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갈팡질팡, 조태용 국정원장은 다른 말
국가정보원.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주요 정치인 등의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홍 1차장은 이날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면담에는 조태용 국정원장도 동석했다.
김 의원이 전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홍 차장에게 3일 오후 8시20분쯤 안보폰을 통해 전화했는데, 보좌관이 소지하고 있어서 받지 못했고, 이에 홍 차장이 오후 8시22분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니 “한두시간 후에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전화기를 잘 들고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홍 차장은 윤 대통령의 지시대로 국정원 집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오후 10시53분, 홍 차장에게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말했다.
홍 1차장은 이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체포 대상자 명단은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수석최고위원·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유튜버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김민웅 목사 등이라고 홍 1차장은 전했다.
그러나 홍 1차장은 이런 지시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곧이어 열린 국정원 주요 간부 회의도 별다른 결론 없이 끝났다고 한다.
이어 5일 오후 4시,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홍 차장에게 “대통령이 즉시 경질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고, 이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6일 오전 10시 차장 이임식까지 마쳤다.
그러자 조 원장이 다시 불러 "사직서를 반려하고 예전과 같이 근무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낮1시31분쯤 출입기자들에게 "대통령은 그 누구에게도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2분여 뒤 이를 취소한다며 삭제 요청을 하는 등 갈팡질팡했다.
조태용 원장 “직접 정치인 체포 지시 받은 적 없어”
홍장원 폭로와 달리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6일 밝혔다.
조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지시’와 관련, "그런 일이 있었다고 보도(조선일보)가 났을 때 홍 1차장에게 직접 '그런 지시를 받은 게 있냐'고 확인했는데 본인이 '오보'라고 했다"며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홍 1차장의 인사 조처 배경에 대해서도 "1차장 교체와 관련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의 누구로부터 '경질해라, 교체해라' 얘기들은 바가 전혀 없다"며 "오로지 제 판단으로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인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최근 홍 1차장이 정치적 독립성과 관련해 적절치 않은 말을 내게 한 바 있다"며 "지금 같이 엄중한 시국에서 국정원은 철저히 본연의 업무를 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기에 1차장을 교체하는 게 옳다고 판단, 대통령께 건의해서 인사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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