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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여성들 도심 시위...김지은 “왜 안희정에겐 묻지 않나?”
  • 기사등록 2018-08-18 20:27:13
  • 기사수정 2018-08-18 2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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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 무죄 선고 후폭풍이 거세다. 무죄재판에 항의하는 여성단체 회원 등이 18일 도심에서 법원과 담당 재판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박살내고 끝장내자’는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는 2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이날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가 열렸다.


▲ 여비서 성폭행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무죄에 반발하는 여성시위가 18일 오후 서울도심에서 열렸다. 경향신문


참가자들은 ‘안희정이 유죄다’‘사법부는 유죄다’ 라는 손팻말을 들고 안 전 지사에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규탄했다.
피해자인 김지은씨는 이날 집회 참가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왜 나에게는 묻고 안희정에게는 묻지 않았나”라고 담당재판부의 불공성을 지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향해 “제 목소리 들으셨나. 당신들이 한 질문에 답한 제 답변 들으셨나. 검찰이 재차, 3차 검증하고 확인한 증거들 읽어보셨나.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을 거면서 제게 왜 물으셨나”라고 물었다.
이어 “안희정에게는 왜 김지은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그렇게 여러 차례 농락했나 물으셨나. 왜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썼느냐고 물으셨나. 왜 검찰 출두 직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기했느냐고 물으셨나”라고 질문했다.
김씨는 “왜 내게는 묻고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나”라며 “가해자의 증인들이 하는 말과 그들이 낸 증거는 다 들으면서 왜 저의 이야기나 어렵게 진실을 말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았나”라며 재판부를 향해 강한 서운함을 나타냈다.
김씨는 “여러분이 권력자와 상사에게 받는 그 위력과 폭력, 제가 당한 것과 같다”며 “판사님들은 ‘성폭력만은 다르다’고 하신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무수히 많은 그 폭력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물었다.
김씨는 이 편지에서 “힘을 내고 살아내겠다고 했지만, 건강이 온전치 못하고 분노에 휩쓸려 살아내기가 너무 힘들다”며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이 악몽이 언제쯤 끝나고 일상은 언제 찾아올 것일지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김 씨는 또 “물리적 폭력과 성적 폭력을 당한 것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거절을 했다”며 “직장에서 잘릴 것 같아, 일을 망칠까 도망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제가 기댈 곳은 아무 곳도 없고, 여러분들의 관심 밖에 없다”며 “관심을 갖고 진실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김지은씨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김지은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여서 오늘도 힘을 냅니다.

살아 내겠다고 했지만 건강이 온전치 못합니다. 지난 3월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잠들지 못했습니다. 8월14일 이후에는 여러차례 슬픔과 분노에 휩쓸렸습니다. 살아 내겠다고 했지만 살아내기가 너무나 힘겹습니다.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로 인정 받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어야 할까? 라는 생각도 수도 없이 했습니다.

큰 모자, 뿔테 안경, 마스크 뒤에 숨어 얼마나 더 사람들을 피해다녀야할까.. 이 악몽이 언제쯤 끝날까.. 일상은 언제 찾아올까.. 늘 생각합니다.

저는 그날 안희정에게 물리적 폭력과 성적 폭력을 당한 것입니다.
저는 그날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거절을 분명히 표시했습니다.
저는 그날 직장에서 잘릴것 같아 도망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날 일을 망치지 않으려고 티내지 않고 업무를 했습니다.
저는 그날 안희정의 미안하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저는 그날 안희정의 범죄들을 잊기 위해 일에만 매진했습니다.

검찰의 집요한 수사와 법원의 이상한 질문에도 성실히 대답했습니다. 일관되게 답했고, 많은 증거들을 제출했습니다.

세분의 판사님.
제 목소리 들으셨습니까?
당신들이 물은 질문에 답한 제 답변 들으셨습니까?
검찰이 재차, 3차 검증하고 확인한 증거들 읽어보셨습니까?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으실거면서 제게 왜 물으셨습니까?

세분의 판사님.
안희정에게 물으셨습니까?
왜 김지은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그렇게 여러차례 농락하였느냐 물으셨습니까?
왜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썼느냐 물으셨습니까?
왜 검찰 출두 직후 자신의 휴대폰을 파기했느냐 물으셨습니까?
왜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으셨나요?
가해자의 증인들이 하는 말과 그들이 낸 증거는 왜 다 들으면서, 왜 저의 이야기나 어렵게 진실을 말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으셨나요?

왜 제게는 물으시고,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으십니까?
왜 제 답변은 듣지 않으시고, 답하지 않은 가해자의 말은 귀담아 들으십니까?

그동안 정말 성실히, 악착 같이 마음을 다잡고, 수사 받고 재판 받았습니다. 무수히 많은 그 질문 앞에 다 답했습니다.

이제 제게 또 무슨 질문을 하실 건가요? 이제 제가 또 무슨 답변을 해야할까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결을 해줄 수 있는 판사님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바라는 것 밖에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제가 기댈 곳은 아무 곳도 없습니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것 밖에 없습니다.
이게 지금 제가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늘 함께 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증언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치적인 압박을 받으면서도 의견 표명해주신 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는 전관 법조인도 없고,
저는 아는 유력 정치인도 없습니다.
저는 아는 높은 언론인도 없고,
저는 아는 고위 경찰도 없습니다.
저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던 노동자이자, 평범한 시민일 뿐입니다.

지금 듣고 계신 수많은 평범한 시민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권력자와 상사에게 받는 그 위력과 폭력, 제가 당한 것과 같습니다.
판사님들은 ‘성폭력만은 다르다.’고 하십니다.
무엇이 다릅니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무수히 많은 그 폭력과 무엇이 다릅니까?

제발 함께해주십시오.
관심 가져주십시오.
자극적인 제목과 거짓 이야기들만 보지 마시고, 한번만 더 진실에 관심 가져 주십시오.

여전히 만연한 2차 피해에도 수사는 더디기만 합니다. 저들은 지난 5개월간 그랬듯, 앞으로도 저열하게 온갖 거짓들을 유포할 것입니다. 그 유포에 앞장서는 사람들 중에는 정치인의 보좌진도 있고, 여론전문가도 있습니다.
강한 저들의 힘 앞에 대적할 수 있는 건 여러분들의 관심 밖에 없습니다. 제발 관심 갖고 진실을 지켜주십시오.

위력은 있지만 위력은 아니다.
거절은 했지만 유죄는 아니다.
합의하지 않은 관계이나 강간은 아니다.
원치 않는 성관계는 있었으나 성폭력은 아니다.
그때는 미안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뭐가 아니라는 것인가요?

바로 잡을 때까지 이 악물고,
살아 내겠습니다.
여러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지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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