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기자의 세상만사〉(69) '계륵(鷄肋)' 신세가 된 국방장관 —
정치가 뭐냐는 제자 자공의 질문에 공자는 세 가지로 답했다. 첫째가 ‘족식(足食)’이고, 둘째가 ‘족병(足兵)이며 셋째가’민신(民信)이다. “백성들이 잘 먹고 살도록 해야 하고 튼튼한 군사력으로 나라를 지켜 백성이 안전해야 하며 백성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공이 “이 중 부득이하게 하나를 버린다면 어느 것이 먼저냐”라고 묻자 공자는 “군비를 먼저 버리고 다음에 양식을 버려야 한다”고 답했다. 최후까지 지켜야할 것은 신뢰다. 공자는 “만약 백성이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말 전군 주요지휘관 격려 오찬에서 "나는 통수권자로서 여러분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이 말이 최근의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적용될 지 의문이다. 송 장관은 자신의 면전에서 진실게임을 벌이는 부하들과 어색한 장면을 국민 앞에서 연출했다.
송 장관이 지난 9일 국방부참모 간담회에서"(국군기무사령부)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현직 기무부대장의 폭로가 나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대장출신 송 장관은"완벽한 거짓말"이라고까지 했지만 현역 대령은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양심을 걸고 진실이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 무슨 당나라 군대같은 짓인가"라는 냉소적 반응이다.
백 번 양보해도 일국의 장관으로서 송 장관의 행동은 상식적이지 않다. 국방부 담당 100기무부대장 민병삼 대령은 지난 9일 국방장관 주재 간담회에 배석자로 참석했다. 송 장관이 이 자리에서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민 대령은 기무사령부에 보고했다. 송 장관은 또 "폭탄급인 기무사계엄문건을 왜 민주당 이철희 의원에게 줬느냐"고 질책했다는 내용도 보고했다.
기무사에 보고된 이 문서는 25일 국회에 제출됐다. 국방부는 가짜문서라는 입장이다. 민 대령이 허위보고했다는 것인데 한두 명도 아니고 14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장관 지시사항을 조작한다는 것은 납득이 쉽지 않다. 국방부가 '송 장관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확인서를 참석자 중 실 국장 10명의 서명을 받아 공개한 것도 석연치 않다. 측근이라고 할 만한 국방부 실국장을 장관구하기에 내몬 셈이다. 이러면서 장관 자리를 지켜야 하는 지 장관의 체면이 너무 구차하다. 이래서야 영이 설리 만무하다.
민 대령의 발언을 하극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논리모순이다. 그가 기무사개혁을 앞두고 조직을 지키기 위해 투쟁할 수는 있겠지만 허위사실로 장관을 공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장관의 지시에 불복종했다면 하극상이지만 이건 그의 말대로 진실과 양심, 명예의 차원이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양심고백을 찬양하고 격려하던 정치계와 시민단체, 언론은 어디 갔는가.
민 대령은 26일 한 라디오에 나와 "진실을 말하는 것이 하극상이라면 대한민국에 있는 어느 군인이 상관한테 옳은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그거를 하극상이라고 한다면? 저는 사실이기 때문에 사실대로 말한 거예요" 라고 말했다.
송 장관의 처지는 삼국지에 나오는 '계륵'으로 비유될 만하다. 먹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버리기엔 아까운 닭갈비같다는 것이다. 이미 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장이 국회 의총에서 "계엄령 문건을 전부 청와대로 제출하라고 한 대통령, 그리고 청와대는 왜 국방부장관과 기무사령관, 기무부대장이 벌이는 행태에 대해 한 말씀도 하지 않나"라며 "이게 나라인가"라고 개탄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청와대변인을 통해 "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송 장관의 잘잘못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송 장관 파문은 찜통 폭염으로 지친 국민을 더 힘들게 한다. 이래저래 국민이 군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송 장관은 신뢰도 명예도 만신창이가 됐다. 군인다운, 그것도 대장출신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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