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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의 마수에 걸린 노회찬의 비극 - “드루킹 자금 4000만원 받았지만 청탁과 무관” 유서 3통 - '어리석은 저를 탓하고 정의당 사랑해달라" 호소
  • 기사등록 2018-07-23 12:17:34
  • 기사수정 2018-07-26 14: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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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노회찬(62) 의원이 23일 투신사망했다. 노 의원은 드루킹 측으로부터 4천만원을 받았다고 유서에서 밝혔다. 그동안 그는 금전수수를 부인해왔다. 최근 정의당원들이 출당논의를 하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노회찬 의원을 믿는다”고까지 했다. 본인의 거짓말로 비롯된 이 모든 상황이 그에게 부담이 된 것 같다.

진보적 사회 구축을 위해 정의당 의원으로서 정치개혁에 앞장섰던 그다. 국회 특별활동비 반납과 폐지도 주도했다. 진보진영이니만큼 투철한 도덕성이 생명이다. 그런 그가 정치자금의 마수에 걸려 비극으로 삶을 끝냈다.


2004년 제정된 현행 정치자금법은 입은 풀되 돈은 묶는 엄격한 돈정치방지법이다. 법인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행위는 엄격히 금지돼있다. 드루킹의 '경공모' 같은 단체에서 후원금 수수는 불법이다. 법은 후원회를 통해 받도록 돼 있지만 노 의원은 불법인 단체 돈을 개인적으로 받았다.

진보진영에선 노조나 단체의 정치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의 부패정치를 일소하기 위해 정치자금법은 엄격해야 한다. 돈선거 금지법을 완화시키는 것은 의원의 특권을 반대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원외 인사와 정치 신인에게 불공정한 정치자금법 조항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들도 현역과 공평하게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정치자금의 운용에 대한 감시 및 처벌은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50달러 이상 후원금을 낸 사람은 아주 상세하게 기부자 명세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이래저래 노 의원은 정치자금의 악마성을 세상에 외친 정치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 노회찬 의원의 생전 모습.


노 원내대표는 3통의 유서를 남겼다. 2통은 가족들에게, 한 통은 최근 ‘드루킹’ 특검 수사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이 유서에 정치자금을 4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적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지 않은데 대한 자책감,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정의당에 피해가 가는 데 대한 미안함을 밝혔다.

노 대표는 이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대표는 이 과정에서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청탁과 대가가 없었지만 정치자금 수수 자체에 대해서는 ‘후회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노 대표는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라고 후회했다.
특검 수사 이후 노 대표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도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서에서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라며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그가 깊은 죄책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음을 암시하는 말이다. 그는 당원들에게는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라고 남겼다.
그는 끝으로 국민들에게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약수동 남산타운 현관 쪽에서 노 의원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17~18층 사이 계단에서 노 의원의 외투를 발견됐고, 외투 안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글과 정의당 명함, 신분증이 담긴 지갑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노 의원이 이 아파트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아파트는 병환 중인 노모와 친동생이 살고 있다.

허익범 특검은 드루킹의 측근이자 노 의원의 경기고 동기동창 도 모 변호사에 대해 노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허익범 특검은 조만간 노 의원을 소환할 방침이었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노회찬 의원 사건이 처음 불거졌지만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났다. 이 사건이 재부상한 것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다. 드루킹 일당이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가 포렌식을 통해 복구됐고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수상한 자금 흐름 '정황'이 새로이 포착됐다. 노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한 의혹이 사실은 드루킹 일당의 '증거 조작'으로 무마됐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노 의원의 고교동기 도 변호사가 1호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가 됐다.


-------유서전문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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