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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냉전시대 첩보전쟁에 철저한 무장 필요 -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학과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
  • 기사등록 2024-01-31 13: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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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18년 평양에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자료사진


  냉전시대는 2차대전 종전 이후부터 1991년 8월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기까지 46년간을 말한다. 미·소가 주축이 된 이 시기에는 한국전이나 베트남전 같은 국지적 대리전쟁은 있었지만 양국 간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은 없었다. 


대신 선전과 침투 그리고 간접적인 경제·군사적 압력에 의한 극심한 적대관계 속에서 치열한 첩보전이 전개되었다. 미국 CIA와 소련 KGB를 중심으로 동서 간에 벌어졌던 불꽃 튀는 스파이전쟁이 대표적이다. 


  음모와 배신이 난무했던 이 전쟁의 중심에는 동독 슈타지가 서독 빌리 브란트 총리 비서로 심은 귄터 기욤, 미국 FBI의 두더지(Mole) 로버트 한센, KGB에 포섭된 영국 MI6의 조지 블레이크와 킴 필비, 핵전쟁을 막은 소련 군정보기관 GRU의 올레크 펜코프스키와 같은 이중스파이들이 있었다. 

이 중에는 냉전 종식을 앞당기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KGB요원이었지만 MI6에 협조했던 올레크 고르디옙스키(1938∼)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스파이와 배신자’는 영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으로 고르디엡스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그를 위험에 빠트린 인물로 CIA의 배신자였던 올드리치 에임즈의 이야기도 함께 소개되어 있다. 


두 인물의 차이라면 고르디엡스키는 개인적 신념에 의해 자유 진영을 도왔고 에임즈는 돈 때문에 조국을 배신하였다. 결과적으로 고르디엡스키는 영국 망명에 성공한 이후 냉전체제가 붕괴하면서 가족들까지 데려올 수 있었지만, 에임즈는 체포되어 종신형을 받고 펜실베니아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이 첩보전의 최종 승자는 결국 고르디엡스키이고 자유 진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새삼 꺼낸 까닭은 오늘날 국제정세가 탈냉전을 넘어 서방세계와 반(反)서방세계, 민주주의와 전체주의가 맞붙는 제2차 냉전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더구나 동북아는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첨예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대에 걸친 통일·동족 개념을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을 주적 국가로 명시한 채 전쟁 불사를 외치고 있다. 김정은의 도발적 행위가 말 폭탄에 머물지 진짜 전쟁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가늠하지 못한다. 


냉전시대에는 그나마 자유 진영에 고르디엡스키와 같은 협조자가 있었기에 소련 체제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지도자들의 의중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소련은 KGB를 중심으로 한 막강한 정보력과 철저한 통제 속에서도 권위주의적 체제의 한계와 그들만의 확증편향성 때문에 결국에는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현재 각국 간에는 미·중 무역전쟁의 도화선인 산업스파이를 비롯해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는 첩보전이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서방세계는 특히 ‘중국몽(中國夢, 세계 패권국가를 향한 중국의 꿈)’을 향한 ‘초한전(超限戰, 경계와 한계를 뛰어넘는 전쟁)’의 중심에 중국 정보기관과 정보요원들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제정된 ‘신정보법’에는 해외 거주 중국인이나 외국 국적 화교를 포함해 모든 중국인은 중국 공산당이나 국가 정보요원에 협조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미 의회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의 정보기관이 국내 선거에까지 개입한다고 보고 정보 제보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 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의 국내보안정보 활동을 중단시키고 대공수사권을 이관하는 우를 범하였으며, 정보사 공작관들에 대한 무리한 수사 등으로 인해 대북 휴민트마저 붕괴되었다는 우려가 크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현행 보안 관련법은 북한 및 북한과 연계된 반국가단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외국의 스파이활동을 처벌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 


따라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과 같이 국가기밀보호를 위한 ‘간첩법’을 하루빨리 제정하는 한편, 미국이 9·11테러 후 구축한 정보 및 수사기관 간 협력시스템(DNI,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을 비롯해 중국의 비군사적 전략인 ‘초한전’까지 벤치마킹하는 공세적 정보활동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냉전의 유산인 분단 문제를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대신 국력이나 국제적 위상은 냉전시기에 비해 괄목하게 높아졌다. 


이제 스파이전쟁 상대는 북한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나라들이다. 냉전 당시 미·중 수교와 미·소 데탕트를 이끈 외교 거목 헨리 키신저가 생전에 남긴 “우호적인 국가는 있어도 우호적인 정보기관은 없다”는 금언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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