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아무것도 아닌 사람, 심려 끼쳐 죄송”...전 대통령 배우자로선 첫 공개출석
2019년7월25일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윤석열을 김건희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김건희는 그 때 어떤 미래, 무슨 운명을 생각했을까. 사진= 대통령실페이스북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전 영부인 가운데는 처음으로 특검수사에 공개출석했다.
김 여사는 6일 오전 10시 10분쯤 서울 광화문 KT 빌딩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건물 2층 포토라인에서 "국민 여러분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조사 잘 받고 오겠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할 말씀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액세서리를 하지 않은 채 검은 정장 차림이었다.
흰셔츠에 검정 재킷과 정장 치마를 입고 검정색 구두를 신었으며 검은색 가방을 들었다.
김 여사는 차량에서 내려 특검건물에 들어갈 때까지 줄곧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걸어갔다. 호흡이 가쁜지 한숨을 내쉬거나 몸을 미세하게 떠는 등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2025년8월6일 특검건물 사무실에서 김건희는 시선을 아래로 고정한 채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6년 전 남편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오를 때 이런 모습 상상이나 했을까. 사진=TV조선캡처
이날 조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폭로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및 통일교 청탁 로비 및 반클리프 목걸이 의혹 등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2020년 4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고발되는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됐지만, 그동안 서면 조사나 비공개 방문 조사만 받았다.
7시간 여만에 첫 조사 마무리.."목걸이, 모친에게 선물한 모조품"
오전 10시 23분께 시작된 조사는 7시간 23분 만인 오후 5시 46분께 마무리됐다. 오전에 1차례 10분간, 오후에 3차례 총 50분간 휴식 시간을 가졌다.
오전 11시 59분부터 오후 1시까지 이어진 점심시간에 김 여사는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먹었다.
이날 특검팀 측에선 부장검사급 인력과 속기사가,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조사실에 들어갔다. 김 여사와 민중기 특검 간 별도 '티타임'은 없었다.
신문 과정에서 수사팀은 김 여사를 '피의자'로 호칭했다. 김 여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단답형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검수사에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계좌가 사용된 건 맞지만 빌려줬을 뿐 주가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오히려 손해만 봤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고, 공천 개입 의혹에 관해선 '명태균씨가 일방적으로 보낸 것일 뿐 여론조사를 활용한 적도,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약속한 적도 없다'는 취지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힘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연락을 너무 많이 해 와서 부담스러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건진법사 청탁 의혹 관련 구속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면서 전 씨를 통해 건넨 6200만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백, 샤넬 신발 등에 대해선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지난 2022년 6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이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동행하면서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최근 특검팀의 압수수색으로 오빠 김진우 씨 장모 집에서 발견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에 대해선 "모친 선물용으로 산 모조품"이란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6일 오후 8시 56분께 특검팀 사무실이 있는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나왔다. 오전 10시 11분께 특검팀 사무실에 도착한 후 10시간 45분만이다.
김 여사는 건물 1층에 마련된 취재진 포토라인을 별다른 말없이 지나쳤고, 취재진 질문이 이어졌으나 답하지 않았다. 동행한 최지우 변호사는 김 여사 건강이 매우 안 좋으니 자제를 부탁한다며 취재진을 만류했다.
조선일보 사설 “정권과 대통령 망치고 뒤늦게 사과한 김건희” 질타
조선일보는 김건희 여사의 출석과 관련, ‘정권과 대통령 망치고서야 사과한 김건희’라는 제목의 사설을 7일자 신문에 실었다.
사설은 “김 여사는 특검에 출석하면서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이렇게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자신의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직접 사과했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여사가 2022년 친북 인물에게서 300만원대 디올백을 받은 사건이 불거졌을 때 많은 인사와 언론이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는 철저히 무시했다. 그런 오만은 다른 의혹들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계엄과 탄핵, 특검까지 오게 됐다“라며 ”김 여사가 3년 전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처신을 바로했다면 지금 대통령은 윤석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설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자폭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김 여사 특검법 문제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많은 선의의 고언을 분노로 대답하고 전부 무시했다. 그러다 이제 몇 배의 강도로 특검 수사를 받게 됐다. 이성을 잃은 막무가내 ‘부인 구하기’가 정반대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끼친 더 큰 해악은 따로 있다”라며 “아무런 공적 권한이 없는 사람이 사실상 대통령 노릇을 하다시피 했다. 김 여사가 공직 인사에 관여한다는 소문은 정권 초부터 관가에 정설로 통했다. 집무실에서 결정된 인사가 대통령의 퇴근 후 관저에서 뒤집혔다는 말까지 나왔다. 심지어 김 여사가 고위 공직 후보자에게 내정 사실을 통보하기도 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사설은 “주위에서 이러면 안 된다고 충언한 사람들은 대부분 쫓겨나거나 스스로 그만뒀다. 그런 불통으로 인해 결국 윤 전 대통령은 탄핵되고, 정권을 잃고, 지금의 특검으로 이어졌다”라고 규정했다.
김건희 소환 하루 만에 구속영장 청구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 여사 소환 하루만인 7일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후 1시 21분께 김건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전날 김 여사를 소환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및 뇌물수수), 건진법사 청탁 의혹(알선수재) 등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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