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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조선일보 맹비난 하는 이례적 사건이 일어나다 - “청와대에 굴복한 보수언론의 조종”이라며 주필 파면 요구
  • 기사등록 2018-05-31 16:27:00
  • 기사수정 2018-06-02 2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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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측근인 강효상(57) 의원은 31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께 보내는 공개편지’를 보내고 “조선일보의 조종을 울린 양상훈 주필을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홍준표 대표(64)도 페이스북에 “조선일보의 문제라기보다 조선일보의 그 사람이 항상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양 주필은 이날자 조선일보에 칼럼 ‘역사에 한국민은 전략적 바보로 기록될까’를 실었다. ‘북한 비핵화를 믿으면 바로라지만 때로 바보가 이기는 게 역사’ ‘ 북이 사실상 핵보유국 돼도 정보 자유 인권 스며들어 체제에 근본적 변혁 오면 우리는 전투에서 졌지만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내용이다.


▲ 홍준표 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인 강효상 한국당 의원


한국당의 조선일보 맹비난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비난에 앞장 선 이는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이다. 조선일보 출신이 공개적으로 조선일보를 비난하고 언론계 선배인 주필에게 인신공격적 비난을 퍼부으며 파면을 발행인에게 요구한 것은 언론사에 보기 드문 일이다. 북한에 비난받던 조선일보는 이제 한국당에게도 비난 받는 신세가 된 것도 이례적이다.

한국당은 조선일보가 청와대 압력에 눌리는 것에 대해 보수정당의 미래를 위해서도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동시에 양 주필의 이날 칼럼을 도마에 올려 과거 그의 한국당 비판 칼럼 역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물타기를 하려고 한 것 같다.


강 의원(비례대표)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오늘 양상훈 주필의 칼럼을 보고 한겨레신문을 보고 있는지 깜짝 놀랐다”며 “자유한국당과 보수우파를 공격하는 건 좋다. 그러나 나라의 존립과 정체성에 관한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양 주필은 칼럼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기적이니 북한 체제의 붕괴를 기다려보자는 주장을 폈지만 북한 체제가 붕괴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일어나기 힘든 기적”이라며 “양상훈 칼럼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패배주의자들의 말장난이고 속임수”라고 했다.
또 “칼럼이 나온 타이밍은 더할 수 없이 위험하다. 북미회담을 코앞에 앞두고 백악관 등 미국 정부는 조선일보의 논설이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주장 등 한국 보수의 입장을 살펴보고 이를 협상에 감안한다”며 “미 당국자들이 이 칼럼을 보고 한국 보수의 한 축인 조선일보가 북한에게 항복했다는 시그널로 인식하게 되면 그 책임을 어쩌려고 하십니까”고 따져 물었다.
강 의원은 “공교롭게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조선일보를 협박한 이틀 뒤에 이런 칼럼이 실렸다”며 “이건 마치 조선일보가 청와대에 백기 투항을 한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9일 조선일보와 TV조선의 일부 오보 사례를 언급하며 “이제 그만 잡고 있는 발목을 놓아주시기 바란다”며 비판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강 의원은 양 주필을 향해 “기회주의적 행각” “대구·경북(TK)정권 때는 TK출신이라고 하다가 세상이 바뀌면 보수와 TK를 욕하고 다니질 않았나”, “‘삼성공화국’이란 괴담을 퍼뜨려 놓고도 삼성언론상을 받아 상금을 챙겼다”라고 하는 등 인신공격성 비난도 퍼부었다. 그는 “오늘 칼럼으로 조선일보가 애국언론, 보수언론의 조종(弔鐘)을 울리게 된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다”며 “조선일보가 역사에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강 의원은 조선일보 산업부장·사회부장·편집국장을 거쳐 지난 20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홍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으며 대구 달서구병 당협위원장이다.


▲ 홍준표 한국당 대표


홍준표 대표도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나는 30년 조선일보 애독자”라며 “오늘 조선일보 칼럼을 보니 조선일보 사주가 어쩌면 이 사람으로 바뀔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또 “정권에 영합하지 않으면 언론도 참 힘든 세상”이라며 “조선일보의 문제라기보다 조선일보의 그 사람이 항상 문제였다”고 양 주필을 비판했다.

홍 대표는 또, 양 주필을 겨냥한 다른 글을 올려 “2006년 3월 서울시장 경선 때 그 사람이 정치부장하면서 자기 고교후배 편을 들어서 조선일보를 만드는 것을 보고 내가 정론관에 가서 조선일보가 오세훈이 찌라시냐라고 극렬하게 실명을 거론 하면서 항의한 일도 있었다”며 “참 끈질긴 악연이다”고 했다.
양상훈(60) 주필은 이날자 칼럼에서 북한의 완전한 핵무기 포기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이렇게 되면 한국민은 바보가 된다. 그런데 때로는 바보가 이기는 경우가 있다”며 “북 정권이 어느 정도 개혁·개방해 폭력성·위험성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북에 국제 자본이 들어가면 실제 그런 효과가 생겨날 것이다. 결국 북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민은 전투에서는 져도 전쟁에서는 이기는 ‘전략적 바보’가 될 수 있다”고 썼다.
앞서 양 주필은 지난 4월5일자 ‘공동묘지 같다는 어느 黨(당)’이란 칼럼에서 홍준표 지도부를 비판하며 “지금 자유한국당의 진짜 문제는 당 대표나 지도부가 아니라 쇄신운동 하나 일으키지 못하는 초·재선의 ‘죽은’ 의원들이라고 생각한다”며 “논밭을 내버려두면 황무지가 되고 세월이 흐르면 정말 공동묘지가 된다”고 썼다.
홍 대표는 같은 날 당 출입기자 팀장들과 긴급간담회를 하고 “어느 언론에서 죽은 정당이라고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여당 편을 들어도 묘한 방법으로 든다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그런 걸 쓸 수 있는지 기가 막힌다”고 반박했다.


▲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께 보내는 공개편지> 전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협박에 굴복한 조선일보-방상훈 사장은 당장 양상훈 주필을 파면하라.

방상훈 사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입니다. 저는 국회에 들어와서도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고 나름 노력해왔고, 비록 몸은 떠났지만 저의 땀이 스며든 조선일보와 TV조선의 발전을 위해 항상 고민해왔습니다. 물론 간혹 기사나 논조가 부정확하고 맘에 안드는 점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언론의 역할과 실상을 잘 알기에 그동안 최대한 침묵해왔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오늘자 지면을 읽고 나서는 이렇게 사장님께 공개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양상훈 주필의 칼럼을 보고 한겨레신문을 보고 있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우파를 공격하는 건 좋습니다. 발전적인 비판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나라의 존립과 정체성에 관한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피 흘려 지켜온 대한민국의 운명과 민족의 생존을 상대로 장난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습니다.
양 주필은 칼럼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기적이니 북한 체제의 붕괴를 기다려보자는 주장을 폈지만, 북한 체제가 붕괴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일어나기 힘든 기적입니다. 북한의 핵폐기는 오롯이 김정은의 의지로 가능하지만, 핵을 보유한 북한 체제의 붕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양상훈 칼럼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패배주의자들의 말장난이고 속임수입니다.
양상훈 칼럼이 나온 타이밍은 더할 수 없이 위험합니다. 북미회담을 코앞에 앞두고 백악관 등 미국 정부는 조선일보의 논설이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주장 등 한국 보수의 입장을 살펴보고 이를 협상에 감안합니다. 그런데 이 칼럼은 한마디로 북한에 항복하라는 얘깁니다. 미 당국자들이 이 칼럼을 보고 한국 보수의 한 축인 조선일보가 북한에게 항복했다는 시그널로 인식하게 되면 그 책임을 어쩌려고 하십니까.
이럴 때일수록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강한 압박을 해서 협상의 지렛대로 써야 되는데, 이렇게 항복문서 같은 칼럼이 나오면 김정은과 청와대만 웃게 됩니다. 미국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운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입니다.
양 주필의 칼럼은 그동안 북한의 핵 공갈에 겁먹은 한국사회 일각의 논리와 판박입니다. 외교협상으로 연명하면서 패배주의에 젖어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도와준 일부 외교관들이 말해왔던 변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전쟁이냐, 평화냐, 단순 이분법적 사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이러한 논리로 좌파정권들이 계속 퍼주기를 해왔고, 그 결과 북한 정권이 연명해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난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망하기 직전의 김정일 정권을 살린 것도 모자라 핵무장까지 도왔습니다. 좌파들이 또 속이고 장난치고 있는데 다른 언론도 아니고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조선일보가 이에 동조하고 지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는 백여년간 조선일보를 지탱해 온 독자에 대한 배신이자 기만입니다.
공교롭게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조선일보를 협박한 이틀 뒤에 이런 칼럼이 실렸습니다. 관련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건 마치 조선일보가 청와대에 백기 투항을 한 것과 같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이번 조선일보 비난 논평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북미회담을 앞두고 조선일보를 겁박해서 길들여, 강력한 비판세력을 제거하려는 고도의 술책입니다. 마치 과거 김대중 정부 때 6.15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선일보에 가한 파상공세와 똑같습니다.
방 사장님. 과거 김대중 정부의 탄압으로 사장님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셨을 때 당시 사장님께서 보여주셨던 용기와 기개를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찢어지는 마음을 뒤로하고 사장님께 감옥에 잘 다녀오시라면서, 부디 조선일보와 대한민국을 지켜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과 우리는 그 어려웠던 시기도 의연하게 대처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조선일보는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청와대가 이런 협박을 하면 더 강하게 반발하는게 그동안 조선일보의 상식입니다. 양상훈이 제대로 된 조선일보 기자라면 사장님께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대한민국을 지켜달라고 진언 해야 합니다. 사장님이 변한 겁니까. 아니면 양상훈이 오버한 겁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양상훈이 정권과 결탁하여 무슨 일을 꾸미려는 것입니까. 도대체 조선일보에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사실 양상훈의 기회주의적 행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TK정권 때는 TK출신이라고 하다가 세상이 바뀌면 보수와 TK를 욕하고 다니질 않나, ‘삼성공화국’이란 괴담을 퍼뜨려 놓고도 삼성언론상을 받아 상금을 챙겼습니다. 박근혜, 홍준표에 대해서는 그렇게 저주를 퍼부었으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언제 인신공격을 한 적이 있었습니까?
이런 이중인격자를 두고 있으면 조선일보도 이중인격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패션보수, 거짓보수는 당장 파면해야 조선일보의 명예를 지킬 수 있습니다.
저도 미북회담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길 바라지만 적당한 타협은 반대합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위기에 처했을 때 반드시 비핵화를 받아내야 하고, 밀어붙이면 성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핵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나쁜’ 협상은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강경한 자세가 협상 성공의 요체입니다. 미리부터 트럼프-김정은의 ‘나쁜’협상에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방 사장님. 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려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오늘 칼럼으로 조선일보가 애국언론, 보수언론으로서의 조종(弔鐘)을 울리게 된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조선일보가 역사에 죄를 지어서는 안 됩니다. 부디 대한민국과 조선일보를 사랑하는 전직 사원의 충언을 가벼이 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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