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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빽기자의 세상만사〉(79) 마린온 유족들의 시민조의금 전액 해병대 기부――


폭염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지난달 17일 발생한 해병대 소속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사고로 숨진 장병들의 유족들이 시민 조의금 5000만 원 전액을 해병대에 기부했다. 그것도 왼손으로 하는 것을 오른 손이 모르도록 했다.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유족들이 기부한 조의금은 지난달 23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열린 합동 영결식에서 조문객들이 모아 유족 측에 전달했다. 유족들은 사고 장병들과 직접 인연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낸 조의금의 사용 방식을 논의한 끝에 해병대에 전액 기부키로 결정하고 지난달 30일 해병대에 전달했다.
고 노동환 중령의 부친 노승헌 씨는 별도 서신을 통해 "고인들의 희생이 더 안전한 해병대 항공기 확보와 항공단 창설에 초석이 되길 바란다"며 "진상이 규명되고 고인들의 희생이 값진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는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입장을 해병대에 전했다.
고 박재우 병장의 작은아버지인 박영진 변호사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두 아들을 해병대에 보내기로 했다"며 "전우를 절대 잊지 않는 해병대 정신을 통해 우리 아들이 인생을 항상 바르고 당당하게 살아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유족들이 전달한 기부금을 사고 부대인 해병대 1사단 항공대 장병들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유족들의 오열 속에 마린온 사고 영결식이 지난달 23일 거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마린온 사고 유족들을 홀대했다. 문 대통령은 사고 발생 사흘째 해군사령관 진급식에서 간접적으로 애도를 표시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유족들이 의전을 못 받아서 짜증내는 것 아니겠느나”고 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은 공식조문기간이 지난 뒤 영결식장을 찾아 '형식적'이라는 빈축을 샀다. 유가족들은 김 비서관의 방문에 대해 “조문기간이 지나 뒤늦게 영결식장을 방문한 것은 조문이 아니라 모욕”이라며 입구에서 김 비서관을 돌려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낚싯배 사고 났을 때도 긴급 성명을 내고 청와대 비서관회의에서 묵념까지 했다. 유족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낚싯배와 마린온 사고를 비교하며 문재인 정부의 이중적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마린온 유족들은 따뜻한 인간미로 조의금을 기부했다. 비극을 맞아 과도하고 감정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무엇이 산화한 남편, 아들, 동생, 조카를 위한 길인지 이성적으로 심사숙고한 결과일 것이다.
유족들의 의연한 태도는 천안함 사건 때도 있었다.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의 유가족들은 보상금 등을 사회에 환원해 감동을 주었다. 나라를 잘 지키려면 마린온 유족들처럼 슬픔을 품격으로 이겨내고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 많아야 할 것이다.

=백영철 국장기자 전 세계일보 편집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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