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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11일 오후 인터뷰했다. 빗방울이 떨이고 있었다. 아랑곳없이 과천 6단지 옆 과천소공원에서 그는 풀을 뽑고 있었다. 

그가 하는 일은 잔디가 잘 자라도록 공원 잔디밭의 잡풀을 뽑아주는 일이다. 잔디밭 잡풀을 제거하는 것이 ‘미션’인 것처럼 보였다. 


과천의 키 큰 할아버지 기세환씨가 11일 과천자이 소공원 풀밭에서 잡풀을 호미로 뽑아내고 있다.  이슈게이트 


지난 여름 그 무더위 속에서도 이 곳에서 묵묵히 그 일을 하고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것도 혼자서였다. 

창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플라스틱 통 ‘쪼그리’를 허리에 단 채 쪼그려 앉아 호미로 잡풀을 뽑고 있었다. 


이곳은 6단지재건축을 통해 과천시로 기부채납된 공원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지나가고, 공원에 설치된 기구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늘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다른’ 세계에서 오로지 풀만 뽑고 있었다. 




“과천 잔디는 씨가 없어요...과천시에 부탁합니다. 예초기로 잔디 싹뚝 자르지 마세요” 



그는 잔디를 가꾸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오래 동안 과천의 잔디밭에서 풀을 뽑아오면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지식일 것이다.


“과천 내 공원이 잔디밭은 잔디씨가 없어요.” “잔디가 자란다고 예초기로 싹 밀어버리는 미련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잡초만 잘 뽑아주면 잔디가 씨를 맺어 잘 자랍니다. 처음이 힘들지 해가 지나면 바닥에 잔디씨가 떨어져 뿌리를 내려 잘 자라니 제발 과천시는 예초기로 잔디를 싹뚝싹뚝 자르는 일은 하지 마세요.” 



호리호리한 체격에 눈빛 선해 ...과거 수십년동안 서점 운영해 



기세환씨. 한국 나이로 83세라고 했다. 호리호리한 체격이었고 눈빛이 선했다. 

대구에서 일흔 가까이될 때까지 서점을 운영했다고 한다. 


과천은 오래전 막내 여동생의 권유로 주공7-2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큰 아들이 서울의 큰 병원 의사로 성장하는 등 자녀들은 잘 자라주었다. 

현재 서점운영을 접고 재건축을 한 과천래미안센트럴스위트로 옮겨 거주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 일을 했습니까? 

“대구에서 살 때 아파트 동대표회장을 했습니다. 그 때 거기서 아파트 잔디밭에서 풀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동대표회장이 하루 종일 풀을 뽑고 있다고 주민들이 수군거리기도 했죠.” 


-과천에 이주한 뒤 풀 뽑는 일은 어디서 시작했나요?

“살고 있는 래미안센스 아파트 잡초를 뽑았죠.”


그랬다. 과천래미안센스 옆으로 지나다보면 인도 옆 풀밭에서 하루 종일 잡풀을 뽑고 잔디를 가꾸는 노인이 있었다. 바로 그 사람이었다.



기세환씨가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나 풀밭 위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슈게이트 



"하루에 7시간 풀을 뽑죠...무릎 아프던 것이 다 나았어요"



지난 여름 작열하는 태양 아래 과천자이 단지 옆 과천소공원에서 그가 풀을 뽑을 때 무심코 지나갔지만 이날 작심하고 말을 걸었다. 

그런데 선선하게 말을 잘 받아주었다. 표정이 밝았다. 


-하루에 몇 시간씩 풀을 뽑나요?

“오전에 4시간, 오후엔 3시간 정도 일을 합니다.”

-하루 종일 쪼그리고 있으면 힘드시지 않나요?

“해볼만 합니다. 몸도 좋아졌어요. 전에는 등산을 많이 해 무릎이 아팠는데 잔디 속에서 풀 뽑는 일을 하다 보니 무릎 아픈 곳이 사라졌네요. 아마 무릎을 덜 쓰니 그런가봐요.”

-무료 자원봉사인데 왜 사서 고생하냐고, 부인께서 뭐라 하지 않나요?

“잘 이해해줍니다. 훌륭한 지원자입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생각이세요?

“힘 닿을 때까지요.”


키 큰 할아버지가 뽑은 잡초가 수북히 쌓여 있다.  이슈게이트 



비가 두둑두둑 떨어져 인터뷰가 끝이 났다. 기자는 서둘러 자리를 떴지만 그는 여전히 다시 호미를 들고 쪼그려 앉아 자세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가지만 과천자이옆 공원은 키 큰 할아버지 기세환씨의 땀이 어려 있다. 

특히 ‘왼 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도록 하는’ 무심한 행동에 과천의 잔디는 더욱 잘 활착하고 잔디밭은 해마다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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