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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 개발에 착수한 것은 6·25 전쟁 이후 김일성이 ‘핵 보유만이 공화국의 살길’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1955년 소련에 6명의 과학자를 파견하면서부터다. 1964년에 핵 실험에 성공한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이 개발비용에 대해 문의하자 마오쩌둥이 “200억 달러 이상 들었다”면서 “중국은 대국이기 때문에 체면상 핵이 필요하지만 북한과 같이 작은 나라는 핵이 필요 없다”며 만류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와 지루한 줄다리기 속에 ‘대화 따로, 핵 개발 따로’라는 이중전략을 유지하면서 2006년 10월 1차 핵 실험을 한 이래 2016년 1월 4차 핵 실험을 끝내고 핵 보유국임을 선언하였다. 북한의 핵 개발 목적은 비대칭전력에 의존해 남한에 대한 확고한 전략적 우위 확보, 미국을 위협해 통미봉남을 통한 평화협정 체결 및 주한미군 철수 관철, 내부 체제결속을 통한 김정은 정권의 유지이다. 이를 위해 김일성 사후 최소 수십만 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과 국제사회의 계속되는 제재로 인한 경제난 속에서도 한 번도 그 궤도를 수정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 개발은 김일성이 창시자이자 설계자, 김정일이 집행자, 김정은이 운용자로 3대에 걸쳐 진행된 혁명과업인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대북 경제제재와 봉쇄 및 압박 정책을 지속해 왔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적 자세와 폐쇄된 북한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한계를 노정시켰다. 우리나라로서는 사드 배치와 킬-체인(공격형 미사일 방위시스템) 및 KAMD(한국형 마사일 방어체계)를 조기에 구축하는 것 이외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차제에 핵 개발을 하자거나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하는 우리 입장에서 어느 하나도 현실성이 없다.
현재 공인 핵 보유국, 즉 핵클럽 국가는 2차 세계대전 전승국이며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뿐이다. 이들이 IAEA를 창설하고 NPT 체결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핵 보유국 출현을 저지하고 있다. 그 밖에 이스라엘과 인도 및 파키스탄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중동 맹주를 꿈꾸는 이란은 2006년에 핵 클럽국가임을 선언하였다가 국제사회의 제재에 백기를 들고 2016년 1월 핵 포기를 선언하였다. 그만큼 핵 문제가 갖는 파괴력이 엄청나면서도 심각함을 입증한 사례이다.
최근 북한 핵 폐기를 전제로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 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그렇다면 북한이 과연 핵을 스스로 포기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결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핵 개발은 김일성의 유훈이며 김정은 정권의 유일한 생존수단이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순간부터 국제사회의 한낱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것임을 김정은이 모를 리가 없다. 영구 집권자인 김정은에게는 우리와 미국의 고작 4∼5년, 길어야 10년도 못되는 정권이 우습게 보일 수 있다. 한두 고비만 잘 넘기면 핵 보유국임을 인정받고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국교수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꿈꿀 지도 모른다. 만의 하나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한민국의 운명은 생각하기도 싫다.
그렇다면 정말 해결책은 없다는 말인가? 정답은 좀 한가롭게 들릴지 몰라도 ‘역사는 정의의 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섣부른 통일 환상에 빠지지 말고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정도를 지켜 나간다면 언젠가는 북한 내부에 체제 균열이 일어나고 불의의 뿌리인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것이다. 그 과정에는 일시적으로 전략적 후퇴가 필요할지도 모르고 불가피한 희생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참아내고 이겨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북한 핵 문제의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다.

건국대학교 국가정보학과 겸임교수 채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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