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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입니까?” ... 한국카메라박물관 ‘폐관’ 몰려
  • 기사등록 2022-09-30 16:13:18
  • 기사수정 2022-10-05 19: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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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관위기에 몰린 한국 카메라 박물관, 국내 유일의 카메라 박물관으로 렌즈를 형상화한 건물 모습이 이채롭다.  이슈게이트  


한국카메라박물관 김종세(71) 관장은 2018년12월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정부가 과천시 과천동 일원을 3기신도시급으로 개발한다고 발표했는데 과천동 막계리 가장자리에 위치한 한국카메라박물관이 포함돼 있었다. 


청천벽력이었다. 정부와 과천시는 일방통행이었다. 

무엇보다 과천시주암동 아해전통어린이박물관이 주암지구 택지개발에도 존치하기로 결정된 뒤여서 충격은 더 컸다. 


아해박물관이 존치되는 것으로 봐서 당연히 한국카메라박물관은 과천지구 개발지역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짐작했지만 오산이었다. 

자동차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과천과학관은 개발계획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 결정은 형평성이 심하게 위배된 거로 김 관장은 받아들였다고 한다.  


더구나 막계리 병원부지는 전체가 3만4천평이다. 한국카메라박물관은 겨우 120평 정도에 불과하고 병원예정부지의 한 귀퉁이에 위치해있다. 전체 병원 부지 개발에 별 영향이 없는데 왜 이러나 싶었다고 한다.  



한국카메라박물관에 비치돼 있는 이색적인 카메라.  이슈게이트



2018년 12월, 과천지구개발계획에 박물관 포함시켜 





김종세 관장은 이때부터 만사 제쳐두고 한국카메라박물관의 보존청원 운동에 나섰다.

국토부와 과천시에 “제척해달라”는 의견을 내고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정부나 지자체나 본체도 하지 않았다. 

국토부와 시행사인 LH는 문화시설의 의미라든지 문화부흥이라든지 하는 정신문화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중앙토지수용위에도 제척을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냈지만 특별법에 따른 것인데 무슨 말이 이리 많아! 식의 답변만 돌아왔다.


오로지 집값을 잡기위해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해야한다는 행정 만능주의와 책임지지 않으려는 관료주의, 땅을 싸게 산 뒤 비싸게 팔아 개발이익을 얼마나 많이 올리느냐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28일 오후 한국카메라박물관 1층에서 이슈게이트와 인터뷰 하는 김종세 관장.  이슈게이트 




대통령실서 민원서류 접수해 과천시 하달했지만....땅값 보상만 서둘러 




땅값 보상을 두고 압박이 심해지던 지난 7월 김 관장은 윤석열 대통령실에 수백페이지에 이르는 ‘존치 및 이전대책수립 요청의 건’ 민원을 접수했다. 

박물관 관람객, 과천시민들, 사진작가회 전국지부 회원들의 존치를 바라는 서명지가 담겨 있었다. 


대통령실은 해당민원서류를 PDF 파일로 만들어 과천시 등 관련기관에 배부했다.

김 관장은 이 사실을 과천시도시개발과장을 만난 뒤 우연히 알게 됐다. 

그럼에도 과천시는 요지부동이었다. 



문체부, "국내 유일 카메라 박물관" ..."존치 검토" 공문에도 관련기관 요지부동 

 



문화체육부는 존치쪽으로 검토해달라고 관련기관에 요청했다.

문체부는 지난 8월초 국토부, 경기도, 과천시문화체육과, 과천시 도시개발과,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주택공사, 과천도시공사에 '과천공공주택지구 내 사립박물관 존치 재검토 요청'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 공문은 "( 한국카메라) 박물관은 발명 초창기 카메라에서 현대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전 시기의 카메라를 수집해 연구 조사 전시 교육하는 비영리 사립박물관으로서, 세계적으로도 희소성이 높은 카메라를 비롯해 대중적인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카메라역사를 한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박물관이다"며 "해당박물관의 존치는 과천 신도시 내 부족한 생활밀착형 문화인프라를 확보하는 효과뿐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향유와 편익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제21조에 의거, 박물관이 존치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런 공문에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이나 문체부 모두 한통속이라는 게 김 관장 생각이었다. 


모두가 문화의식과 소명의식 대신 책임지지 않으려 업무를 ‘핑퐁’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전시돼 있는 다양한 카메라들.  이슈게이트 



김종세 관장 “이제 막바지에 다달아...잠 못 이루는 밤 이어져”




지난 28일 오후 한국카메라박물관에서 만난 김종세 관장은 “이제 막바지에 왔다”며 “요즘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카메라박물관이 위치한 막계리는 과천시가 병원유치특별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이를 위해 고대병원 등과 과천시가 접촉했지만 아직 별무성과다. 그러나 과천도시공사는 건물과 토지보상을 서둘렀다.


김 관장에 따르면 이미 토지감평액이 통지됐고 중앙토지수용위에 재결신청이 제기됐다.

10월 중순이면 재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재결결정이 되면 법원 공탁을 거쳐 12월말쯤 명의가 이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관장은 한국카메라박물관의 토지감평액에 대해 “토지보상가는 23억원이다. 30~35% 양도세를 내야 한다. 건물 보상가는 7~8억원이다”며 “이 돈으로 과천시내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 겨우 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관장은 “이 보상액을 갖고 어디로 가서 박물관을 짓고 이전 및 보존 비용을 마련하느냐”며 “박물관 하나 지켜주지 못한 나라가 어찌 나라냐?”라고 문화체육부와 대통령실 등을 향해 화를 냈다.

그는 “아파트를 짓는다고 박물관을 수용하는 나라가 전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과천지구는 토지주들에게 대토를 허용했지만 박물관은 관련 법률에 포함돼지 않아 대토를 받을 수도 없다고 한다. 

김 관장은 “땅값으로 다른 곳에 대토를 해달라”고 호소해도 과천시와 국토부 등에서는 “법률규정에 박물관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법령 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카메라박물관 보상액은 3.3 ㎡(평)당 1760만원 꼴이다. 

과천도시공사나 LH는 이 값에 땅을 확보한 뒤 '땅짚고' '땅장사'를 할 것이다. 도시개발 앞에서 "문화인프라 확보가 웬말이야"라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카메라박물관 존치, 이전대책 수립을 호소하는 김종세 관장. 이슈게이트 




김종세 관장 "현 위치에 존치시켜주세요, 안되면 보상금액 범위에서 이전시켜주세요"




결국 존치를 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

물품 이전, 보존비용도 만만치 않다. 다른 곳에 박물관을 짓는 동안 비싼 비용을 들여 특수시설에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만 나이로 71세인 김종세 관장의 호소는 이렇다.


“한국카메라 박물관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현 위치에 존치하여 주십시오.”

“ 3기 신도시 과천지구 막계동 중에서도 가장자리에 존재하는 박물관 땅을 꼭 수용하여여만 한다면 보상받는 금액 범위로 3기 신도시 지구 내 접근성이 좋은 곳에 이전 장소를 제공해 문화기반시설로서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에서 한국 콘덴츠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입증되면서 문화강국의 자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과천의 한 귀퉁이에서 한국카메라박물관의 존폐를 두고 벌어지는 일은 문화선진국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카메라박물관의 뒤는 텃밭이다.  이슈게이트 



유물 2만5천여점...수장고엔 진귀한 카메라 7천여점 보관 




과천 카메라박물관은 과천시대공원광장로8 (과천동), 과천과학관 맞은편, 서울대공원 입구 옆에 위치해있다.

2006년에 짓기 시작해 2007년 9월 개관해 오늘에 이르렀다. 과천역사만 16년째이다. 앞서 관악구 신림동에서 2000년 문을 연 뒤 과천시로 이전했다. 


대지면적은 120여평, 건평은 280평 정도 된다고 한다, 외관은 카메라렌즈를 형상화한 3층건물이다. 


지하 1층에서 사진작가 특별전이 열린다. 지상 3층까지는 1839년 다게레오 타입 카메라로부터 장총 개머리판처럼 생긴 카메라를 비롯, 진귀한 카메라 7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또 무비카메라 200여점, 인화장비, 영사장비, 조명장비, 유리건판 필름, 슬라이드, 작품 사진 등 유물이 2만5천여점이라고 김 관장은 설명한다.


지난 23년간 정부에서 9억원 정도를 지원받았지만 김 관장이 사재를 털어 영국 크리스티 경매장 등에서 유물을 매입하고 운영비 등으로 쓴 돈이 “50억원도 넘는다”고 했다. 

그는 “ 세계 100여개국을 돌며 시간과 비용을 들여 모은 유물의 가치를 따지면 여백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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