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역은 아니다. 신의 영역이 아니고 사람이 하는 거라 실수도 한다. 양심을 팔고 법률로 장사하는 못된 판사들도 있다. 어느 곳이든 흙탕물을 만드는 미꾸라지는 있다. 아무리 그래도 대법원장은 마지막까지 이 시대의 보루다. 최고의 지성이고 양심이자 이성과 상식이어야 한다.
▲ 1일 자택 앞에서 인터뷰 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오늘 한국의 지성과 상식은 뒤집히고 있다. 70대의 전 대법원장이 1일 자택 앞에 기자들을 불러 이런 말을 했다. “재판거래 논란은 법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겉으로 평상심을 유지했지만 이 노구의 전직 재판관은 속으로 많이 울고 있었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2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정권에 우호적인 판결을 선별해 청와대와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문건을 만들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거래시도를 위해 판결들을 나중에 취합했을 뿐 재판에 관여한 정황은 없다"고 했다.
▲ 김명수 대법원장
논란을 증폭시킨 사람이 현재의 김명수 대법원장이다. 그는 조사단이 "형사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는데도 "고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불을 지폈다. 김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인터뷰 하기 하루전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사과했다. 과거 대법원의 과오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현직 대법원장이 재판거래가 있었다는데, 현직 대법원장이 형사조치를 말하는데 분노하지 않으면 이상하다. 재판에 진 사람들의 '재판무효' 주장이 속출했다. KTX 전 승무원들이 대법원 대법정에 난입하는 등 대법원 판결의 신뢰가 송두리째 무너졌다. KTX 전 승무원들뿐 아니라 전교조 교사들, 통합진보당 정치인들 모두 ‘정치재판 무효’라고 외친다. 분노의 여론은 전염성이 강하다. 현직 여당 대표는 ‘양승태 구속’을 외치고 다닌다. 대법원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 대법원
과거의 법원을 죽일 놈으로 만든다고 지금의 판사들이 양심판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관의 명예를 같이 추락시킬 뿐이다. 법원이 검찰과 같아서는 안 된다. 검찰이야 권력에 대한 충성이 흔한 일이고 그래서 충견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법원이 권력집단처럼 과거 세력을 적폐청산으로 몰아붙여 적대시하는 행태를 배운 것 같아 우려스럽다. 대법원이 이데올로기 싸움터가 돼서야 국민이 마음 붙일 데가 없어진다.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이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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