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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르네상스 정치인 김종필 (JP) 영면하다 - '서쪽 하늘 벌겋게 물들이고' DJ YS 따라가
  • 기사등록 2018-06-23 10:42:21
  • 기사수정 2021-08-31 18: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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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23일 향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정치를 풍미한 3김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JP는 마지막 르네상스 정치인으로 불렸다. 호남기반의 김대중(DJ), 영남기반의 김영삼 (YS) 전 대통령 사이에서 충청기반으로 평형을 이뤘지만 다른 두 사람과 달리 대통령에는 이르지 못했다.
JP는 정치를 협상의 예술로 봤다. 그래서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앙숙이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손잡고 3당 합당을 했고 당대표에 올랐다. 그러나 김영삼에 의해 토사구팽 당하자 자민련을 창당해 반전을 이뤄냈다. 이후 공산주의자로 본 김대중과 DJP연합을 성사, 공동정권을 창출하고 다시 총리에 올랐다.

JP는 영원한 2인자였다. 다른 양김처럼 대통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박정희 정권에 이어 노태우 정권서 민자당 최고위원, 김영삼 정권서 여당 대표, 김대중 정부 시절에 국무총리를 지냈다. 전두환 정권 때는 미국 시애틀에서 사실상 망명생활을 했다.



JP는 많은 어록을 남겼다. 결별한 YS를 향해서는 국회 대표 연설에서 “사랑에는 후회가 없습니다”라고 애증을 표현했다. YS와 갈라선 뒤 자민련을 창당하고 유세하면서 “미운 놈 죽는 것 보고 죽는 게 행복”이라고 풍자적으로 말했다. 말이 씨앗이 된 것인지는 몰라도 양김이 다 저승으로 가고 한참 뒤 마침내 JP가 그들을 따라갔다. 그들은 저승에서 3김시대를 다시 열것인가.

JP는 평소 “타다 만 장작처럼 살기는 싫다”며 '완전 연소'해 재가 되는 치열한 삶을 꿈꿨다. 그는 후배가 자신을 지는 해라고 깎아내리자 "지기 전에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 싶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혁명가 출신답게 선이 굵은 정치를 했지만 인문학을 좋아해서인지 가슴의 정치를 해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는 독서광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하루에 책 1권씩 읽는 습관이 도움이 돼 정치를 하면서 풍부한 지식을 자랑했다. 나이 들어서도 잠들기 전 꼭 책을 읽었다고 한다.




▲ 김종필은 1990년 1월 `3당 합당`에 참여한 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를 지원해 여권의 2인자로 다시 올라섰다.사진은 3당 합당 전 63세이던 JP가 1989년 10월 안양골프장에서 YS가 드라이브 티샷을 하다 헛방을 치자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다.


JP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 맞은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10선에 도전했으나 실패하고 은퇴했다. 그 때 나이 78세였다.

김종필은 은퇴 후 자택을 방문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기업인은 노력한 만큼 과실이 생기지만 정치는 과실이 생기면 국민에게 드리는 것 "이라고 훈수했다.

JP는 은퇴한 뒤 2008년 불의의 뇌졸중 습격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 좋아하던 골프를 하지 못해 바깥 활동을 줄였다. 2015년에는 동지이자 영원한 애인 박영옥여사마저 자신의 곁을 떠나 보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조카 박영옥과 순애보적이며 낭만적인 사랑은 널리 알려졌다.

전쟁 때 남자 장교는 여자 교사를 만나 "한 번, 단 한번, 단 한 사람에게"(once, only once, and for one only)"라고 쓴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로 프로포즈했다.

아내와 사별 이후 김종필은 방문하는 정치인만 맞을뿐 거의 은둔생활을 해왔다. 최근 한두 달전부터 식사를 하지 못했다. 김종필은 한 달 전 방문자에게 " 밥이 땅기지가 않아!"라고 했다고 한다.




JP는 23일 오전 중구 신당동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병원측에 따르면 김 전 총리의 가족들은 이날 오전 119를 통해 김 전 총리를 인근 순천향병원으로 옮겼다. JP는 병원 도착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JP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차렸다.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5일장으로 27일 발인해 화장한 뒤 충남 부여 선산에 안장된다.

국무총리 출신이어서 국립현충원 안장자격이 있다. 하지만 JP는 화장해 아내가 영면하고 있는 옆자리에 데려다달라고 유언했다. 이한동 전 국무총리와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JP는 192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공주중·고등학교와 서울대 사범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1963년 공화당 창당을 주도하고 그해 치러진 6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7·8·9·10·13·14·15·16대를 거치며 9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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