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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정치적 정보조작이 주는 교훈 -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학과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
  • 기사등록 2024-01-28 12:08:02
  • 기사수정 2024-01-30 14: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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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리우스 카이사르.  시오노 나나미 작 '로마인 이야기' 캡처 


  영어단어 시저(Caesar)는 독일에서는 카이저(kaiser), 러시아에서는 '차르(czar)'라고 하지만 모두 황제를 뜻하는 말이다. 황제 중에서도 실권을 장악하고 마음껏 휘두르는 전제군주나 독재자에게 이러한 호칭을 붙인다. 


이 절대적인 힘을 가진 황제를 뜻하는 시저라는 단어는 실은 로마의 가장 위대한 정치가 중 하나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로부터 비롯되었다. 카이사르는 생전에 황제가 아니었지만, 그의 사후에 후계자로 지목된 양아들 옥타비아누스가 초대 로마 황제가 되고 450여 년간 이어진 공화정이 무너지면서 로마가 제국으로 재탄생한 역사적 배경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로마의 한미한 귀족 가문 출신이지만 타고난 언변과 매력적인 외모로 명성을 얻어 마침내 집정관이 되고 갈리아 정복에 성공하면서 종신 독재관으로 1인 지배의 권력을 얻었다가 원로원의 반발을 사 암살당한 그의 드라마틱한 일생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줄리어스 시저’로 잘 알려져 있다. 


갈리아에서 로마로 들어가는 루비콘 강을 건너며 병사들 앞에서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한 연설이나, 원로원 회랑에서 정적들로부터 칼에 찔려 죽을 당시에 자신이 믿고 있던 인물을 발견하고 외쳤다는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유명한 말도 모두 그에게서 유래하였다. 


  카이사르가 황제를 뜻하는 단어의 유래가 되고 역사상 가장 빛나는 전쟁의 달인이라는 칭송을 받도록 한 데는 그의 저서 ’갈리아 원정기‘의 영향도 크다. 

한 사람과 제국의 운명을 바꾼 8년간의 전쟁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왜 자신이 갈리아 정복에 나서야 했으며 이로 인해 로마가 얻는 이익이 얼마나 큰지를 원로원과 시민들에게 알리려 한 일종의 보고서였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보고서 중 하나로 2000년 동안 칭송받던 이 책이 기실은 그의 정치적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교묘하게 조작하였음이 20세기 중반부터 역사가들의 연구를 통해 밝혀지게 되었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정복은 그가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빚을 많이 지게 되었고 이를 돌파하려는 노림수에서 출발하였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전쟁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권력까지 얻을 수 있었지만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 


로마 공화국에서는 계속 높은 지위로 오르려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데, 빚을 갚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건 그다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었다. 따라서 자신의 행동이 모든 로마인에게 유익한 것처럼 알려야 했다. 

여기에는 그가 갈리아 전쟁 내내 벌인 잔혹 행위를 정의롭고 정당한 행동으로 선전하려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오노 나나미 작 '로마인 이야기' 캡처 



이 이야기를 새삼 들춰낸 것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과 관련이 있다. 역사적으로 카이사르 식의 정치적 정보 조작은 항상 존재해 왔으며 여기서 발전한 것이 ‘선전’을 뜻하는 프로파간다(propaganda)다. 


원래는 로마 가톨릭에서 포교를 전담하는 추기경들의 위원회(1622년 구성)를 가리킨 말이었지만, 20세기에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거짓과 선동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특히 나치 독일의 아들프 히틀러는 나쁜 의미에서 말하는 프로파간다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이를 통해 독일 국민들을 현혹시켜 집권에 성공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인류에게 씻을 수 없는 수많은 죄악을 저질렀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히틀러와 같은 식의 프로파간다가 난무하고 있다. 정권만 잡으면 ‘장땡’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온갖 감언이설로 국민들을 속이려 든다. 


여기에서 팩트(fact)는 전혀 무의미하다. 오히려 정의와 진실을 외치는 자는 진영 논리에 따라 바보 취급을 받는다.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선량한 국민들마저도 이에 물들어 있다. 저마다 ‘문빠’나 ‘개딸’과 같은 광팬을 만들고 자기가 믿으려는 얘기에만 귀를 여는 확증편향성에 빠져있다. 최근에 잇따른 정치적 테러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채성준 교수. 



오늘날 ‘갈리아 원정기’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정치적 정보 조작과 그에 수반되는 위험을 보여주는 역사상 최초의 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역사는 이미 흘러가 버렸다. 

2차대전에서 패배한 이후에야 독일 국민들이 히틀러에게 감쪽같이 속았음을 알게 됐지만 그 후과는 너무 컸다. 


우리 국민도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작금의 정치판에서 누가 히틀러와 같은 존재인지를 잘 구별해 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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