인 수준의 욕설을 듣다 보면 더 이상 정상적으로 회사생활을 할 자신이 없다. 지난 2~3년 동안 100여 명이 회사를 그만둔 것 같다"고도 했다.
윤 회장의 이 같은 행동은 평소 대웅제약이 내세운 수평적 조직문화와 자유로운 소통 경영과 상반된다. 평소 윤 회장은 “회사는 개인의 성장을 돕는 곳이어야 하고, 직원 성장을 위한 모든 배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웅제약이 일할 만한 곳, 내가 성장할 수 있을 만한 곳이라는 느낌을 주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말 뿐이었다는 것을 여실이 드러내 대웅제약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윤 회장은 대웅제약 창업주인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검사직을 수행한 뒤 1997년부터 2009년까지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았다.
윤 회장은 재계에서 보기 드문 서울대 법대 검사 출신이다. 업무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평을 받아 기대가 대단했지만 공격적인 말투와 막말 갑질로 업계에서는 다 아는 사실이었다.
앞서 이장한 종근당 회장도 지난해 자신의 운전기사들에게 폭언과 협박하는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이 회장은 현재 운전기사들에게 불법 운전을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장한 회장도 고 이종근 종근당 창업주의 장남이다.
그런가 하면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4남 동아쏘시오그룹 강정석 사장도 2015년 청담동 한 병원에서 주차 단속에 걸려 불법 주차 사실을 알리는 경고장을 차량에 부착한 것에 앙심을 품고 주차관리사무소에 직원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화풀이로 책상에 놓인 노트북을 던져 파손한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
대웅제약 윤 회장은 2002년 모 경제지와 인터뷰에서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그 직원들부터 건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의약품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건강을 주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고 싶다. 이를 토대로 최고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거듭나고자 한다” 라고 한 적이 있다. 이는 말잔치에 불과해 더욱 씁쓸하다.
김병준 ‘무지의 장막’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64)은 28일 윤재승 파문에 대해 철학자 존 롤스의 ‘무지의 장막’이란 용어를 설명하며 그의 갑질을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 모두 어떤 사람으로 태어날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고 합시다. 이를테면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어떤 큰 회사의 주인이 될지, 아니면 그 회사에 취직해 월급을 받는 직원이 될지 말입니다”라며 “철학자 존 롤즈(John Rawls)가 말하는 소위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그 회사의 주인이 될지, 아니면 그로부터 월급을 받는 직원이 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되기를 원할까요?”라며 “회사의 주인이면 월급 받는 직원에게 마음대로 욕을 해도 된다고 할까요, 아니면 서로 인격을 존중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할까요? 당연히 후자이겠지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존 롤즈는 이 ‘무지의 장막’을 가정한 관계 속에서 맺는 계약을 정의라 했습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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