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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피습’ 사건 확대해석보다 테러방지법 보완이 먼저 -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학과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
  • 기사등록 2024-01-23 17:59:51
  • 기사수정 2024-01-25 13: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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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부산서 피습된 뒤 지혈받고 있다. 연합뉴스TV캡처 



테러는 테러리즘(terrorism)의 약자로 특정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가 다양한 방법의 폭력을 행사해 정치·사회적 공포상태를 일으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테러는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의 대표적 정치 테러로는 기원전 43년 로마 원로원에 의한 ‘줄리어스 시저 암살’,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형가(荊軻)의 ‘진시황 암살 기도’ 등을 꼽을 수 있다. 


근대 들어서는 민족국가 형성 과정에서 국가독립, 민족해방운동을 위한 폭력적 저항 형태가 많이 나타났다. 고전적 마르크스·레닌주의자들에 의한 테러들도 이때 성행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해방정국에서 김구 선생 암살 등 ‘백색테러’나 여운형 암살 같은 ‘적색테러’로 몸살을 앓았다. 


  1960년대부터는 국제정치 상황과 연결되어 테러의 국제화, 대형화, 정치화라는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였고, 이스라엘 건국과 더불어 아랍 민족주의가 형성되고 이슬람 원리주의가 표면화하면서 중동이 테러 진원지로 부상하게 되었다. 


특히 1991년 탈냉전 이후 민족주의적, 종교적 테러리즘이 심화된 시기부터를 뉴테러리즘 시대라고 한다. 

2001년 9·11 테러는 무차별적인 대량 인명살상, 동기가 불분명하고 대중의 지지를 의식하지 않는 뉴테러리즘의 전형을 보여준 사건이다. 


이러한 테러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무차별적인 살상을 자행하는, 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전선도 전쟁 규칙도 없는 회색 전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생적(homegrown) 테러리스트, 즉 ‘외로운 늑대’의 출현과 ‘Low-Tech형’ 테러의 일상화다. 

주로 사이코패스나 사회부적응자들이 어떤 배후세력 없이 특정조직이나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극단주의 단체의 이데올로기나 신념 등에 자발적으로 동조하여 일상생활에서 구하기 쉬운 차량·흉기 등을 이용해 모방형 테러를 자행하기 때문에 감행 시점이나 방식에 대한 정보 수집이 쉽지 않아 예방이 어렵고 추적이 힘들다. 


우리나라도 최근 사회 양극화 및 경제난 등으로 ‘외로운 늑대’의 발생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며, ‘신림동 무차별 칼부림’이나 ‘분당 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과 같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대표),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에 대한 습격 사건은 가해자의 개인적 동기나 목적에서 비롯된 폭력이라는 점에서 현대적 의미에서 정의하는 테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우리나라의 후진적 정치 행태에 따른 정치 혐오를 탓하기보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를 ‘백색테러’로 명명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기에 급급하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심지어는 이번 이재명 대표 사건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까지 앞세워 “테러 인물, 조직원, 단체 선전, 자금모금 기부, 테러 예비 음모, 선전 선동 등 의심할만한 인물을 색출 추적해야 한다”며 총리실과 국정원을 압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현행 테러방지법에는 “테러란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외국 정부의 권한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목적 또는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제1조)하고 있다. 


또한 “테러단체란 UN이 지정한 테러단체를 말하며, 테러위험인물이란 테러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자금 모금·기부, 그 밖에 테러 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규정(제2조 2·3항)되어 있다. 이재명 대표 사건이나 가해자가 여기 어디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 테러방지법은 지난 2016년 3월 그 무렵 발생한 ‘프랑스 파리 테러’와 ‘김모군의 이슬람 무장단체 IS 가담’ 사건 등이 계기가 되어 제정되었다. 

사실 테러방지법 제정 논의는 2001년 9·11 테러 발생으로 인해 UN안전보장이사회의 권고에 따라 김대중 정부에서 정부 입법안으로 발의되었다. 


17, 18, 19대 국회에서도 의원 입법으로 법안이 연속 발의되었으나 국민 기본권 침해 등을 우려한 인권단체 등의 반발로 계속 무산된 바 있다. 


최종 법 제정 시에도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9일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홍역을 치렀으며, 그 과정에서 정치적 봉합에 의해 테러의 정의와 테러단체 및 테러위험인물의 범위를 엄격히 한정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북한 테러분자에 의한 도발 시 테러방지법을 적용시키는 데 한계가 있으며 국내외 불순분자, 특히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테러 대응에도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미국의 반테러 관련법 등 선진국 입법 사례를 참고해 테러방지법을 현실에 부합하게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민주당이 이번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하기보다는 테러방지법 개정에 앞장서는 것이 우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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