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의 연내답방을 위해 북치고 장구 치고 했지만 결국 무산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올 연말에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이제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연내 답방이 어렵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힌 것은 청와대 입장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단적으로 말하면 “김정은은 연내 서울 답방을 하지 않는다”이다.
김정은의 연내 서울답방을 두고 청와대가 지나칠 정도로 노심초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G-20정상회의에서다. 미북 실무협상과 2차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미뤄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풀어사이드(약식회담)로 만난 문 대통령이 김정은 서울 답방 추진을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했다며 청와대가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좌파언론들이 앞장서 연내답방 가능성이 크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이 때부터다. 일부 언론들은 무분별하게 날짜를 박아 답방이 결정된 것처럼 오보소동을 벌였다.
청와대가 은근히 이런 분위기를 유도한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에서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다”, “모든 게 열려 있다”, “전화라도 오면 좋을 텐데” 등 애드벌룬을 띄우기 바빴다.
이 과정에서 남남분열은 심해졌다. 광화문에서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 행사가 벌어진 반면 보수단체는 김정은을 체포하겠다고 공언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영방송 KBS는 한 술 더 떴다. 개그맨 김제동을 내세워 김정은을 위인으로 찬양하는 사람을 무슨 뉴스메이커 인양 출연시켰다. 앞 뒤 안 맞는 그의 주장을 그대로 내보내 '종북' 논란을 빚었다.

야당에서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김정은 답방에 안절부절 하는 듯한 문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북한 김정은은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는데 우리만 이렇게 지지고 볶고 소동을 벌인 것이다.
김정은의 연내 답방 기대감을 키워왔던 청와대는 북한 회신의 물리적인 '마감 시한'으로 여겨졌던 지난 9일 "재촉하지 않겠다"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고 이어 이날 “이제 어렵다”며 연합뉴스에 밝힌 것이다. 청와대가 북으로부터 연내에 답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감지했을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가를 경영하는 일은 작은 고기를 굽는 것처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금언이 있다. 불을 너무 세게 하거나 경솔하거나 조급하거나 서두르면 고기를 태우고 부수고 만다. 지난 열흘 간 김정은 답방을 둘러싼 문재인정부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나라의 격을 심대하게 떨어뜨렸다. 블랙코메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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