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진 의원이 13일 국회법사위에서 합성사진을 흔들고 있다. 최혁진페이스북
우리는 그동안 저질 국회를 많이 봐왔다. 최루탄을 터뜨리고 육박전을 벌이는 장면은 약과였다. 여기서 더 나빠질 수 없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13일 오전 국회법사위(위원장 추미애)는 사상최대의 저질 국회였다. 추미애 위원장과 그에 동조하는 민주당 등 의원들은 국회의 수준을 최악으로, 그것도 스스로 까발려 보여주었다. 국민은 광란의 국회 추태를 1시간 30분 동안 TV 생중계로 생생하게 봐야했다.
민주당 외곽 비례대표 출신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가관이었다. 말도 안 되는 주장도 모자라 저속한 합성사진을 들고 나와 흔들어댔다. 그는 자신이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지 모르는 듯했다.
그의 나이는 55세이고, 원주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 언행이었다. 그는 염치를 깨부수는 파렴치한 언행에 대해 사과 대신 조희대 대법원장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합성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버젓이 올려놓고 “성심을 다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여기가 캄보디아냐"고 질타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광란의 홍위병 쇼. 사법부의 수장이 완장 찬 질 떨어지는 정치 폭력배들에게 인질로 잡혀 한 시간 반 동안 조리돌림 당하는 21세기 인민재판의 현장을 생중계로 지켜봤다"고 울분을 토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같은 “수준 떨어지는‘ 저질국회가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진중권은 "개딸 정치가 정당을 잡아먹고, 국회를 잡아먹고, 이제 사법부마저 잡아먹는 단계에 이른 것 "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여당에서도, 대통령실에서도 통제 못하는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실제로 그렇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민무시 태도로 일관했다"고 되레 비난했다.
’개딸‘ 목소리는 큰 반면 자성의 목소리는 희미하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합성사진에 대해 “이런 모습들이 방송이 됨으로써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고 망신주려 했다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최혁진 의원의 언행에 대해선 “무소속 의원과 민주당이 왜 협의를 하느냐”며 선을 그었다.
현재 무소속인 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소속으로 출마했고, 기본소득당이 주도한 새진보연합 몫으로 비례 순번 16번을 받았다. 총선 직후에는 당선되지 못했지만, 지난 6월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비례 순번 9번)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비례 의원직을 승계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선 사회적경제비서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나마 홍익표 전 민주당 의원도 말을 보탰다. 그는 라디오에서 합성사진 논란에 대해 “도리어 본질을 흐린다. 계속 그걸로 구설수가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 뿐이다. 이성적인 발언 한 두 개는 그저 대통령 지지율이 떨이지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그 배경들이다.
나라가 개판이 되는 것을 걱정하는 진짜 사람의 진정한 목소리를 민주당에서 제대로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래서야 어찌 정치가 희망을 말 할 수 있겠나. 이것이 현재 한국정치판의 근본적 문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