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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국전쟁’을 보고 얻은 확신 -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학과장)
  • 기사등록 2024-02-19 11:07:41
  • 기사수정 2024-02-24 21: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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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전 대통령(1,2,3대 대통령 1875~1965).  민족문화대백과사전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대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개의 도시가 있다. 한쪽은 미국 애리조나주(州) 노갈레스시(市), 다른 한쪽은 멕시코 소노라주(州) 노갈레스시다.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이지만 주민들의 경제 사정과 삶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무엇이 국경을 맞대고 사는 이들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일까? 


한반도에는 같은 민족의 두 나라가 존재한다. 우주에서 촬영한 한반도의 밤 사진을 보면 남쪽은 휘황찬란한데 북쪽은 암흑천지다. 5천 년간 한민족의 정체성을 함께 이어온 이 두 나라는 또 어쩌다가 이렇게 극과 극에 놓이게 되었는가?


 신제도주의 경제학은 특정 사회의 정치·사회적 제도에 따라 경제적 생산 활동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경제학의 한 유파이다. 경제발전을 결정하는 요소는 제도이며 각 나라마다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경제 발전도 다르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이 신제도주의 경제학을 설명하는 사례로 많이 활용된다. 남과 북은 6·25 전쟁 이전에 문화, 환경, 제도 등이 거의 유사했으나 대한민국이 북한의 공산사회주의 체제와 달리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함으로써 결과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만으로 오늘날 남북한의 격차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영화 ‘건국전쟁’을 보고 그동안 막연하게 지녀왔던 의문에 명확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과 같은 주권국가의 개념이 태동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종교개혁 이후 신구교 간에 일어난 종교전쟁인 30년 전쟁(1618∽1648년)을 종결시킨 ‘웨스트팔리아 조약’이 출발점이다. 이때부터 중세의 봉건 질서가 해체되고 서유럽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제질서인 근대국가 체제가 형성되면서 이후 지리적으로 확대되어 식민지, 제국주의 시대를 거쳐 현재 전 세계의 민족국가를 구성원으로 하는 보편적 국제질서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문명국가 간의 체제’였으므로 그 적용 대상 국가, 즉 구성원 자격을 가진 국가는 서유럽의 기독교 문명국가로 한정되었다. 이 때문에 나머지 국가들을 대상으로는 이러한 국가 간의 규범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오직 지배의 대상으로 여겨졌을 뿐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신대륙의 국가들도 19세기 초 무렵에야 이 체제의 회원 자격을 얻었으며, 그나마 아시아 국가 중에서 이 국제질서에 발 빠르게 편승한 나라는 근대화에 일찍 성공한 일본이 유일하다. 


결과적으로 이 체제가 완성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 및 아프리카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을 쟁취하게 되면서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사례를 든 미국과 멕시코도 바로 이런 과정 속에서 건국을 하였다. 다만 현재와 같이 두 나라의 명운이 극명하게 갈린 이유는 바로 건국의 주체가 누구였냐는 데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1783년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각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이념으로 하나의 연방을 이뤄냄으로써 오늘날 세계 초강대국의 기틀을 닦았다. 


반면 스페인 식민지였던 멕시코는 우여곡절을 거쳐 1823년 공화국이 수립되었지만 자유파와 보수파로 나뉘어 50년 동안 서른 번 이상 대통령이 바뀌었고, 이 와중에 1848년 미국과의 전쟁이 일어나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거대한 영토를 잃고 말았다.


 

채성준 서경대 교수. 






영화 ‘건국전쟁’은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역사는 가정이 없다고 말하지만 만일 그 당시 조선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러한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를 읽을 수 있었던 이승만이라는 인물이 없었더라면, 2차대전 종전 이후 냉전체제로 재편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남한만이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해 단독정부를 수립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을 제기해 본다. 


 영화 ‘건국전쟁’은 그랬다면 한반도는 사회주의가 절대적으로 우세였던 내부적 요인과 머리 위에 있는 소련과 중국의 압도적 군사력에 의해 종국에는 공산 국가가 되어 오늘날 미얀마 수준의 후진국으로 전락했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뒤집어 말한다면 2차대전 이후 독립한 식민지 국가에서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유일한 나라, 인구 5천만 이상으로 국민소득 3만불 이상을 달성한 ‘5030클럽’의 대한민국은 결코 존재하지 못했을 것임이 분명하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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