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위원장 인요한, 사진)는 27일 첫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1호 안건으로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등에 대한 대사면을 지도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면반발하며 수용을 거부, 혁신위 1호안건의 빛이 바랬다. 

혁신위가 출발을 하면서 기껏 당내의 사소한 문제를 1호 안건이라며 포장한 것은 ‘한 건 주의 내지는 신중함의 결여’라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통합을 주장하면서 무슨 ‘시혜’ 베풀 듯이 사전 동의절차 없이 일방통행한 것도 당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혁신위 답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위 "당에서 승인하면 대사면 가능할 것"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날 첫 회의를 마친 뒤 대사면 대상과 관련 "이준석 전 대표뿐 아니라 홍준표 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태영호 전 최고위원도 걸려 있는 상황"이라며 "최고위원회에서 승인을 해주면 대사면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당원권 정지 1년 6개월, 홍준표 대구시장은 10개월, 김재원 최고위원은 1년 징계 상태다.

혁신위의 첫 번째 대외 행보로는 오는 30일 광주 5·18 민주화묘역 참배로 정했다.

인 위원장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좋은 기회가 왔고 이 기회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 느끼고 있다"며 "우리 혁신의 철학은 희생과 통합, 다양성"이라며 통합과 다양성을 강조했다.

이준석  "우격다짐으로 아량 베풀듯 하는 이런 식 접근, 반대한다"

대사면론에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강력반발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7일 혁신위가 자신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고 김기현 지도부가 수용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있었던 무리한 일들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게 혁신위의 일이지,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듯이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일축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저는 이런 혁신위의 생각에 반대한다. 재론치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의 횡포를 지적하는 좀 더 근본적인 것을 하라"고 촉구했다.

홍준표 " 사면 바라지 않아, 그런 짓 하지마라...니들끼리 총선 잘해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면은 바라지 않는다. 장난도 아니고 그런 짓은 하지 마라"고 반발했다. 홍준표 시장은 "해촉도 징계도 모두 수용했고 모욕도 감내했다. 김기현 지도부와 손절한 지 오래"라고 밝혔다.

이어 "총선출마 할 것도 아니고 총선 관여할 생각 또한 추호도 없다"며 "총선 출마할 사람들에 끼워서 그런 장난 치지 마라"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까지 배제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총선후 바뀐 정치 지형과 새롭게 정치 시작하면 된다"며 "니들끼리 총선 잘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9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의 본질은 국민 신뢰를 상실한 지도부 총사퇴하고 새판을 짜야 했는데 고만고만한 니들끼리 이 난국 돌파가 가능하겠나?"라며 "나는 세월을 참고 기다리면 되지만, 니들은 영문도 모르고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 신세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라며 거듭 총선 참패를 기정사실화하며 비난했다.“

그는 "총력을 다해도 이기기 힘든 총선을 앞두고 갈라치고 내치고 한줌도 안되는 무능한 니들끼리 무슨 큰 선거를 치루겠나?"라며 "나는 내년 총선후 새로운 세력과 함께 다시 시작하면 된다"며 총선후 독자세력 구축 속내를 드러냈다.

김웅 “이렇게 사면한다면 그 윤리위는 정말 ‘마녀재판식 징계’였던 것”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1호 안건으로 내세운 ‘당내 화합을 위한 대사면’의 대상으로 이준석 전 대표 등을 거론한 데 대해 “이렇게 사면한다면, 그 윤리위원회는 정말 ‘마녀재판식 징계’가 맞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이준석을 사면한다고 한다. 큰일이다”라며 “그동안 이준석 쫓아내면 우리 당 지지율 오른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금 지지율도 30%로 바닥인데 (그분들의 고견에 따르면) 이준석 들어오면 나락 가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또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님께서 ‘이준석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선언하셨는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어찌 다시 건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성 상납이고 품위 위반이라고 준엄하게 질타하던 윤리위 레드코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째 이 모든 것을 구렁이 담 넘듯 슬쩍 모른 척할 수 있나”라며 “이렇게 사면한다면 그 윤리위는 정말 ‘마녀재판식 징계’가 맞았던 것”이라고 지난해 이 전 대표 축출과정을 소환했다.

그는 “이렇게 사면할 것이면 정 전 비대위원장과 윤리위 부위원장 유상범 의원 간에 나눴던 중징계 모의는 어찌할 것이고, 그 수많은 업보와 폭언들은 어찌할 것인가”라며 “결국 지금 이준석 사면하자는 것은 내부총질이고 해당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잘한 것 없고 보기 싫다고 그렇게 사람 치는 것 아니다. 그러면 학교폭력이나 깡패와 뭐가 다른가”라며 “사람 쳤으면 하물며 깡패도 깽 값은 물어준다”고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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